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주 영화 이야기
리뷰 : 전체를 대강 살펴보거나 중요한 내용이나 줄거리를 대강 추려 냄
많은 영화 리뷰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극, 서적 및 TV 프로그램과 여러 제품까지 상당히 많은 양의 리뷰가 존재합니다. 비단 영상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네이버 블로그나 다음 브런치에도 상당히 많은 양의 콘텐츠가 존재하고 있으며, 많은 양의 정보를 영상으로 접한다고 하더라도 글의 수요도 꽤 많습니다. 저도 간단한 정보는 영상이 아닌 글로 소비를 하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시작도 글을 쓰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영상도 글로 이뤄진 구성안이나 큐시트 및 스크립트를 통해서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글 쓰기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무언가를 리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고, 그 영화 내용에 대해 다시 언급하며 정리해주는 정도만 해줘도 리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리뷰보다는 감상문이 조금 더 어렵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정리해서 보여주어도 되지만, 감상문은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이기 때문이죠. 자신의 생각을 적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을 정리를 해야 하고 그것을 표현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감상문을 쓰는 연습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이상 써야만 한다는 분량의 마지노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감상이라는 것이 항상 비슷한 양이 나오지 않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단순히 '재밌어요.'라고만 말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말하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감상을 말하는 것에 두려워합니다. 그냥 재밌어서 재밌다고 하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하니까요.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볼 수 있습니다. 왜 재미있는지.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면서 그 행동이 왜 하는지 모르고 하는 일이 많습니다. 일을 할 때도 그렇지만,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유가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할 뿐, 이유 없는 행동은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재밌다고 느끼는 감정 또한 어떤 부분에서 우리가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그것이 재미있는 것입니다. 재미를 느끼는 것이 이유가 없다면,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것에 재미를 느낄 것입니다.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지점이 각자 다른 이유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친구가 길바닥에 있는 바나나를 밟고 넘어졌습니다. 심하게 넘어진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바나나를 밟고 넘어져서, 크게 다쳤던 적이 있거나 위험에 처했던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 상황을 재밌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무의식적인 기억 속에 각자 다른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들이 쌓여서 성격이나 성질이 되는 것이고, 그 성질이 한 사람의 캐릭터, 개성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모두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리뷰를 쓴다면 그것은 그 사람만의 개성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감상을 느끼게 된 이유까지 써내려 간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렇게 글쓰기를 연습하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리뷰어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칼럼 및 평론에 주관적인 시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런 글을 읽으면서,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에 대해 인지를 하고 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인지하고 읽는다는 겁니다. 때문에, 그 사람과 나를 비교해서 상대적인 기준을 두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독자들은 로맨스를 좋아하지만, 글쓴이는 로맨스를 안 좋아한다고 했을 때 글쓴이의 취향을 감안해서 볼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 신뢰가 쌓여야만 가능한 일이고, 그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일관성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관적이어야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주관적인 글들이 쌓이면, 그 사람의 스토리가 됩니다. 그 사람의 스토리를 우리가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이 조금 더 신뢰가 갈 것입니다. 이것은 아리스토 텔레스가 이야기하는 수사학에서 이야기하는 '에토스'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됩니다.
수사학에서 이야기하는 타인을 설득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로고스(논리), 파토스(감정), 에토스(화자) 중에서 한 가지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에토스'가 가장 실현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신뢰를 받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논리와 감정은 연습하면 실현할 수 있지만, 화자는 쉽게 만들 수 없습니다. 성인이라면 최소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사람이 자기 자신입니다. 그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고,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바꿀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바꿀 수 없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리뷰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같은 내용의 리뷰라도 누군가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거나 혹은 돈을 받고 리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돈을 받고 리뷰하면 억울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다른 분은 자신의 생각과 같다면서 동조를 해주면서, 격려를 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리뷰의 전체 내용을 다 보지도 않고 무작정 비난을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비난하신 부분은 제가 리뷰에서 이미 설명을 한 내용임에도 말이죠.
결국 어떤 식으로 작성하더라도 누군가는 비난을 하고, 누군가는 칭찬과 격려를 해줍니다.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저의 감상을 즐기자는 것입니다. 최근 영화 [알라딘]을 보면서 자괴감이 든 적이 있습니다. 영화는 너무 재밌었지만, 그런 영화를 즐기기보다는 분석하려는 저의 태도가 안쓰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어느 순간은 영화를 즐기기보다는 과제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를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영화를 보는 동안 메모를 한다고 합니다. 허벅지에 접은 A4용지를 두고, 눈을 영화를 보면서 손으로는 영화의 주요 포인트나 대사 및 순간 들었던 생각에 대해 적는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해보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도 영화를 보면서, 메모를 하거나 분석하는 태도로 보지는 않습니다. 영화 중간에 쓰고 싶은 내용이 떠오르기도 크게 담아두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영화의 감상을 머리 속에서 정리합니다. 혹은 핸드폰에서 메모를 하기도 합니다.
영화에 대한 분석은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이는 VOD로 출시된 뒤에 영화를 세세하게 보거나, 메모를 하면서 보는 등과 같이 신경을 쓰고 보면 보이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감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만의 감상이 존재할 수도 있고,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감정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가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들었던 생각이나 감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랬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감상을 똑같이 느낀 분이라면 저의 글을 통해서 공감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이라면 새로운 시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감상이 다르다고 그냥 비난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아직도 틀림과 다름을 구분 못하시는 분이 있다니…
(참고로 일본은 틀림과 다름은 같은 한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용해서 쓰는 것은 일재의 잔재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결론적으로는 저는 영화를 보면서 저의 감상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합니다. 제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저의 개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제 감정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제가 가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도 자신의 감상에 대해서 잘 표현한다면, 좋은 리뷰어가 될 수 있습니다. 분석과 의심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집중해보는 영화 관람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