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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Aug 28. 2019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리뷰

감정보다 앞선 감성

상당히 반가운 영화입니다. 최근 멜로 영화들은 코미디가 결합된 방식의 가볍거나, 장르로 혼입이 되어서 사용되곤 합니다. 이 영화는 90년대 한국 멜로 영화의 전성기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에 볼 수 있었던 느낌의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시대의 사랑하는 방법과 현대의 사랑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 본질에 가까이 다가간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영화


멜로 영화는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주는 영화가 아닌 공감을 주는 영화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특별하게 보여주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멜로 영화는 관객들의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킬 장치들도 필요합니다. [유열의 음악 앨범]은 레트로 감성을 보여주는 영화이기에 실제 90년대를 살았던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9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들과 그 시대를 보여주는 소품의 디테일들은 당시의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은 기분이 듭니다. 이런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요소는 영화에 삽입된 음악입니다. 이것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당시에 발표된 음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모습입니다.


정지우 감독의 이야기처럼 영화에 가사가 있는 음악을 쓰는 경우는 가사로 인해 영화의 내용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이런 사항에 대해서 영화는 정면 돌파를 선택합니다. 영화의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전면으로 내세워서 그 장면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죠.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자유시대, 영원한 사랑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사용된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이들의 심경에 대한 설명을 노래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와 닿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정을 따라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멜로는 감정이 중요한 영화입니다. 한국의 멜로 거장이라고 불리는 허진호 감독의 영화인 [8월의 크리스마스]는 두 인물 표현이 상당히 잘 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인물의 감정 표현은 인물이 슬픈 표정을 지어서 슬퍼 보이는 것과 같은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인물이 울고 있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던 주인공 정원에게 그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없는 이유가 생기고, 자신이 없어지고 남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 하나씩 준비를 하는 과정들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리모컨 사용방법을 알려주는 장면이죠. 그에게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을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이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죠. 

이런 모습은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유명한 장면을 통해서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왜 아버지가 싸준 쌈 하나에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요? 이런 장면은 대사로 표현하지 않아도, 인물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인물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멜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감정을 다룰 때는 이런 식으로 배경을 알고 있어야 이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될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두 상황은 인물의 배경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면, 상당히 예민한 캐릭터도 느껴지거나, 혹은 밥 먹다가 혀를 깨물어서 펑펑 우는 나약한 사람으로 보일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서사를 통해서 감정의 변화 혹은 공감을 위해서는 이 인물들에게 당위성 혹은 상황에 대한 개연성이 필요한 것이죠. 이 영화의 취약한 점이 바로 이런 점입니다. 우연한 계기로 3번의 만남이 이뤄졌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3번 모두 서로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우연하게도 3번 모두 각자 애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3번 모두 비슷한 이유로 헤어집니다.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는 것은 버린 쓰레기를 다시 집으로 들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꺼려하는 일입니다. 만약에 영화가 이런 내용을 다루고 싶었다면, 인물들이 서로를 다시 만나야 하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1년 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너의 결혼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 우연은 승희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우연은 끈질긴 구애를 통해, 승희와 사귀게 되었고 둘은 즐거운 나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승희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승희는 이미 남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우연은 그녀를 포기하지 못하고, 그녀와 다시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이 영화는 첫사랑이라는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중반부 이후에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우연의 순애보 행보가 이해가 되는 것은 우연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전개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학 개론] 또한 그렇습니다.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두 사람의 추억 위주의 이야기로만 전개되어 마음은 크지만, 서툴렀던 그때의 모습을 적절한 추억팔이와 적절한 유머로 잘 보여주고 있죠. 결론적으로 두 영화 모두 영화 속에서 이들이 감정이 생성되는 모습이나 시간이 지나고 재회하게 되는 장면에서 과거의 추억과 현실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두 사람이 감정이 형성되는 과정은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과의 분리도 어정쩡합니다. 제가 영화 [애프터] 리뷰에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폭발할 것 같지만, 천천히’ 이 말은 감정은 끓어오르지만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전에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오는 간질간질함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유열의 음악 앨범]은 불로 달군 프라이팬을 요리하기 직전에 물에 담그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사랑이 올라오려고 하면 그 분위기를 가라앉힙니다. 물론, 이들에게 걸림돌이 있어야 영화가 극적일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걸림돌이 매번 그의 친구들이 되는 것일까요?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영화의 마지막 메시지인 믿음이라는 것과 연관이 되어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미수가 갑자기 현우의 친구들을 찾아간 것과 그런 미수의 행동에 갑자기 발끈하는 것도 매끄러운 연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사건의 결과보다는 인물의 감정이 중요한 영화라는 점에서 사건의 전개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쌓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저는 이 영화를 재밌게 봤습니다. 감정에 대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들기는 했지만,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이런 영화가 반가울뿐더러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추억 여행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곡까지. 생각해보면, 노래가 좋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의 힘보다는 음악의 힘이 큰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영화를 보는 동안은 영화의 분위기와 감정에 취해서 재미있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감정의 힘이 떨어지고, 영화가 끝난 뒤에 곱씹어 보는데 별로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아쉬움은 남지만, 재밌게 본 영화가 될 것 같네요. 


다음 리뷰는 영화 [벌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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