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지고 있어야할 덕목은 다 무시한 영화
오랜만에 본 프랑스 코미디 영화다. 사실 최근 본 코미디 영화들이 다 시원치 않아서, 나름 기대를 하고 갔다. 코미디 영화도 오랜만이지만, 프랑스 영화도 오랜만이다. 나름 이런저런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보러 갔다. 오늘은 [알리바이 닷 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프랑스 코미디 영화하면 드는 이미지가 있다. 프랑스 특유의 빠른 리듬으로 빠른 대사를 보여주는 그런 영화를 생각하게 된다. 영화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프랑스 영화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 우아하면서도, 위트 있으면서 여유 있는 유럽 영화만의 분위기가 있다.
이 영화의 연출은 ‘필리프 라슈’라는 프랑스의 배우면서, 감독이다. 이 영화에 출연한 ‘타렉 보달리’, ‘줄리앙 아루티’ 이 3명은 같이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대부분의 영화 작업을 3명이서 같이 진행하는 것 같다. 덕분에 영화 속에서도 3명의 케미는 아주 돋보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는 장면은 3명이 함께하는 장면이다.
사실, 이 영화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아직 시사회를 통해서만 공개된 작품이고, 필자도 시사회를 통해 보게 되었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면 되도록이면 좋은 내용을 쓰고 싶다.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싶지도 않고, 스포일러를 하면서까지 영화에 대해 자세히 쓰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이 무슨 생각과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감독의 전작을 본 적은 없지만, 이런 영화가 프랑스에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민감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불편한 포인트가 있다.
먼저, 영화 속에 욱일기가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모자이크가 되어 있지만, 분명히 전범기다. 그것도 주인공 사무실의 한 부분이 전범기 장식이 되어 있다. 영화 속에서 모자이크가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한데, 그것이 전범기라는 것이 더 불편하다. 이 영화가 아주 재밌는 영화가 아님에도 이 영화를 수입해 온 배급사가 이해가 안 된다. 한국 영화에서 하켄크로이츠 장식이 나오는 영화가 있다면 그것을 수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애초에 장면을 삭제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동물 학대를 개그 코드로 쓰고 있다. 담배꽁초가 강아지에게 붙는다. 이것은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불이 붙은 강아지를 보고, 이 영화의 인물을 강아지를 수영장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발로 차버린다. 마치 축구공처럼. 이런 장면이 한두 개가 아니다. 흰말에게 물감으로 색을 칠하거나, 볼링장에서 강아지를 날려버리는 등 고의가 아니더라도 이런 장면은 눈에 거슬린다.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베니스]를 보면, 자신의 강아지를 지키기 위해 별의 별일을 다 한다. 같은 코미디 영화지만, 이 영화가 강아지를 대하는 태도는 귀중한 생명이며 소중한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적 코드다. 단순히, 성적 코드가 나쁜 것이 아니다. 남성의 성기를 차는 장면이 몇 번이나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런 성적 가학을 통해 웃음을 만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거 한국의 개그 프로도 이런 코드의 개그가 있었다. 개콘의 [발레리NO]가 대표적일 것이다. 당시에는 재밌게 보았지만, 지금 이 코너가 방송된다면 개그콘서트는 프로그램 폐지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사람들의 의식수준은 올라갔다. 이 영화는 그 의식수준을 눈곱만큼도 따라가지 못한 듯하다
이 영화에 대해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다. 솔직히, 이 영화가 왜 수입되었는지 모르겠다. 시사회에 다른 지인을 데려오려고 했는데, 안 데려오길 잘했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었고, 이 영화를 왜 수입해 왔는지 모르겠다. 그냥, 개봉이 안 했으면 좋겠다. 재미를 떠나서,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웃음의 코드로 가져왔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동물학대, 성적 가학, 그리고 전범기까지 종합세트다. 나름 기분 좋은 마음으로 퇴근을 서둘러서 시사회를 갔는데, 기분 좋지 못했다. 혹시, 이 영화가 개봉한다면 절대 보지 마세요.
0 / 5 인간이 가지고 있어야할 덕목은 다 무시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