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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23. 2018

[영화] 배반의 장미

부스러기 모아 만든 합판

왜 하필 나를 택했니?

 

상영관에 입장하기 전 상당히 의아했다분명이 영화는 나 혼자 보겠다고 생각했다오후 3시에 극장에 찾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이 영화가 매력 있는 영화도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이 상영관에는 이미 4명의 사람이 있었다그 중, 1명은 중간에 나갔다. 4명의 사람이 있었다는 것도 신기하게 느껴지는 이 영화는 [배반의 장미]라는 영화다.

 


CGV에서 한글날 이벤트로 한글 영화 제목 이벤트를 했다이 영화에 대한 한글 제목으로 한 네티즌은 임창정 안 나오는데임창정 나올 것 같은 영화’ 라고 제목을 지었다그 제목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다.

사실그가 B급 코미디 영화에 나온 것은 최근에서나 일어난 일이다. 2012년 [공모자들], 2013년 [창수]라는 영화에서는 나름 진지한 연기를 보여준 적 있다그 뒤로 [치외법권], [로마의 휴일], [게이트]에 출연하면서 그의 이미지에 변화가 생겼다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왠지 이 영화의 캐스팅 리스트에 임창정 배우가 있었을 것 같다.

 

사실, [배반의 장미]는 누구나 망작이라고 생각한다이런 영화가 롯데라는 대기업이 배급한다는 것도 웃긴 일이고대기업에서 배급하는 영화치고 상영관 배정이 아주 소수라는 점이다한 극장에서 2~3회차를 상영하는 것도 힘든 수준이다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 영화가 제작 결정이 되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이 영화의 가장 문제는 시나리오다시나리오에 이야기가 없다. 4명의 인물이 자살을 위해 모인다그리고는 아무런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다학생 단편영화 수준이다아니학생 단편영화도 이 정도는 아니다. 4명의 사연 있는 사람들이 모였는데이렇게 아무런 일 없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건지그렇다고센스 있는 편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는 이들을 진지한 태도로 바라보고 있다개인적으로 과거에 비슷한 이야기를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다자살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 점점 마음이 약해서같이 하기로 한 사람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결국 자살을 안 하게 되는 것이다이 시나리오는 고 2때 작성한 단편 영화 시나리오의 내용이다시기로 따지면 거의 약 1010년 전에 쓰인 시나리오임에도 이 영화가 다를 것이 없다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두 번째로 쓴 시나리오가 상업영화 시나리오와 비슷한 수준이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영화는 인물을 다루는 태도가 잘못되었다블랙코미디라면 인물들은 진지하지만관객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게 다뤄져야 한다예를 들자면영화 [인턴]에서 앤 해서웨이가 엄마에게 보낸 메시지를 지우기 위해 로버트 드니로와 직원들이 집에 몰래 침투하여 메시지를 지우는 장면이 있다정확한 예는 아니지만코미디는 대체로 인물들이 하는 일이 3자의 입장에서는 과장된 액션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배반의 장미]는 그런 시선은 없고오로지 성적 도구로 만 이들을 이용하고 있다.

 

대충 알겠지만이 영화는 죽으려고 하는 세 남자가 뒤늦게 합류한 여자와 자려고 하는 그런 내용이다이 내용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남자는 무조건 여자를 보면 성욕이 솟아오르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그리고 그것 때문에 서로 말다툼도 하는데 정말 감독의 태도가 저질이다이런 영화를 승낙한 손담비가 이해가 안된다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그들에게는 영화를 찍는 것이 생계의 수단이겠지만 이 영화는 남자는 여자에 미친 동물로 묘사하고여자는 예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배반의 장미를 쓰는 사람은 다른 여자다그런데남자들이 이 여자를 보고 살짝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도대체 이 장면은 왜 넣은 것일까생각해보면그런 여자는 죽어도 괜찮고예쁜 여자는 죽으면 안 된다는 것인가?

 “이렇게 예쁜데죽기 너무 아깝지 않아요?”

죽는 것과 예쁜 것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그럼 사회적 기준으로 예쁘지 않은 사람은 죽어도 아깝지 않다는 것인가심지어 이 영화는 실제로 같이 죽으려고 했던 원래 [배반의 장미]는 살찌고뿔테 안경 낀 여자로 묘사하고 있다.

이런 소재를 쓰지 않으면웃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하지만올해 본 영화 중에 가장 웃긴 영화를 말하라면 [카메라를 끄면 안돼]를 꼽을 것이다적어도이 영화는 그런 요소들이 하나도 없다정말 순수하게 열정적인 인물만 존재한다어설프더라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 모습이 웃기고한편으로는 짠해서 이 영화가 재밌게 느껴진 것이다.

타인의 고통 혹은 누군가를 비하해서 나오는 웃음은 누군가의 눈물이 되기도 한다. [코난 쇼]로 유명한 미국의 코난 오 브라이언은 코미디 작가 시절진행자가 누군가를 비하해서 웃음을 주는 것이 싫어서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고 했다그는 남을 낮추기보다는 자신을 낮추고스스로 비하하여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자신의 목표를 위해 누군가가 희생해야 한다면그 목표는 애초에 잘못된 목표다.

 

 

1 / 5  부스러기 모아서 만든 합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영화 제목은 왜 [배반의 장미]일까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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