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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16. 2019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

영화 [재혼의 기술] 리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용기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사랑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재혼이라는 말은 과거에 비해 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모두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혼을 했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혼을 한다는 것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경호(임원희)라는 인물이 재혼을 하는 것에 망설이는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첫인상


영화는 다른 화제성을 가지고 있던 영화입니다. 영화의 주연인 임원희 배우가 출연 중인 [미운 우리 새끼]에서 촬영 현장이 공개된 적이 있기 때문이죠. 당시 조성규 감독과 임원희 배우 그리고 김강현 배우 모두 이혼을 했다는 것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영화의 개봉 예정 소식과 함께 접했던 포스터와 영화의 소개를 봤을 때는 그저 그런 뻔한 영화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첫인상부터 상당히 개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대사들과 영화 속 코미디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 짓게 만듭니다. 웬만한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미소 한 번 띄지 않은 경우가 많은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꽤 웃으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이 영화의 장르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인물들의 모습들이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모습은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이러한 상황이 생기는 것은 이 인물들이 현실에서 보이는 인물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인물에 적응을 하게 된다는 것은 이 인물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 인물이고, 영화 속에서 일관성을 보인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웃음 포인트는 대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일부 대사들을 보면,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사들에서 라임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라임을 통해서 관객들을 웃기게 하면서도 인물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경호와 현수(김강현)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극 중 에피소드도 짧게 같은 상황을 반복시켜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반복이 지루하게 여러 번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허당 같은 이미지를 잘 이용하여서 영화는 괜찮은 코미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 덕분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현실적인 공감


영화 [재혼의 기술]이 매력적인 이유는 영화의 내용이 현실적이라는 것이 가장 클 것입니다. 먼저 이야기한 코미디 요소들도 모두 현실적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일반적인 로맨스가 아니라 이혼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의 로맨스로 만든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영화 속 경호라는 인물이 자신의 감정을 내세워서 사랑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설명이 되는 배경입니다.


아직 어리고 결혼을 안 한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크게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나 상대방의 상황보다는 현재 느끼는 감정에 조금 더 충실해지는 것이죠. 드라마나 기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보여준 점이 이러한 점입니다. 현실에서는 감정은 있지만, 상황이 안되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생길 수 있는데, 로맨틱 코미디는 그러한 상황을 버리고 감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로맨틱 코미디는 나름 판타지 같은 작용을 했습니다. 현실에서 하지 못한 사랑을 대신 이뤄주는 것이죠.


그에 비하면 [재혼의 기술]은 상당히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서 이들이 하는 행동이 현실의 이야기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캐릭터들을 영리하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의 배경으로 나누어 본다면, 경호라는 인물과 경호가 좋아하는 여성은 모두 이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현실적이고 감정보다는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들입니다. 그에 비해, 경호의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현수와 은정(박해빛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직은 미혼인 인물입니다. 이 두 그룹의 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대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험의 차이


특히나 경호와 현수는 영화 내내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경호와 친한 동생인 철없는 캐릭터인 현수는 비교적 감정에 충실한 편입니다. 이러한 점은 두 사람이 하는 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현수는 ‘물 길을 내야 한다’라고 말을 하고, 경호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라고 말을 합니다. 현수는 자신의 감정이 존재한다면, 그 감정을 향해서 달려가는 것이 중요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경호는 주변 상황에 맞게 자연스러운 흐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이런 인물들의 반대되는 성향을 통해서 영화는 지속적인 충돌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충돌은 수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큰 진폭의 움직임이 아니라 수평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때문에 영화가 극적이지는 않더라도, 강약의 조절이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큰 사건이 아니라, 작은 사건들이 조금씩 상황을 바꾸어 가는 것이죠.

은정이라는 인물도 현수라는 인물과 비슷한 성향을 보여줍니다. 은정이 좋아하는 인물도 비슷한 느낌이 보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이 인물은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감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혼의 경험이 있는 인물들은 상황의 변화에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감정이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변화 때문에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그 사람의 진심일 것입니다. 그 진심은 나이와 경험이 많을수록 무거워지는 것이고, 무게가 늘어날수록 태도는 점점 더 신중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호라는 인물이 감정 표현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임이라는 것과 이혼을 했다는 경력이 상대방에게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아니라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은 사랑


그럼에도 이 영화는 대체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모습을 담는 영화들은 대게 비극적인 모습이나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상황에 사이다 같은 발언과 행동을 보여주려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현실적이지만 긍정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려는 노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서울에 살던 경호가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존재합니다. 미술을 전공한 그가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원을 받게 된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그가 살던 지역에 있는 이기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 등장합니다. 살고 있는 사람과 고향 사람에 대한 차별로 인해서 그 지원을 못 받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다소 비극적인 이야기 혹은 사회 고발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것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처럼 비치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요 인물들 모두 타향 사람이고 그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영화의 주요한 요소이기도합니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인 동향 사람에 대한 이기주의가 아니라 낯선 곳에서 서로에게 위로를 하며 살아가는 이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사랑이라는 것과 동일 선상에서 두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람들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편이 되어 준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영화의 경호도 그녀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죠.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다 주고,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이러한 형태는 경호가 어떤 환경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사랑이라는 모습은 같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사랑은 모두 다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인물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상황이더라도 이들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이나 계기들은 모두 비슷하다는 것이죠. 영화 속에서 경호라는 인물이 자신의 상황을 핑계 삼아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런 인물을 도와주는 인물은 경호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인물인 현수라는 것이죠. 

만약에 현수라는 인물도 이혼의 경험이 있다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경호를 도와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냥 술이나 마시면서 경호의 상황에 공감 정도는 해줄 수 있겠죠. 하지만, 현수는 그런 인물이 아닙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수는 헤어진 경험이 많다고 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겠죠. 이혼이라는 것도 한 사람과 만난 이후에 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혼이라는 형태로 묶였었기 때문에 이혼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결국 재혼이던, 초혼이던 그 사랑은 모두 같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호가 가지고 있던 무거운 책임이었던 이혼이라는 핑계를 현수는 상당히 가볍게 보는 것이죠. 현수는 그런 경호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호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은 이해할 수 있겠죠.

영화의 결말을 보았을 때는, 현수가 경호에게 많은 도움을 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믿음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된 것이죠. 그러한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에 혹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호감일 것입니다. 상대방을 좋은 모습으로 보는 것이죠. 하지만, 사랑은 그 이상의 고차원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잡적으로 작용하는 하나의 현상 같은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계산을 통해서 이뤄지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죠.




정리하자면 


크게 빛날 영화는 아니지만, 관심을 가져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큰 규모의 영화들 사이에서 마치 드라마 스페셜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모습은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임원희, 김강현, 윤진서라는 탄탄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꿇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박해빛나 배우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아직은 신인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그녀의 모습은 다소 칙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영화의 활력을 불어넣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은정이라는 캐릭터가 분위기를 위해서만 만들어진 캐릭터는 아닙니다. 이 영화의 경호라는 인물을 더 빛나게 해주는 역할인 것이죠. 그 이유는 영화를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이혼이라는 경험을 영화는 인물의 단점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중반부를 넘어가면 이 인물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잊게 됩니다. 관객들도 그의 배경이 아닌 경호라는 인물로만 보는 것이죠.

두 번째 우려낸 녹차가 더 깊은 맛을 낸다는 것처럼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더 깊은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영화는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말하는 재혼의 기술이라는 것은 결국 영화 내내 말하는 연애의 기술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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