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상한 교수] 리뷰
사람이 변하게 되는 요인에는 많은 요소들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에게 자극을 주어서 인물의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통해서 영화의 메시지와 결말에 도달하게 됩니다. 영화 [수상한 교수]에서는 인물이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폐암 4기라는 판정을 받지만, 담배도 피우지 않은 그에게 폐암 4기는 말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리차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대하여,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마인드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살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맞이하게 되는 충격적인 사실들이 존재합니다. 주인공 리차드에게는 폐암 4기 판정이 그 첫 번째 일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폐암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리차드는 전혀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그 원인이 궁금해집니다. 그가 사는 집안 공기에 폐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라돈이 함유되어 있던 것일까요?
심지어 리차드는 살기 위한 치료도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왜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원인이 없습니다. 심지어 폐암 판정 이후에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비관하며, 학교 호숫가에 뛰어든 것을 생각해보면 그에게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영화는 그것들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갑자기 찾아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리차드와 가족들의 저녁시간을 살펴보면, 리차드의 딸 올리비아와 아내인 베로니카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올리비아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말을 하자, 베로니카는 어릴 때 한 번쯤 겪는 혼란이라며 올리비아는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와 반대로 리차드는 올리비아의 고백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그녀를 응원해줍니다.
그리고 베로니카에게는 더 큰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리차드의 학교 총장과 바람이 났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리차드는 그녀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왜 하필 총장과 바람이 났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불륜을 할 거라면, 잘생기고 젊은 청년이랑 하라는 농담까지 건넵니다.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리차드에게 더 큰 충격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올리비아의 비밀을 알게 된 베로니카의 반응 또한 극히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때, 사람들은 1차적으로 그 사실에 대해서 부인하려고 합니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죠. 베로니카가 그렇습니다. 자신이 봐오던, 올리비아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 것이죠. 적어도 베로니카에게는 그렇게 보였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로니카는 올리비아에게 자신이 올리비아보다 올리비아에 대해서 더 잘 안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곤 합니다.
그에 비하면, 리차드의 태도는 상당히 덤덤합니다. 이방원의 하여가처럼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자신이 죽어가는 마당에 다른 사람의 처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대학교수라는 리차드의 직업을 생각해보면, 리차드는 꽤나 보수적인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인물이 자신의 딸이 동성애자임을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일 것입니다.
자신의 상황들 받아들이지 못하고 발버둥을 치던 리차드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하며, 마음을 내려놓고 난 뒤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크게 동요하지 않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리차드는 수업에 들어가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은 학생은 모두 내보내고,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학생들만 수업을 하려고 합니다. 예고되어 있지 않았던 리차드의 모습에 학생들 또한 당황을 합니다. 머지않아 학생들은 그의 수업에 만족하게 됩니다.
역시 조니 뎁
이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조니 뎁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는 리차드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영화입니다. 때문에 그의 매력이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한부를 선고받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모습의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그는 멀쩡한 그의 모습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영화마다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보여줄 모습이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냥 대사를 하는 장면에서 개성이 느껴지면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무언가가 있는 배우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그런 그의 매력이 더더욱 빛이 나는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영화 속 리차드가 보여주는 모습과 내용 또한 조니 뎁의 실제 인생이 투영되어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나름 사연이 있는 조니 뎁이 연기하는 리차드의 모습이 더더욱 마음에 와 닿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한부에게 남은 인생이란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하나의 아이러니가 남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리차드가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아직 인생의 끝을 모르는 사람들은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갑니다. 끝이 정해져 있는 사람은 자유롭게 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인간의 목표는 크게 성공하는 것보다는 크게 망하지 않은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로 한 리차드는 계획한 일들이 오히려 잘 풀리는 듯합니다. 이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여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비교적 쉽게 얻어냅니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자신이 처했는 상황에 따라서 우선되는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리차드의 이야기는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더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자 리차드에게 찾아온 변화는 그리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 스스로에게 더 신경 쓰고, 자신의 의사를 더욱 분명하게 하면서 리차드는 꼰대 같은 모습보다는 조금 더 친근한 느낌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모습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강한 인상을 줍니다. 이 마지막 장면이 영화가 말하고 싶어 하는 거의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죽음이 정해지지 않은 자는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길을 따르지만, 죽음이 정해진 자는 자신을 따른다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