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이야기, 오래 걸리는 예열
영화는 완성되었지만, 다시 찍게 되었습니다. 2017년에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공개되었던 [커런트 워]는 재촬영과 몇 번의 개봉 연기 그리고 단독 개봉까지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입니다. 영화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영화를 기대하고 있던 입장에서도 맥이 빠지는 일입니다. 기대한 만큼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나름 재미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 재미를 느끼기 위한 예열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는 것이 이 영화의 아주 큰 단점입니다.
[커런트 워]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촬영입니다. 정말 다양한 앵글이 사용되었고, 그중에서도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조금 비뚤어진 앵글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일 정도로 기울어진 앵글도 있지만, 정말 조금만 기울진 앵글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앵글은 테슬라의 캐릭터를 반영하는 결과물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를 다룸에도 다큐멘터리의 시선이 아닌 영화적 시선이 담겨있습니다. 촬영 감독인 정정훈 촬영 감독의 이야기에 따르면 과거의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현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과거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화면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보통 과거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들이 다큐멘터리와 같이 진지한 톤으로 유지되거나, 사실을 다루는 지점에서 과장을 넣지 않기 위해서 덤덤하게 표현하는 것과 달리, 과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처럼 보여준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에디슨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내용처럼 에디슨은 직류를 고집했지만, 웨스팅 하우스는 경제적인 교류를 보급하기 위한 사업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교류로, 일정한 전압을 유지하기 쉽고, 관리를 위한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교류를 사용합니다.
에디슨과 웨스팅 하우스의 싸움은 상당히 볼만 합니다. 전기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도, 이 둘이 벌이는 싸움을 나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 모두 전기를 상용화하기 위한 노력을 했던 동일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그 노력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조금 달랐다고 봅니다. 에디슨은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기 위한 노력이 더 강했을 것입니다. 이는 영화 초반에 에디슨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고, 회사가 인수되는 과정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도 많은 연구를 통해서 긴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구를 개발했지만, 그는 궁극적으로 전기가 자신의 이름으로 보급되기를 바랐던 것이죠. 그에 비하면, 웨스팅 하우스가 바랬던 것은 에디슨만큼 거창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그의 생애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장면에서도 그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했던 테슬라, 두 사람이 전기 전쟁에서 승리합니다. 하지만, 전기 하면 에디슨이 떠오르는 것은 에디슨이 발명의 왕으로 유명해지면서, 그의 업적 중에 전기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배우들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초호화 캐스팅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대단한 배우들이 모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재 전문 배우라고 불리는 베니딕트 컴버 비치와 [셰이프 오브 워터]와 [리틀 드러머 걸]의 마이클 섀넌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두 배우가 직접적으로 붙는 씬은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두 인물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주기 때문에 두 배우 모두 상대에게 밀리지 않기 위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 두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두 배우의 대화는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시작부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던 영화가 이 장면을 통해서 나름의 정리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제대로 느끼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영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의 관계 및 사건의 진행상황이 눈에 잘 안 들어오기 때문에 이해까지의 시간이 걸립니다. 사건들이 분명히 벌어지고 있지만 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 사건이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도 알기 어려울뿐더러, 종종 전기에 대한 어려운 이야기가 나올 때는 영화를 쫓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영화의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는 영화가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물론, 그 시간까지 잘 버티는 것이 1차 관문일 것입니다.
기대가 컸던 영화였지만, 그 기대를 만족시키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 관람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만족하면서 본 영화는 아녔습니다. 토론토 국제 영화에서 첫 상영 후 많은 비난과 사건으로 인해서 감독이 교체되고, 새롭게 촬영을 하는 등의 많은 변화가 있던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가 보여줬던 것처럼 영화를 덧칠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감독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했겠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