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노의 질주 : 홉스 앤 쇼] 및 4DX 관람 리뷰
송강호, 성동일, 차인표, 줄리아 로버츠, 니콜 키드먼까지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 배우들의 공통점은 67년생으로 제이슨 스타뎀과 동갑인 배우들입니다. 50이 넘었지만, 액션 영화의 주인공인 그는 다이빙 국가대표로 활동한 뒤 스포츠 모델로 활동을 하다가, 30살의 나이에 배우로 데뷔합니다. 그의 파트너인 드웨인 존슨 또한 최근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할 만큼 좋은 힘과 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출연한 [분노의 질주 : 홉스 앤 쇼]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시리즈의 주인공인 루크 홉스와 2015년 [분노의 질주 : 더 세븐]부터 합류하게 된 데카드 쇼의 버디 형사 액션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카체이싱이 주가 되는 액션이 등장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코믹함과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시리즈의 기조라고 볼 수 있는 자동차를 이용한 액션 또한 등장하면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홉스 앤 쇼]라는 스핀오프가 만들어진 이유는 시리즈의 확장성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드웨인 존슨은 제작에 직접 참여하면서, 이 스핀오프에 대한 열정을 과시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내년에 개봉하는 [분노의 질주 9]에는 이 두 배우가 참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빈 디젤과 드웨인 존슨의 불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죠. 드웨인 존슨이 SNS를 통해서 빈 디젤이 매번 촬영장에 지각을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고 그 뒤로 두 사람의 불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때문에 드웨인 존슨은 [홉스 앤 쇼]에 더더욱 열정을 보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4DX
4DX 효과는 상영관마다 스펙 차이로 인해서 구연의 정도가 다릅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용산 4DX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영화의 특별 포맷에 관심을 가지는 편은 아니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항상 4DX로 봐왔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언제나 옳았고,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카체이싱이 주요 콘텐츠인 영화인지라, 영화 속 자동차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연하는 모션 체어의 움직임과, 많은 제작비로 거대한 스케일과 다양한 효과를 보여주는 영화의 장면 속에, 그대로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듭니다. 이러한 점을 간접적이나마 체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4DX를 관람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오랜만에 4DX에서 영화를 봐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효과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단순한 충격이나 방향성을 알기 어려운 움직임을 보였던 과거와는 달리 충격의 방향 및 4DX가 구연할 수 있는 효과를 상당히 잘 활용한 느낌입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비 오는 장면에서 비를 구연한 4DX효과는 용산 4DX에서만 느낄 수 있는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시리즈가 그랬지만, [분노의 질주]는 특히나 4DX로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4DX의 주요 효과가 체어 모션인데, 이 효과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부분이 자동차 및 탈 것에 의한 충격들에 대한 표현입니다. 발목을 건드리는 파편 효과 및 좌우의 움직임에 대한 효과는 일반적인 액션 영화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영화를 특별 포맷으로 관람할 예정이라면, 4DX를 추천드립니다. 여의도 4DX에서 보면 제대로 앉아있기가 힘들겠네요. 개인적으로 좌석에 벨트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스핀오프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써 [홉스 앤 쇼]는 그 맥을 유지하는 정도입니다. 카체이싱을 위한 시리즈이지만, 이 영화는 그 맥을 100% 유지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말 그대로 스핀오프라는 점과 제목부터 두 인물을 강조하는 것은 카체이싱이 아닌 두 인물의 케미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리즈마다 하나씩 보여주는 자동차로 보여줄 수 있는 묘기가 이 영화에서도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자동차가 헬기와 싸우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시리즈의 영화를 볼 때마다,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볼 때마다 ‘다음 편에서 새로운 것이 등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지만 영화는 항상 그 의문을 정면으로 맞서면서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카체이싱과 별도로 악당인 브릭스턴이 보여주는 오토바이 액션은 상당히 놀랍습니다. 터미네이터와 같이 기계와 결합된 인간이라는 컨셉에 맞게, 오토바이와 혼연일체가 된 듯한 모습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이것 또한 매 시리즈마다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리즈마다 보여주는 속도감이나 카체이싱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영화는 카체이싱보다는 버디 형사 액션물이기 때문에 카체이싱보다는 두 사람의 케미와 액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리즈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카체이싱 장면이 등장하니, 이것을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영화의 메시지도 뚜렷합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매 영화에서 친구 그리고 가족에 대해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화의 결말은 가족과 재회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거나, 함께 하는 친구를 가족이라 표현하며 그들과 함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최근 시리즈였던 [더 세븐]에서 폴 워커의 죽음을 추모하며, 브라이언 오코너와의 이별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영원한 가족이라는 것을 강조하였고, [더 익스트림]에서도 도미닉 토레토가 배신을 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끝까지 그를 믿으면서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홉스 앤 쇼]는 기존 시리즈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노선을 보여주고 있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는 자동차 묘기와 카체이싱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표현함으로써 이 영화가 [분노의 질주] 시리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는 듯합니다.
버디 액션
이 영화의 가장 큰 틀이라고 볼 수 있는 버디 형사 액션물의 역사는 상당히 깊습니다. 그리고 많은 영화들이 존재합니다. 이 영화 또한 버디물의 공식을 잘 따라갑니다. 앙숙이었던 두 사람이 협업을 하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어쩌면 뻔하지만, 그 틀로 많은 영화가 만들어진 만큼 재미가 보장되어 있는 스토리 구성입니다.
과거에 비해 버디 액션물이 많은 조명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등장한 [홉스 앤 쇼]에게 반가움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액션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가 쏟아지던 시대를 지나서 뒤늦게 등장한 [존 윅]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액션이 우선시 되는 영화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홉스 앤 쇼]가 그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액션의 스타일입니다. 액션 장면이 다른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비교적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에서 브루스 리가 거론되는 것처럼 이 영화는 동양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동양의 액션은 성룡의 액션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변 상황을 이용한 액션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서양의 액션은 철저하게 짜인 동선과 완벽한 합을 보여주는 액션을 보여주지만, 동양의 액션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서 싸움의 도구로 이용하여 싸우는 리얼함이 그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영화 [베를린]을 살펴보면, 조금은 처절하게 싸우는 두 인물이 잡히는 물건을 던지거나, 물건으로 상대를 가격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홉스 앤 쇼]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였습니다. 기존 총격전인 주를 이루던 할리우드지만 이 영화에서는 총보다는 맨몸 액션을 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총이 등장하지만, 이를 무력화하여서 오로지 사람의 몸을 이용한 액션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또한 영화 속 해티 쇼가 보여주는 액션은 [캡틴 아메리카]에서 블랙 위도우가 보여주는 액션과 비슷합니다. 이는 [캡틴 아메리카]의 무술감독이었던 데이빗 레이치의 액션 스타 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크 홉스의 고향으로 설정되어 있는 사모아라는 나라 또한 오세아니아 북쪽에 있는 나라로 동남아시아와 상당히 근접해 있습니다. 이런 설정들에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데이빗 레이치
영화를 연출한 데이빗 레이치의 특기가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그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던 점은 라이언 레이놀즈의 카메오 출연일 것입니다. [데드풀 2]를 연출했던 인연으로 라이언 레이놀즈가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여서 영화가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라이언 레이놀즈는 어떤 영화에 나와도 그냥 데드풀 같아서 혹시 멜로 영화에 나온다고 해도 데드풀의 멜로 영화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정말 데드풀 그 자체입니다.
데이빗 레이치는 스턴트맨 출신으로 그의 감독 데뷔작인 [존 윅]이 성공을 가두면서 개성 있는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감독을 주목을 받은 뒤로 캡틴 아메리카의 솔로 영화인 [윈터 솔저]와 [시빌 워]의 무술 파트를 담당했습니다. 아마,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 중에서 이 두 영화의 액션을 좋아하실 분이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뒤로 [아토믹 블론드]와 [데드풀 2]를 연출하면서 데이빗 레이치만의 독특한 액션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그가 기획한 [존 윅 3]에서 등장한 영화 [악녀]의 오마주 장면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양의 액션, 그리고 한국의 액션 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전부터 [데드풀 2]의 원작자가 [러시아워]와 비슷하다는 언급과 함께 이소룡의 [용쟁호투]의 리메이크 감독으로 물망에 오른 것과 같이 동양의 액션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의 액션 스타일이 이 영화에서도 잘 반영되었습니다.
그동안 19금 액션을 보여줬던 그의 모습과 달리 이 영화는 [데드풀 순한 맛]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도 분명 액션과 총질이 등장하지만, 피가 등장하지 않고, 그 표현 또한 직접적이지 않습니다. 기존 시리즈들이 대부분 15세 관람가였고, 전작인 [더 익스트림]에서는 약간의 고어 효과가 들어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아마 [데드풀 순한 맛]을 통해서 모든 연령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던 그의 모습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데이빗 레이츠는 인터뷰에서 ‘[데드풀 3]가 꼭 청불일 필요는 없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는 그의 생각인지 디즈니의 생각인지 알 수 없으나, 청불 영화를 만들어오던 그가 청불 요소가 아닌 액션을 만든다는 것은 나름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데드풀 3]는 청불로 만들어주세요….
영화는 기존 시리즈의 메인 콘텐츠인 자동차를 이용한 액션이라는 주제와는 조금 다른 버디 형사 액션물이지만, 막상 영화를 관람하면서는 누가 봐도 [분노의 질주] 시리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또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보여주는 조금은 빈약한 스토리라는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영화는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리뷰의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는 오로지 액션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액션 장면을 만들고, 그 사이를 이을 수 있는 이야기는 나중에 만듭니다. 때문에 긴밀한 인과 관계 혹은 반전과 같이 관객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머리를 비우고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들을 보는 것이 이 영화가 만들어진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관람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