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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16. 2019

밝다고 가벼운 것은 아니기에

영화 [디어 마이 프렌드] 리뷰

그때 네가 왔다. 문장을 풀이를 해보자면, 그동안 몰랐던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서, 내가 새롭게 시작을 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문장은 [디어 마이 프렌드]의 원어 제목을 직역한 것입니다. 장난스러운 느낌이 강할 것 같지만, 이 영화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있는 영화입니다. 





틴에이지 영화


유쾌 발랄한 틴에이지 영화일 것만 같은 영화는 의외로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의 초반에 보여주는 모습은 상당히 틴에이지 영화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모습이 조금은 과도하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영화의 주인공인 스카이가 있습니다. 그녀의 모습이 때로는 과도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조금 더 과장해서 보여주는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이 과장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 영화는 밝은 분위기의 영화보다는 성장 영화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고, 남자 주인공인 캘빈이 상당히 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굳이 과장하지 않더라도 스카이는 돋보이는 인물입니다.


캘빈은 다른 의미에서 텐 에이지 영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성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는 건강 염려증을 가지고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인물의 모습이 마냥 철없는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멋있어 보이기 위한 허세가 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인 것이죠.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는 건강 염려증이 아니라, 아팠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 염려증이라면,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며 좋은 음식만 먹고, 운동을 하였을 텐데 그런 모습은 영화 속에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캘빈에게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그런 캘빈의 모습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습은 발랄한 모습이 아닌 인물들이 성장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탄생과 죽음 사이 (스포일러)


영화의 가장 큰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두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곳은 서포트 모임입니다. 흔히 말하는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곳이죠. 캘빈과 스카이는 암 환자들의 모임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보게 된 스카이는 상당히 자유로운 모습을 보입니다. 방황하고 불량해 보이는 10대의 전형처럼 보입니다. 머리의 색을 자주 바꿔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으려 하는 인물입니다. 

스카이는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을 보여주는 캘빈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영화의 시작이 되는 부분이죠. 실제로 스카이는 암을 가지고 있는 환자입니다. 캘빈은 암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캘빈이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죠.


영화는 성격적으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두 인물이 친해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이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순 외모나 성격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이죠. 캘빈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염려 혹은 죽음을 바라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카이는 실제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죠.

일반적인 시각에서 두 인물은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캘빈의 모습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 같은 모습이고, 스카이의 모습은 죽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이죠. 캘빈을 서포트 프로그램에 보낸 이유는 실제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고, 죽음의 무게를 느끼게 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캘빈은 나은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캘빈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그에 비하면 스카이는 죽음을 앞두고 있음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합니다. 아직까지 그녀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죠. 그 이유가 바로 버킷리스트입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마무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죽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킷 리스트의 실현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것이죠. 단순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는 것, 그 이상의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캘빈이 스카이의 버킷 리스트를 함께 한다는 것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추정을 해보면, 스카이의 과거는 캘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아직 이성과 성관계를 가져보지 못했다는 것과 그녀의 모습이 상당히 불량 청소년 같은 모습이라는 것은 그녀가 이전까지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영화의 중반 이후 등장하는 그녀의 모습은 항암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전혀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영화의 초반에 머리 색이 자주 바뀌는 것이 복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다이 리스트라 부르는 버킷 리스트를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스카이의 상태는 더더욱 안 좋아집니다. 그리고 캘빈의 조카가 태어난 날, 스카이의 상태가 악화됩니다. 스카이는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게 됩니다. 한 날에 새로운 가족의 탄생과 친구의 죽음이 함께 다가온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캘빈은 크게 좋아하지 못합니다. 이를 통해서, 누군가가 태어났다는 기쁨보다는 누군가가 떠나가는 것이 더 큰 감정적 동요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카이와 버킷 리스트를 이뤄가면서 캘빈은 죽음에 대한 생각에 변화를 맞이합니다. 사실 캘빈에게는 쌍둥이 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쌍둥이 동생은 과거의 사고에 의해서 죽게 된 것이죠. 그 이후로 어머니는 큰 충격에 빠져 살고 있고, 동생의 죽음 이후 캘빈은 한 번도 생일 파티를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한 모습은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캘빈 또한 어머니의 그러한 모습을 통해서 자신이 빨리 죽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어린 나이에 주변 사람의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캘빈은 스카이와의 시간을 보내면서 많이 변화했습니다. 과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죽음에 대한 생각과 많은 것이 변했을 것입니다. 스카이가 죽음을 핑계 삼아서 많은 일들을 해보고, 용기를 가지는 것을 보면, 캘빈은 죽음을 핑계 삼아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캘빈도 용기를 냅니다. 그 시작이 바로 이지와의 관계일 것입니다.

스카이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 아니라 자신을 도와주는 캘빈을 위해서 행동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캘빈과 이지는 함께 할 때마다 스카이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스카이가 참 고마운 친구일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영화는 두 주인공의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어서, 상당히 집중력 있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이들의 외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하고, 주제와 연관 있는 이들의 상처와 생각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조금 길게 느껴집니다.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9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음에도 영화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 이유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생각보다 일찍 공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무게중심이 비교적 앞 쪽에 쏠려 있어서 영화의 초반에는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지만, 그 이야기를 정리해야 하는 뒷 쪽에서는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영화에서 스카이를 연기한 ‘메이지 윌리암스’보다 이지를 연기한 ‘니나 도브레브’에게 관심이 더 가게 됩니다. 배우의 매력 혹은 개인의 취향 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스카이가 영화 내에서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과도함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두 배우 모두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포장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영화를 보면 두 배우 모두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다만, 영화의 캐릭터가 과도했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틴에이지 영화는 항상 밝은 모습만 등장한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10대는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많은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들은 본인을 성장시키는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고민과 가치관의 변화들을 성장이라는 코드 그리고 죽음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조금 일찍 죽음과 맞이하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영화를 보는 어른들도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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