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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Sep 29. 2019

앞 뒤가 전혀 다른 SF 영화

영화 [레플리카] 리뷰

결말에 대한 언급 포함


복제인간이라는 존재는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신기한 존재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복제인간은 미래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걱정 어린 시선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일랜드]에서는 복제 인간이 활성화된다면 생길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채피]에서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데이터화 할 수 있다는 상상을 통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영화 [레플리카]는 이런 상상들이 복잡적으로 합쳐져 복제인간에게 다른 사람의 기억을 심을 수 있다는 상상으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생각의 복제


영화의 설정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복제 인간에 대한 설정은 오래전부터 영화의 좋은 소재였고, 지금까지도 좋은 소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서 사람의 기억을 옮기고 심을 수 있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윌은 바이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그의 아내인 모나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지만, 가치관에서는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나 윌은 회사에서 사람의 생각을 로봇에게 심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개발이 된다면, 죽은 사람도 로봇의 몸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복제가 불법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인간의 삶을 연장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의 사고로 인해서 죽은 가족의 기억들을 복제 인간에 심어서 그 전과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겠다는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복제하는 것에 대해서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와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윌  은 가족들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의 희생이 필요한 순간을 표현한 장면이나 복제된 이후의 로봇 같은 느낌이 드는 그들의 모습은 인간이지만 인간이라 부르기 애매한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소재를 이용하여서, 윌에게 신이 할 만한 고민거리를 주고 있습니다. 누구를 살릴 것인가, 사람을 새로 만드는 것과 어떤 기억을 심어주고, 어떤 기억을 지울 것인가 등 한 사람의 인생을 빌 마음대로 조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은 영화의 초반에 이야기하려는 주제와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장면으로 영화가 복제인간과 기억의 조작 등과 같이 기술의 발달로 생기는 생명 윤리적 문제에 대한 고민을 잘 표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소재는 좋지만


소재는 상당히 좋지만 영화는 그리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영화 초반에 말하려는 듯한 이야기와 영화 후반의 이야기의 방향이 다르게 느껴져서 이 영화는 최종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가 말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복제인간은 윤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언젠가는 활용될 것이고, 모두 만족할 것이다’로 느껴집니다. 

진지하게 윤리적인 문제를 다룰 것 같던 이 영화는 결말에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하는 것처럼 그런 것을 현실화시키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물론, 이 장면은 사람이 로봇을 만들고, 로봇이 사람들 만들 수도 있다는 상상을 보여주는 장면일 것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영화가 이야기했던 내용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초반에 수상하게 여겨지는 점들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가족들이 복제된 이후에 모나가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이 장면 이후 이런 현상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면이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을 보고 나면, 영화 초반에 이들이 하는 걱정은 별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빌의 아내인 모나는 병원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병원에서 일하는 모습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설정은 단순히 빌과의 가치적 충돌을 잠깐 보여주기 위함과 클라이맥스에서 사건 해결을 위한 하나의 장치로만 사용됩니다. 


SF 영화같이 보이기 위해서 홀로그램을 사용하는 장면 등을 넣기도 했는데, 굳이 들어간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보는 즐거움을 위해서만 만들어지고, 홀로그램을 통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을 설명하는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정리하자면 


키아누 리브스라는 아주 좋은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과 미래 과학의 윤리적인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은 이 영화가 출발 자체는 상당히 좋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초반까지도 영화가 자기고 있는 가치관이나 주제 의식을 잘 전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영화는 초반 목적지와는 다른 곳에 도착했습니다. 영화의 후반에 반전처럼 등장하는 비밀도 그리 극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 비밀은 상당히 중요한 장치입니다. 영화의 초, 중반에 보여준 이야기들에 의문스러운 점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죠.


100세 시대라는 말과 함께 인간은 과거보다 더 긴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생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고민들이 생겨나게 되고, 그 고민들 때문에 오래 사는 것은 꼭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도 많이 늘었습니다. 인간의 생이 늘어난다면 무조건 행복해지는 것인지는 개개인의 생각에 따라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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