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시 Aug 19. 2019

영화 평론가는 꼭 필요할까?

8월 4주 영화 이야기

아래의 내용은 주관적인 내용은 담은 글로 실제 평론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영화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고려하게 되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장르, 배우, 감독, 스토리 등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많은 분들이 평점이나 관람평을 확인하고 영화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평점에도 맹점은 존재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를 하는 의미로 ‘좋아요’를 눌렀다고 해도 나에게는 재미없는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특정 다수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영화의 평점을 조작할 가능성도 있고, 관람평이나 리뷰를 본다고 하더라도 나와 취향이 다른 사람들의 관람평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항상 같은 기준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이 필요하고, 영화의 깊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영화 평론가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영화 평론가들의 관람평이 일반 관객에게 외면받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관람평에 대해서 비난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내용은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재미만 있으면 된 것이지 너무 많은 것을 따진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말로 평론가들은 재미있는 영화에도 너무 많은 것을 따질까요? 영화 평론가들은 무슨 기준을 가지고 영화를 평가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영화 평론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영화 평론가는 어떤 활동을 할까?

영화 평론가는 말 그대로 영화에 대해서 평론을 하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평론이라는 말에 정의에 대해서 정확하게 살펴보면, 네이버 국어사전을 기준으로 평론은 ‘사물의 가치, 우열, 선악 따위를 평가하여 논함’이라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리뷰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리뷰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전체를 대강 살펴보거나 중요한 내용이나 줄거리를 대강 추려 냄’이라는 뜻으로 평론보다는 조금 가벼운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리뷰는 누구나 쓸 수 있고,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평론보다 조금 더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에 따르면, 영화 평론가들은 자신이 평론하게 되는 영화에 대한 가치에 대해서 평가를 해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다른 영화와의 비교가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 평론가들은 많은 영화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고, 영화에 대한 배경 지식 또한 갖추고 있어야, 평론이라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뷰는 아무나 할 수 있어도 평론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과거 대부분의 영화 후기 및 관람평을 평론에만 의존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리뷰를 쉽게 접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이 영화 리뷰를 작성하기 때문에 그 선택의 폭이 넓어져, 과거에 비해 영화 평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서 영화 평론은 과거만큼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왓챠나 네이버 영화를 통해서 평론가들의 별점과 한줄평을 알 수 있고,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영화에 대한 해설을 진행하는 GV를 통해서 직접적인 소통도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IPTV 및 케이블 회사가 자체적으로 영화 큐레이션 영상을 제작하면서, 간접적인 평론 활동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별점으로 평가하지 않은 평론가들의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 없고, GV에 대한 수요는 일부 대중적으로 유명한 평론가들에게 몰려 있기 때문에 새로운 평론가에 대한 정보도 알기가 어렵습니다. 


현대의 영화 시장은 하루에도 수십 편의 영화가 쏟아집니다. 관객들은 영화를 관람하면서, 궁금증이나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영화관에 불이 켜지자 마자 핸드폰을 들어 바로 검색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개봉함과 동시에 글이 나와야, 관객들의 소비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평론은 그렇게 빠른 시일에 나오기도 어렵고, 많은 영화의 수를 모두 감당할 수 없습니다. 많은 영화의 평론을 위해서는 영화를 한 번 본 뒤에 그 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인상 평론이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평론에 비해 전문성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관객들도 영화를 한 번 보고 그에 대한 리뷰 및 관람평을 남기기 때문에 비교적 그 차이가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론가로 차별점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일반 평론이지만, 한 평론가가 많은 영화에 평론을 내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평론을 위해서는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경우가 많고, 장면을 세세하게 분석하기 위해서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영화 평론은 학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감상이 아닌, 작품으로서 영화를 평가해야 하고, 평가에 대한 근거와 논리가 정확하게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고,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분들에게는 이런 글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평론가와 일반 관객의 온도차

영화에 대한 해석보다는 학문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영화의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법 및 다른 영화 비교, 장르, 심리학, 작가주의, 사상 중심이 된 이야기이거나, 감독 및 배우에 대한 담론이 주로 담겨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재미 유무를 보기 위한 관객들에게 이런 평론은 자신의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하는 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론가 중에서도 대중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평론가도 있지만,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영화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는 일반 관객과의 온도차로도 나타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관객 평점을 통해서 영화의 재미 유무를 판단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는 맹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평점을 주는 주체가 불특정 다수라는 것입니다. 장르 영화에 대한 평점을 발 빠르게 메기는 관객들은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재미가 있으나,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재미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재미있는 영화로 느껴지는 영화라도, 공포 영화에 관심이 없거나, 크게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에게는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재미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영화마다 그 기준이 달라지고,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평점을 메기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관객들의 평가에 영향을 받거나 자신의 감정이나 취향이 적극 반영되어서 극단적인 별점을 줄 수도 있습니다. 개봉 초기에 평점의 방향에 따라서 전체 평점 자체가 바뀌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자신은 그저 그렇게 봤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평이 좋았다면 0.5점 정도 높게 줄 때도 있고, 반대의 경우라면 낮게 줄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평론가는 그렇지 않습니다. 평론가의 이야기는 누가 보아도 그 이야기가 납득이 가야 합니다. 이는 항상 객관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주관적인 주장을 펼치더라도 그 주장이 설득력이 있고, 근거가 충분하여서 타인이 인정할 수 있을 만큼의 타당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지인의 반응을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자신이 아는 사람에 대한 신뢰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 사람의 취향이나 성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고려하여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론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평론가들은 대체로 비슷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석에 대한 부분이나 사회적인 이야기와 결부시킨 이야기를 할 때에는 그 차이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영화를 보는 눈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론가 한 두 명의 평점을 꾸준히 보면서 그들의 성향까지 감안하면, 영화에 대해 예측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평론가와 영화 리뷰어 그리고 프로슈머

하지만 앞선 내용에는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자신이 참고하는 사람이 영화에 대한 꾸준한 반응을 올리는 블로그 및 유튜버와 같이 영화 관련 인플루엔서들의 평을 참고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평론가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평론가보다는 일반 관객에 조금 더 가깝고, 해당 인물의 평을 오래 봐왔다면, 그 평가 또한 감안해서 받아 들 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평론가의 평을 볼 이유가 사라집니다. 

과거에 비해서 영화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대학에도 영화 관련 학과가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영화 역사에 대한 공부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VOD나 OTT 서비스를 통해서 원하는 영화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영화에 대한 소비 욕구만 있다면, 많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처럼 일반 관객이지만, 영화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소비자를 경제 용어로 프로슈머라고 합니다. 


영화 또한 프로슈머의 활동이 활발한 콘텐츠입니다. 이미 많은 영화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있고, 그곳에서 활동하거나 개인 SNS에 영화 리뷰를 작성하여 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화 분석을 평론가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관객이 원한다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화자 또한 SNS 팔로우나 유튜브 구독 및 블로그 이웃을 통해서 많은 리뷰를 접하고 있고, 이는 비교적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거와 달리 극장의 수가 늘어나서 재관람이 수월해지고, 극장 개봉 후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감상을 다시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영화의 재소비는 비교적 쉬워졌습니다. 굳이 평론이나 리뷰를 통해서 여운을 느끼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리뷰 콘텐츠의 소비되는 매체가 글이 아닌 영상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 속도의 상승으로 인해, 동영상 스트리밍이 수월해짐에 따라서 동영상에 대한 소비가 훨씬 늘어났습니다. 과거에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네이버 지식IN을 찾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궁금한 점을 유튜브를 통해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은 글에 비해 훨씬 직관적이며, 감정 및 의미 전달에 훨씬 수월하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이동진 평론가의 경우도 일찌감치 방송활동을 통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했고, 이를 통해 일반 관객에게 더욱 친숙한 평론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영화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평론가입니다.


물론, 영상을 통한 영화 비평이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충분히 있고, 저 또한 글과 영상을 모두 활용하여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전해 받고 있습니다. 



평론가는 필요한 것일까?

점점 평론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음과 동시에 일반 관객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평론가들. 그렇다면 영화 평론가는 정말 필요한 존재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관객들과 괴리된 반응 때문에 관객들에게 외면받더라도 평론가는 굳건하게 자신의 평론을 이어 가야 합니다. 평론은 관객들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발전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에 앞장서는 것도 영화 평론가입니다. 좋은 영화와 영화인을 소개하고, 그들이 많은 대중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평론가입니다.

만약 평론가가 영화에 대한 평론을 하지 않는다면, 극장에 개봉하는 영화들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자극적이거나, 과도한 신파 혹은 스타만을 섭외해서 그들의 팬덤을 이용하려고 하는 저예산 영화들이 속출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은 이미 일본 영화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처음에 가졌던 의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영화 평론가는 재미있는 영화에도 무조건 딴지를 거는 것일까요?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보는 것일까요? 

앞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도 좋은 평점을 받은 영화들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나 [타이타닉]도 블록버스터 영화 중에서 좋은 평점을 받은 사례이며,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는 코미디 영화임에도 높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영화는 재미를 위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 재미는 단순히 웃음이 아니라, 영화를 관람함으로써 생기는 모든 흥미를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평론가마다 그 차이는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반영되는 사항은 영화의 가치일 것입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이 영화만의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이 영화를 다른 영화로 대체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그 대답이 어려울수록 그 점수는 높아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영화 [엑시트]는 여름 성수기 보고 즐기기 위한 영화로 제작되었음에도,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메시지나 전개 방식에서 차별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 차별점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 차별점이 [엑시트]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 된 것이고, 그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말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는 이미 다른 영화에서 많이 보여준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봉준호 감독만의 개성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같은 메시지를 다룬 영화라도 [기생충]은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것입니다.



어디서나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점을 지적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는 영화 평론가가 운동선수의 코치나 감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선수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코치 및 감독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코치나 감독이 운동선수보다 운동을 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선수에게 조언을 해주며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 또한 선수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이뤄질 수 없을 것입니다.

영화 평론가도 마찬가지로, 한국 영화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발전은 위해서는 평가가 필요한 것이고, 그 평가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필요함과 동시에 그 분야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영화 평론가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의견이 다르다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그 다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다름을 인정한다면, 여러분 또한 더 넓은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참고 : [영화 비평 – 이론과 실제] : 강성률 지음, 아모르문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