서로를 위해 변해간다는 것에 대하여
이미 두 차례 리메이크 된 적 있는 영화다. 그럼에도, 또 리메이크가 되었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 기억 속에 이 영화가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끌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궁금했다. ‘브래들리 쿠퍼’가 연출한 영화이자, ‘레이디 가가’가 연기하는 모습을 말이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이야기다.
음악영화라고 하면 기대하는 것들이 있다. 좋은 음악과 인물의 감정을 음악으로 승화하여 표현하는 것을 기대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필자는 그것이 진정한 음악영화라고 생각한다. [비긴 어게인]이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이유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가 주인공의 상황과 아주 잘 맞았고, 그 노래를 부를 때의 감정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영화 속에서 그 음악이 주는 임팩트도 있을 것이다. [스타 이즈 본]의 음악은 인물을 감정을 찰떡같이 보여주지는 못한 것 같다. 이것이 음악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보다는 연출의 아쉬움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스타 이즈 본]을 보면서, 깔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점이 조금 어긋난다는 생각도 들었고, 영화의 초반 어떤 인물이 나오는데,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가 않아서 어떤 사람인지 구별이 안되었다. 이런 느낌은 영화 중간에서도 종종 받는다. 그와 더불어 차곡차곡 쌓아가야 할 인물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음악영화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이 적었다고 생각한다. 로코처럼 가볍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감정이 음악으로써 표출되어야 하기에 이 영화에서 인물의 감정은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영화 중반부까지는 이런 음악들로 그들의 감정을 잘 보여줬다. 영화의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이야기가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잭슨이라는 인물이 슬럼프를 겪는다면, 그 슬럼프를 보여주는 음악이 필요하다. [본 투 비 블루]에서 쳇 베이커가 큰 슬럼프에 빠졌을 때의 음악과 다시 제기했을 때, 두 상황을 음악만 들어도 그가 어떤 상황인지 표현되었다.
그들은 서로의 음악을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영화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음악으로도 그들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의미가 있는 영화다. 특히, ‘레이디 가가’가 맡은 앨리가 그렇다. 앨리의 첫 등장은 드래그바에서 발견된다. 드래그퀸, 쉽게 말해서 여장남자들 사이에서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여자인 그녀가 드래그 바에서 노래는 부르고 있었다는 건, 그녀가 음악으로써 설자리가 없었다는 걸 의미한다. 더불어, 그녀도 드래그퀸으로 보이는 분장을 보여준다. 그리고, 잭슨이 그 분장을 지운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이 부분이 레이디 가가가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사실, 우리는 레이디 가가를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가수라고 생각한다. 그녀에 대해 말하면,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는 수식어보다는 퍼포먼스가 더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이 영화에서 앨리가 가수가 될 수 있도록 해준 모습은 분장을 지운 그녀의 순수한 음악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단순히,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춤과 의상, 헤어 등 보이는 것들이 필요했다.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그녀는 팝스타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색을 잃는 것을 싫어했다. 어쩌면, 레이디 가가의 음악인생과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싸고 있던 것들을 벗고, 순수하게 음악을 위해 데뷔했던 그녀가 계속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관심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 중 하나로 퍼포먼스를 선택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퍼포먼스도 음악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음악이 가려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레이디 가가의 노래 실력이 뛰어났다는 것을 이 영화를 안 봤다면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그동안의 퍼포먼스를 벗어던지고 순수하게 음악으로써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발걸음일지도 모르겠다.
인상적인 것은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은 배우들의 라이브라는 것이다. 이것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영화 속에서 느껴진다. 노래를 부를 때, 들리는 마이크 소리가 다르게 느껴진다. 영화 촬영을 위해 쓰는 마이크는 지향성 마이크다. 일반적으로 노래방이나, 무대 위에서 쓰는 마이크보다 민감한 소리에 반응하는 마이크로 노래를 녹음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다이내믹 마이크를 직접 사용한 것이 느껴지는 것이, 다이내믹 마이크 특유의 먹먹한 소리가 느껴졌다. 그 부분을 보며 이들이 진짜 저 마이크를 사용해서 노래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직접 노래를 하며, 연기를 하면 감정적인 부분에서 더 좋은 표정을 보여줄 수 있다. 더불어, 노래의 호흡까지도 같이 보여주기 때문에 노래의 현장감이 더욱 배가 된다.
영화도 음악을 강조한 것이 느껴진다. 음악이 나오는 부분을 의식적으로 볼륨을 높인 것이 느껴진다. 극 중에서 잭슨이 큰 소리를 고집하는 것을 보여주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스피커가 조금 안 좋은 극장에서 보면 분명히 거슬릴 만큼 큰 소리였다. 이 영화는 스피커에 자신 있는 극장이 아니라면, 소리크기를 의도적으로 줄일 것이 분명하다. 되도록이면, 사운드 특화관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음악영화로써 보여주는 매력은 충분히 있으나, 영화로서 보여주는 매력은 적다고 생각한다.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으로서 보여주는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후반부가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그렇게 긴 이야기가 아님에도 괜히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다. 1시간 30분까지는 쾌속질주를 하다가, 그 뒤부터 살짝 늘어진다. 결말 장면이 조금 마음에 안 들기도 한다. 마지막에 레이디 가가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오다가 갑자기 다른 장면으로 바뀐다. 노래를 뚝 끊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자연스러운 연결이 필요했다고 본다. 물론, 그 장면을 더 감동적으로 보는 눈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장면이 분리되어서 보여주는 것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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