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면에서 위로가 되는 드라마
드라마를 보기 전부터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적은 처음이다. 2016년 방영 당시부터 알았던 드라마지만,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봐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서 드라마에 대한 시작을 꺼려 하고 있었다. 괜히 챙겨봐야 하는 의무감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그럼 의무감이 적어진 상태다. 책이던, 드라마던, 영화던 끝까지 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덜었다. 그냥 보다가 재미없으면 안 본다는 생각을 하니 훨씬 부담이 적었다. 또, 시청 환경이 당시에 비해 지금은 넷플릭스나 왓챠 같이 SVOD가 잘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보게 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그렇게, 많은 변화로 보게 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오랜만에 본 일본 드라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재밌다.
이 드라마가 재밌는 이유는 인물의 캐릭터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캐릭터의 개성이 아주 중요하다. ‘아라가키 유이’라는 엄청난 매력을 가진 여배우가 등장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은 캐릭터는 ‘호시노 겐’이 연기한 츠자키 히라마사다. 이 캐릭터는 신기한 캐릭터다. 드라마에서 이런 캐릭터를, 더 나아가서는 이런 배우를 본 적이 없다.
드라마인데, 이 배우는 연기를 하는 것 같지 않다.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고, 혼자 발연기를 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이 히라마사가 정점 좋아진다. 호시노 겐 배우가 연기를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점점 매력적이고, 귀엽게 느껴진다. 이 느낌은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이해할 것 같다. 초반부에는 미쿠리의 편에서 드라마를 보다가, 점점 츠자키의 편에 서게 된다. 정말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다.
드라마 중간중간 미쿠리의 망상이 나온다. 이 망상이 드라마가 톡톡 튀는 드라마로 만든다. 그런데 이 망상이 아주 정성스럽다. 드라마의 전체로 보면,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 수 있는데 엄청 노력해서 만들었다는 것이 보인다. 이 정성이 너무 귀여워서 망상이 자주 나왔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이 드라마가 인상적인 이유는 저렇게 볼거리도 많고, 가볍게 볼 수 있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을 깊게 다루기에는 시간도 모자라고 다루는 문제도 많다. 노사관계, 주부의 노동, 부부의 사랑, 인간관계, 자존감, 자존심, 싱글맘, 동성애 그 외에 많은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런 문제들을 이야기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드라마 속 인물이 현실의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는 기분이 든다. 더불어, 인물들이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는 내레이션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다. ‘난 미쿠리 같은 사람일까, 츠자키 같은 사람일까’. 지금은 츠자키 같은 사람이지만, 과거의 우리는 미쿠리 같은 사람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유리가 포지티브 몬스터에게 한 말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누군가에게 나이를 먹었다고 욕하는 것은 미래의 자신에게 욕을 하는 것이다. 라는 의미의 말을 했는데, 그렇게 생각해보면 두 인물이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사회생활을 오래 할수록 차가워지고, 냉담해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드라마의 제목처럼 도망치는 건 부끄러운 일이지만, 도움이 되는 일이다.
드라마 보면서 정말 행복했다. 팍팍하던 인생에서 이렇게 즐겁게 살던 것은 오랜만이다.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고, 이 드라마를 보기를 기다렸다. 보면서, 나도 모르게 탄성도 지르고 얼마나 많은 웃음 지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드라마가 11회 밖에 안되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최근에 알았는데, 이 드라마의 엔딩곡인 ‘코이’ 한국음원사이트에는 이 노래가 없다. 관계자분들 보고 있으면 제발 ‘코이’ 좀 올려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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