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거 알지만 괜히 보고 싶다
폭발할 것 같지만 천천히. 멜로 영화의 공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트와일라잇]과 같이 욕망을 간지럽히는 것 같은 이런 영화에서의 밀당은 필수적입니다. 그 간지러운 듯한 감정이 없다면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영화 [애프터]는 제목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 후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의 변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입니다. 어머니의 억압 때문에 비교적 보수적인 삶을 살아온 테사, 그리고 그녀와는 반대로 자유로운 삶을 사는 듯한 하딘의 만남 이후 두 사람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변화를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나 직장 동료 혹은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까지 나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는 것이고, 그 자극으로 인해서 나도 변화될 수 있습니다.
나와 크게 관련이 없는 사람에 의해서도 변화할 수 있는데, 교류가 많은 인물과의 만남은 더더욱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상대방의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된다는 의미의 거울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크게 보면, 상대방의 행동에 공감하게 된다고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좋아하는 행동을 따라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든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행동을 따라 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종종 친구들에게 연애상담을 해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연애 상담을 할 일이 별로 없기에…) 보통의 연애 상담은 이들의 관계가 위험할 때 상담 신청이 들어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 사람과 있을 때,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이 좋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일 것이야’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를 아니겠지만, 자신의 모습과 감정, 기분을 통해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이 주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의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기숙사 룸메이트인 카렌은 겉으로 보기에는 불량해 보입니다. 그리고 테사의 엄마 또한 카렌에 의해서 테사가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을 합니다. 하지만, 테사는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녀가 진짜 영향을 받은 것은 하딘입니다. 하딘을 만나고, 그녀에게 찾아온 가시적인 변화는 의상의 변화입니다. 카렌만큼은 아니지만, 그녀의 옷은 점점 노출이 들어가 있는 옷으로 변화합니다. 그리고 머리 스타일이나 행동에서 조금씩 변화가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는 것은 테사만은 아닙니다. 어느 순간에는 하딘에게도 변화가 생깁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하딘의 분위기에 태사가 동화되는 느낌이었다면, 중반부를 넘어서면 테사의 분위기에 하딘이 동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것이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비슷한 취향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이런 작용을 통해서,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에 대한 좋은 이야기와는 별개로 영화 자체는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목적이 확실한 영화입니다. 두 사람의 감정적인 교류와 섬세한 터치와 스킨십을 통한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영화에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 비주얼 좋은 배우들의 출연만으로 만족할 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그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증폭시킬 OST까지. 사실 이런 것들은 이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조금 실망스럽긴 합니다. 그리고 15세 관람가라는 점도 이 영화가 그만큼의 수위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죠. 수위에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노출을 보기 위해서 보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들이 서로의 욕망을 채워주는 장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같이 꺼내어보고, 영화 속 인물과 함께 동화되어서 그 욕망을 간접적으로 해소를 하는 것이 목적이 될 것입니다. 애초에 이 영화가 10대 소녀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확실한 영화라는 점도 그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이 영화는 상당히 뻔하고 진부합니다. 영화 초반부터 어머니와 딸의 갈등을 암시하는 설정이 등장하고, 불량하다고 보이는 인물에게는 의외의 면이 있고, 원래 만나던 남자 친구와는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 패턴입니다. 이런 이야기 패턴은 미국의 중소 영화들을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입니다. 심지어 결말 또한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던 결말이 등장해서 놀랐습니다. 오히려 아니라고 생각했던 결말이 나오니, 역으로 상상치도 못한 결말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매력적인 영화라고 하기에는 다른 영화에서 이미 쓰였던 요소들이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물론, 이미 쓰였다고 무조건 안 좋은 영화는 아니지만, 그것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풀어내거나 제대로 보여줘야 그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데, 그것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사랑의 간지럼 움에 대한 잠깐의 표현은 좋았지만, 105분의 러닝타임 동안 그 잠깐의 순간 때문에 버티고 있을 관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 [애프터]는 타깃층이 정확하게 있는 영화입니다. 때문에 본인이 그 타깃층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관람을 안 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뻔한 줄거리와 조금은 유치한 대사들 그리고 다른 영화를 따라는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들기 때문에 영화의 흐름과 전개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이 둘의 사랑이 제대로 시작하기 만을 바라며 보는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처피 개봉하고 2주 정도 뒤에 온라인으로 나올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집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 리뷰는 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