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니, 빛나던 시절이더라
당신의 황금시대는 언제인가요?
이 영화는 나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것 같다. 좋았던 시절이라고 생각하고, 그 때로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절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꿈같은 판타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판타지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도 함께 말하고 있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길은 1920년대를 동경하는 소설가다. 파리를 사랑하고, 예술적으로 풍성했던 1920년대를 좋아한다. 한국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IMF 외환위기 극복 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같았던 시기가 있었다. 월드컵 4강에 진출하고, 남북정상회담도 하게 되면서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개인적인 기억에는 그때가 마냥 좋았던 시기를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던 것이다.
우리가 학창시절을 추억하면서, 그때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우리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공부하기는 싫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 했다. 어른이 된 지름은 어른이라고 자유롭지만은 않고, 그 자유라는 것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책임이라는 것이 무거운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가 자세한 내막을 몰랐기에 가졌던 막연한 기대였다.
몰랐기에 아름다웠던 그 시기를 이 영화 속에서 길은 체험하고 있다. 비 오는 파리를 좋아하는 길은 1920년대 다양한 예술이 꽃피웠던 시절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가 1920년대로 돌아가게 될 때, 그것을 판타지처럼 표현했다. 처음에는 그럴 것이다. 그 시절을 사랑하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1890년대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렇게 우연히 돌아가게 된 1890년대에서는 르네상스 시대를 그리워한다. 생각해보면 지금 이 시간도 지나고 하면 누군가에게는 황금 같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위해서는 알아야 될 사실들이 꾀 있는 편이다. 1920년대 역사상을 이해를 어느 정도 하고 있어야 이 영화가 완벽하게 이해가 된다. 물론, 그 역사상의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아니다. 길이라는 인물이 자신이 원하던, 시대에 살면서 겪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더 크다. 그리고 현실에 돌아왔을 때, 과거의 좋은 기억만 가지고 현실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으로 말하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현실과 과거는 다를 것이 없다. 달라진 것은 같이 있는 사람뿐이다. 결국, 사람의 문제는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자신과 약혼한 이네즈는 자신을 무시하기만 한다. 현학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한 폴이 이 영화에서 길과 반대되는 역할을 보여준다. 현실에 사람들은 길을 무시하는 사람뿐이다. 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가치관에 대해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다. 1920년대에는 그런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여기서는 길의 태도도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헤밍웨이를 보면서 그에게 엄청난 팬이라고 찬사를 보낸다. 자신을 보며, 칭찬을 해주는 사람에게 무엇이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 아니겠는가? 현실에서 길은 어떤 사람에게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잘난척하는 폴이 싫었던 것이고, 그런 폴의 편만 들어주는 이네즈가 못마땅 한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과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1920년대 사람들이 길에게는 따듯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자신의 정서와 맞지도 않고, 설명해줘도 이해하지 않으려는 현실세계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쓴 글을 보여줘 봐야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계기가 되는 1920년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은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결론적으로 그 시대가 좋은 것은 그 시대의 분위기, 그 시대의 사람이 좋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현실에서 그 시대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굳이 1920년대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자신과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순간이 자신의 황금시대가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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