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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19. 2018

[영화] 퍼스트맨

노력은 꿈을 배신하지 않는다

 우주를 다룬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다대부분의 우주 영화는 미래를 다루고 있다현재는 할 수 없지만 미래에 할 수 있다는 상상으로 영화를 만든다이 영화는 과거를 다루고 있다때문에조금 더 현실적인 우주를 다룬 영화라고 할 수 있다마치사극을 보는 것 같은 영화다영화 [퍼스트 맨]은 인류 최초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위플래시], [라라랜드]를 연출한 데미언 셔젤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할 이야기가 많다영화를 보고 나온 후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간단하게 정리를 한 것이 1페이지를 채웠다. 이 글도 엄청 길 것을 예상한다. 


이 글은 [퍼스트 맨]의 결말 및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영화 [얼라이드], [덩케르크], [그래비티], [인터스텔라]에 대한 내용 언급이 있습니다. 

이 글은  [위플래시], [라라랜드]에 대한 결말의 방식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퍼스트 맨]을 보고 느낀 것은 크게 2가지가 있다.


1.     데미언 셔젤은 진짜 천재적인 감독이다.

2.     미국은 영화로 할 이야기가 많아서 좋겠다.

 

두 번째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한국에서는 왜 이런 영화를 못 만드냐는 종종 한다사실이런 영화는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우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한국에서 우주 영화가 나오기는 어려운 편이다자료조사나 영화 속 설정이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또한우주의 움직임을 찍기 위한 장비도 부족한 편이다미국은 대부분의 기술이 상위권에 있는 나라다덕분에 영화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도 많고영화의 소재로 쓸 수 있는 사례도 많다우주 영화와 더불어 전 세계의 위기가 찾아와도 미국은 그 위기에서 전 세계를 구할만한 능력이 있다이것이 영화 속에서 당위성을 만든다.

[퍼스트 맨또한 그런 맥락에서 미국에서만 만들 수 있는 영화다. NASA라는 전 세계 최고의 우주연구기관이 있고이 NASA는 많은 영화에서 등장한다. [인터스텔라], [그래비티모두 NASA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다.

 

 [퍼스트 맨]은 데미언 셔젤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반사를 통한 연출이다영화의 초반부터 닐의 헬멧에 반사된 지구가 보인다그 외에도 많은 장면에서 유리에 반사된 빛을 통해 물체의 형체를 보여줘 인물이 무엇을 보는지 한 화면에 보여준다이것은 한 화면에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동경으로 표현된다.

 

특히영화 초반부에 비행기의 고도 조절 실패로 점점 고도가 높아지다 어느 순간 그는 지구 너머에서 태양의 빛을 보게 된다이것이 화면에서는 닐의 헬멧이 반사되어 보인다그리고 보이는 그의 표정은 그가 우주비행사에 도전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게 된다그 외에서 많은 부분에서 이런 연출이 쓰인다.

 

음악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전작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모두 음악 영화그중에서도 재즈를 다룬 영화였다그리고그와 함께하는 음악을 정말 아주 정말 잘 활용한다거기에 그와 대학 동문인 저스틴 하위츠가 이번 영화에도 참여했다두 편의 영화로 음악감독으로써 이름을 알린 그가 우주영화에서는 어떤 음악을 보여줄지 기대했다대표적인 우주영화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를 보면두 영화 모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았다그리고 두 영화 모두우주의 신비로움과 무서움을 음악으로 잘 표현한 영화다두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데미언 셔젤 역시 음악을 아주 잘 쓰는 감독이다잘 쓰는 것이 적절한 음악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안 쓰기 위한 사용을 아주 잘 한다. [퍼스트 맨]을 통해 가장 감탄한 지점이다이 점은 영화를 보면서는 느끼지 못했다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상영관을 나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이 영화는 음악이 거의 없다있긴 있는데그 음악의 역할이 크지 않다이 음악을 쓰지 않으면서 얻어지는 효과는 천차만별이다이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나는 영화는 [얼라이드]. [노인을 위한 나라]가 음악이 안 쓰인 것으로 유명하지만이것은 음악을 안 쓴 경우다. [얼라이드]는 음악 활용이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음악 자체가 훌륭하기보다는 음악을 사용해야 할 곳에서 사용을 안 함으로써 얻어지는 더 큰 집중력과 긴장감이 대단한 영화다좋은 음악보다는 음악을 사용과 중간에 들어가는 침묵이 이 영화를 더욱 우아하고 매력적으로 만든다.

[퍼스트 맨또한 그렇다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달 착륙 장면이다애초에 음악 자체가 잘 없는 영화지만이 장면에서도 음악은 나오지 않는다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더 큰 집중을 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지만 이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안 쓰는 이유가 분명하다영화 전체적으로 보면이 영화는 특정 인물의 감정에 호소하는 영화가 아니다때문에인물의 감정이 과하게 표현하지 않는다신파적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인터스텔라]처럼 아버지가 우주에 간다고 우는 사람은 없다저마다의 생각은 있겠지만 그것을 슬프게 표현하거나 감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이 영화는 어떤 감정이 들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때문에특정 장면에서 인물이 어떤 감정을 가질 때 그것을 음악으로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들에게 영화 속 인물이 가질 감정에 대해 느낄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다영화 전체적으로 이런 공백들이 많다관객들이 스스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그것을 인물이 과도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다만우리는 추측할 뿐이다그 추측은 아마 비슷할 것이다그가 느낄 두려움이나 공포하지만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과거 동료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는 노력 등 그 복잡한 감정을 영화는 연출로 표현할 수 없다다만보여줄 뿐이다그 상황들을 보여줌으로써 닐이 가질 감정에 대해 관객 스스로 느낄 수 있게끔 말이다.

 

이것은 단순히슬픔기쁨 등 단어로 표현되는 감정이 아니다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쉽게 설명할 수 없다그 많은 시간과 희생을 통해 얻어지는 이 감정을 어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때문에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엄청나게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아무 말없이 서로의 눈빛으로 서로를 이해하며감정을 교환하는 장면이다. [위플래쉬]와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처럼 이들은 말없이 눈빛으로 서로의 감정을 공유했다이런 엔딩은 데미언 셔젤의 시그니처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백 마디 말보다더 감동적인 눈 맞춤을 보여주는 감독이다.

 

단순히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감독이 얼마나 많은 것에 신경 쓰고 있는지에 대해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보면서라이언 고슬링의 동공까지 연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우주선 내부의 모습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들이 이동하는 것이 빛의 방향에 의해서 보인다때문에빛이 들어왔다 없어졌다 하는 장면이 많다이 부분에서 영화는 인물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표정이 아니라 눈으로 보여주고 있다눈의 반사되는 빛과 그들의 눈동자의 움직임 그리고 동공이 수축되는 그 느낌까지도 영화에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우주선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한 경우 관객들에게 멀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필자도 멀미를 잘하는 편이라이런 장면이 나올 때 살짝 고통스럽기도 하다이 현상 때문에 3D영화를 꺼리기도 한다그런데, [퍼스트 맨]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은 안 들었다적당하게 잘 표현한 것 같다그들의 고통이 느껴지지만 과도하지 않다생각해보면이 영화는 과도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아주 큰 교훈을 주려고 하지도 않고이들이 우주로 가기 위한 것이 아주 대단한 일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영화 중간에 국가의 우주 사업에 반기를 든 흑인들의 랩을 보여주는 걸 보면데미언 셔젤은 얻는 것이 있으면잃는 것도 있다.’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전작들도 모두 그래왔고이 영화에서도 그렇다.

 

그의 영화는 항상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퍼스트 맨또한 닐 암스트롱의 꿈어쩌면 미국이라는 국가가 가진 꿈에 대한 이야기다그리고 그것이 데미언 셔젤이 항상 하고 있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미국은 단순히소련보다 우주기술이 앞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NASA를 만들고 투자해왔다그렇다면우주인들은 왜 그런 프로젝트에 기꺼이 참여하는 것일까?

최근히말라야 원정대의 사고 소식을 접했다그들은 왜 죽음을 각오하면서도 산에 오르려고 하는 것일까이것에 대한 답은 엄홍길 대장의 이야기에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산이 있기 때문에 제가 존재하는 것이고제가 있음으로 해서 산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서는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기에 각오를 하는 것이다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다그럼에도그들이 그렇게 도전하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일이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일이기 그렇다그리고 그것을 버텨내면인류의 역사에 기억에 남는 사람그보다 스스로의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 그리고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그 과정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몇 번을 겪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닐 또한 많은 동료들이 닐의 곁을 떠났음에도 동료의 죽음을 누구보다 마음 아파한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그가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동료들의 희생을 치룬 뒤에는 대가가 따르지 않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그런 질문을 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나요?

 

그 누가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희생을 하려고 하겠는가다만그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이다닐 역시 많은 동료를 떠나보내면서 그들을 위한 것은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꿈을 이뤄가면서 희생되는 것들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닐 암스트롱이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사람이 되기 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이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다때문에영화는 오락적 요소보다는 다큐같은 요소가 많다과거 [덩케르크]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전쟁영화의 화려함을 생각하고 온 관객들에게 다큐 같은 담담한 시선의 영화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때문에 [덩케르크]는 270만이라는 기대보다는 낮은 관객을 동원했다.

 

우주는 미지의 공간으로 표현된다이 영화에서는 그 우주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보다는 달 착륙이라는 목표가 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때문에영화 마지막 달 착륙 시퀀스는 정말 엄청난 감정을 선사한다사실 이것은 용산 CGV 아이맥스에서 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영화 개봉 전부터 70mm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 알려져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아이맥스 예매 전쟁이 이미 예고되었다특히레이저 아이맥스 상영관을 가지고 있는 용산 CGV는 타 아이맥스 관에서 지원하지 않는 1.43:1의 화면비를 제공한다그야말로 광활한 화면크기다이것은 일반 상영관에서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실제로 이 영화에서 1.43:1의 화면비가 나오는 장면은 7분 정도로 영화 전체 길이의 4% 정도로 적은 분량이다하지만이 화면비로 바뀌는 순간 느껴지는 감동은 그 이상이다이것을 영리하게 잘 활용한 감독이 대단하다실제로 전 장면을 아이맥스로 찍었을 때그 돈은 어마어마하다하지만다른 우주영화에 비해 적은 제작비로 제작된 [퍼스트 맨]은 그 효과를 제대로 살렸다뿐만 아니라이 영화 곳곳에서 연출을 통한 화면비 변화가 보인다이를 통해영화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이 부분에서도 감독의 천재성이 아주 돋보인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이다하지만 그것보다 더 마음에 와닿았던 장면은 닐 암스트롱이 우주선을 타러 가면서 사람들에게 격려를 받는 장면이다.

 

저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입니다.”


라는 대사처럼사람들은 그들을 응원해준다그들이 영웅이라서 라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자에 대한 찬사가 아닐까 싶다유튜브를 찾아보면실제로 그들이 우주선을 탈 때 찍었던 기사 장면이 있다이 장면을 보면서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그전까지 긴장된 마음으로 식사를 하던 그들이 사람들의 격려를 받으며 웃는다그들에게는 엄청난 힘이 되는 격려였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 속에서 기억에 남는 요소는 닐 암스트롱의 아들이다아들들에게 달에 간다고 이야기도 안 하고 떠나려고 한다그의 아내인 자넷이 억지로 이야기하도록 한다어쩌면 그의 마지막 모습이 될 수 있는 순간을 아들들에게 기억하고 싶었을 것이다그렇게 자리를 만들어도닐은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하지만아들들은 이미 그런 아비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아들 둘은 닐이 달에 간다고 하여도 슬퍼하지 않는다떼를 쓰고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인데감정을 아낀다닐도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던 것일까아버지 닐 암스트롱을 닮았다그의 아들이 엄마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나가 놀아도 돼요?”


닐 암스트롱만큼이나 모험심이 강한 아이인 것 같다.

 

 

이 영화는 한 마디로 감독의 천재성이 느껴지는 영화다우주의 화려함보다는 달 착륙이라는 목표를 향한 노력과 몸부림을 보여주고 싶어했다때문에우주에 대한 공포심에 조금 더 집중했다우주선 내부를 좁게 하여광활한 우주와 대비되도록 연출했고실제로 우주선의 대시보드를 공부하여 버튼의 위치 및 조작 방법까지 영화에 담아내었다그도 CG 없이 찍고 싶어 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실제로 우주선을 모두 제작하였고달 착륙 장면도 세트가 아닌 채석장을 찾아서 야간에 촬영하였다조명을 이용해태양을 연출하였다


 또한영화 초반부는 16mm로 촬영하고 닐 암스트롱이 NASA에 들어간 후에는 35mm, 달은 70mm로 촬영하여 시각적 대비 효과를 주었다. NASA도 [퍼스트 맨]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줬고관제센터 및 훈련장비 등에 대한 재현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우주선 외부로 보이는 우주 배경은 NASA로부터 제공받은 실제 우주 영상이다이는 CG로 합성된 것이 아니라우주선 세트 외부에 LED 화면을 설치하여 LED를 통해 영상을 재생 후 촬영했다고 한다이 영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 보여줌과 동시에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한국에서 이렇게까지 하면서 영화를 만들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 노력만큼 [퍼스트 맨]은 잘 만들어진 영화다흥행에서는 아쉬운 성적이 나올 것 같지만이 영화가 보여주는 꿈을 위한 노력이라는 코드는 아주 잘 보여줬다그들은 엄청난 노력으로 꿈을 이뤘다닐 암스트롱도데미안 세젤도.

 

 

5 / 5  노력은 꿈을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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