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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07. 2019

[신의 한 수]가 아닌 그냥 [귀수]

영화 [신의 한 수 : 귀수 편] 리뷰

 * 이번 리뷰에서는 전작의 이야기가 상당히 많습니다. 혹시 전작을 안 보신 분들은 영상을 통해서 예시와 설명을 해드릴 예정이니, 어느 정도 이해를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이 리뷰에는 [신의 한 수 : 사활 편]과 [귀수 편]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영화 [타짜]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몇몇 분들은 이 영화가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오리지널 콘텐츠인 영화입니다. 그런 느낌이 드는 연출이 한몫을 하는 영화입니다. 바둑이 소재인 영화지만, 액션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던 [신의 한 수 : 사활 편]. 그리고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신의 한 수 : 귀수편]이 제작되었습니다. 전작은 영화 [타짜]와 같이 도박을 소재로 하기도 있지만, [타짜]의 특징인 손 기술보다는 액션에 초점을 둔 영화였습니다. 그 이유는 바둑이라는 것 자체가 바둑판 위에서 벌이는 싸움이라는 점을 표현한 것으로, 영화의 막판에 바둑돌의 색으로 의상을 입힌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사활을 건 수 싸움을 영화의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이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바둑 용어들입니다. 이런 용어들이 앞으로 펼쳐질 상황, 바둑으로 치면 대국에 대한 예고 및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죠. 결국 그들에게 인생은 한 판의 바둑과 같은 것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의외로 바둑 용어들이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호구’가 있죠.)


제작할 때부터 후속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던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도 많습니다. [사활 편]에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미스터리, 흔히 말하는 떡밥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귀수편]의 시작이 되는 귀수에 대한 존재입니다. 사활 편에서 태석과 주님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며, 맹기 바둑*에 능한 인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인물이 있는 곳은 부산이고, 사활 편 마지막에도 이들이 부산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 바둑판이 아닌 머릿속 계산으로만 두는 바둑)


이 외에서 태석의 조카로 등장하는 이 아이의 행방과 량량과 배꼽의 이야기 등 이 영화에는 마음만 먹는다면 할 이야기가 많은 영화입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영화를 통해 제작하기 위해서는 후속 영화에 대한 제작 논의가 발생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탄탄한 스토리보다는 영화의 개성을 구축하는 것에 조금 더 힘을 쏟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평가가 갈리는 부분이 이러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액션을 두고 본다면 이 영화는 한국 액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개성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액션 영화에 총이 등장하는 것을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칼로 제압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그렇기에 영화 자체의 평가가 나쁠 수 있더라도 하나의 상품으로써 이 영화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리즈를 매력을 느낀 것인지, 기존 ‘쇼박스’가 제작과 배급을 하던 이 영화를 CJ가 가져왔습니다. 기존 제작진 그대로 CJ로 옮겨간 것인데, 이 기회를 통해서 두 회사가 보여주는 차이를 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신의 한 수]라는 영화 시리즈가 꾸준히 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지도 이번 영화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에 대한 기대 혹은 예상을 해봤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신의 한 수 : 사활 편]에 대한 저의 생각을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이유는 영화를 보는 관점을 밝히기 위함입니다) [신의 한 수]는 분명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장점을 위해서 단점을 감안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명작은 아니지만,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같은 이름, 다른 제품


이미 많은 영화들이 같은 이름을 가진 여러 편의 영화들을 내놓았습니다. 그 방식이 연결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거나,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의 방식으로 제작을 하던, 모든 방식을 통틀어서 시리즈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시리즈라고 불리는 영화에서는 각 영화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동물사전’ 시리즈는 ‘위저딩 월드’라는 하나의 커다란 세계관을 구축하였습니다. 두 시리즈는 서로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작품 속에서 서로의 영향 및 연결고리를 간간히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존재합니다.

최근 개봉했던 [홉스 앤 쇼] 또한 기존 시리즈에 있던 캐릭터를 활용하여 제작되었고, 이전 영화에서 등장했던 이야기가 언급되는 장면들도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분노의 질주]라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카체이싱 장면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예상하실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장면들이 적습니다. 영화는 앞에서 언급했던 귀수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세계관의 전체 이야기를 따지자면, 이 귀수라는 존재가 시간이 지난 뒤에 주님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고, 태석과 주님을 연결시켜 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메인은 아니더라도, 이런 내용에 대한 언급을 조금이라도 기대했는데, 정말 하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전작에서 나왔던 대사 하나가 등장하기는 하는데, 그것만 가지고 전작과 같은 시리즈의 영화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추가로 영화를 보기 전에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다가 [사활 편]에서 등장한 허목수와 같은 성을 가진 허일도라는 인물이 등장해서, ‘두 인물이 가족 사이인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 상관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냥 제 착각이었네요.


뿐만 아니라, 전편과 다른 영화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언급이 적어서, 마치 새로운 단독 영화를 시작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독 영화로써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장점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앞으로 여러 시리즈의 영화를 내놓을 계획을 가지고 이 영화를 제작했다면,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다음에 나올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들지 않았습니다. 


전작과의 연결고리가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스핀오프의 성격이 강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전작이 보여준 떡밥들을 이 영화를 통해서 해소가 되지 않은 점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각본을 쓴 이야기라서 더더욱 기대를 했는데 말이죠.




개성 있는 액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작과의 스토리 상 연결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작을 안 보신 분들이라도 이 영화를 보는 것에 전혀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분노의 질주’ 시리즈처럼 스토리 상 연결성은 크게 없어도 액션의 스타일이나 구성에서 같은 결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활편]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극한 상황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그 안에서 바둑을 두는 장면과 개성 있는 액션이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태석과 살수의 싸움은 몇 번을 다시 봤습니다. 

바둑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바둑에 흥미가 없는 사람도 쉽게 접할 수 있게끔 영화는 액션을 주된 소재로 두고 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귀수편]에서도 바둑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부족하더라도 액션만큼은 그대로 계승하기를 바랬습니다. 

우선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액션이 아닙니다. 정말 바둑을 둡니다. 그렇다고 바둑을 긴장감 있게 두는 것도 아닙니다. 다면기*를 표현한 장면인데, 이 장면은 긴장감 있게 보일 수도 있으나 다면기라는 단어와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것을 하는 이유가 설명이 되어야겠죠. 그러한 설명도 부족하고, 이것을 그리는 과정도 그리 흥미롭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추구하는 방향인 영화 [타짜] 시리즈를 살펴보면, 영화의 클라이맥스에는 이들의 게임에 무게를 두어 상당히 긴장감 있게 보여줍니다. 서로 비슷한 실력을 보여주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이길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은 있더라도 긴장감 있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액션이 실망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특히 화장실에서 싸우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이는 영화의 초반 귀수가 터득을 했던 맹기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아니 그런데 맹기를 배워서 정작 바둑 대국 장면에서는 하나도 안 써먹다가, 이걸 액션에서 써먹는다는 것이 조금 의아하네요…) 두 인물이 하나의 손전등 불에 의존하여서 빠른 템포의 액션을 보여주는 장면은 나름 [신의 한 수]의 개성이라고 볼 수 있는 빠른 템포의 액션에서는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나온 바둑돌을 양말에 넣어서 싸우는 장면은 전작에서 등장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한 것은 시원시원한 칼부림입니다. 조금은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영화 자체가 그것에 매력이 있던 영화였습니다. 애초에 [타짜]를 추구하는 영화였기에 이런 잔혹함은 무자비한 도박 세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수단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보여주는 잔인함은 어느 정도 이유가 있었고, 그러한 점이 이 영화만의 하나의 특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이 영화가 ‘신의 한 수’라는 시리즈가 아닌 단독 영화였다면 조금 개성 있는 액션이 첨가되어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초반 등장하는 액션 장면에서는 나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전편에서 더 많고, 임팩트 있는 액션을 보여줬기 때문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후속작에서도 비슷한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기대를 하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실망스러운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둑의 이용


각 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동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고 있어서 그 점은 좋았습니다. 비중이 작은 인물이더라도 그 인물이 움직이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 설명을 하지는 않습니다. 사연은 있다고 하지만 모두 공감이 되는 것은 아니죠.

다만, 그런 인물들이 난무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나, 우도환 배우가 연기한 이 인물은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이름도 없이 외톨이입니다. 물론, 우도환 배우의 캐릭터인 외톨이가 등장한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영화적이 이유가 아니라 영화 외적인 이유라는 것이죠. 이 영화의 목적은 여러 가지 바둑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처음에 등장했던 맹기 바둑, 속기 바둑, 일색 바둑 마지막에 등장한 다면기 그리고 외톨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사석 바둑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사석 바둑은 기존의 바둑의 틀과는 다르게 사석을 수를 가지고 판세를 가르는 바둑입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형태의 바둑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이 모든 것이 인식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똥 선생이라는 인물이 그런 새로운 형태의 바둑이 등장할 때마다 설명을 해주는 인물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귀수라는 인물이 목표 달성을 위해 방해물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과속방지턱의 역할을 합니다. 나름 속도감 있게 달려가는 영화에 이 시퀀스가 큰 걸림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대국 이후에 결국에는 싸우게 될 것이라고 해도, 그 과정에 나름 흥미롭게 그려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인물이 영화의 메시지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인물도 아니죠.

심지어 이 인물이 정의로운 인물도 아닙니다. 도박을 한 것은 그의 아버지인 것이지, 허일도가 도박을 하도록 한 것도 아니고, 자살을 하도록 압박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허일도는 더 큰 도박을 하려는 그에게 돈 한 뭉치를 주는 나름의 인정을 베풀었습니다. 만약 훈수를 둔 것에 대한 복수라면 그런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나 그런 이유라는 언급이 있어야 할 것인데 그런 것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전작을 살펴보면, 태석과 살수가 마지막 대국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은 태석이 이기면 그의 연인인 배꼽이 죽고, 태석이 지면 자신이 죽는 대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국의 결과는 두 인물의 활약으로 무승부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싸움이라는 다른 수단으로 승부를 내자고 이야기를 합니다. 

정리하자면, 대국의 결과를 굳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면 바둑을 둘 필요가 없는 것이죠. 이건 인물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두 인물이 싸우게 되는 결말을 보여줄 것이라면 바둑을 두는 장면에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차라리 대국이 진행되면서 두 인물의 신경전 혹은 대화를 통해서 두 인물에게 쌓인 감정이나 생각 및 가치관을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바둑이 인물을 끌어들이는 미끼 같은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죠. 전작이 그랬습니다. 내기 바둑이라는 점을 이용하여서 인물을 끌어들여서 붙잡는 것이 목표였던 것이죠.





캐릭터의 활용


영화는 처음부터 귀수라는 인물에게 패배는 없다는 것을 대놓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로도 아닌 아마추어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귀수라는 존재를 마치 바둑의 신처럼 보여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바둑을 두는 장면에서는 크게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색 바둑을 두는 장면까지는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사실 이것도 맹기가 가능한 인물이기에 이길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비주얼이나 긴장감도 괜찮았고, 바둑의 다양한 활용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 비중 있게 다뤘던 맹기의 활용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 인물이 이런 장점을 활용하는 장면이 등장했다면, 전작과의 연결고리가 생겨서 추후에 나올 영화에서 맹기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입니다. 맹기는 바둑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죠. 특히나 전작에서 맹기의 실패로 인물이 죽음을 맞이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모습은 시리즈 전체의 흐름상 괜찮은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맹기를 액션에 활용하였습니다.


영화 ‘타짜’는 고니라는 인물에게 적수가 없을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영화 내내 아귀라는 인물이 절대 강자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두 인물이 붙게 되었을 때의 긴장감은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귀수 편]의 절대 강자로 등장하는 황덕용은 그리 큰 임팩트를 주지는 못합니다. 배우의 비중 자체가 작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마블도 악역으로 등장하는 인물에 비중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이유가 그러한 이유입니다. 관객들은 알게 모르게 배우들의 비중을 통해서 영화 속 인물의 비중과 위치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도 가장 우위에 서있는 악역에는 비중 있는 배우가 등장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영화 속 악역의 비중이 적게 느껴지는 것이죠. 무엇보다 가장 강하다는 악역과의 싸움이 그리 긴장감 있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영화 속 비중도 그리 크지 않고요.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캐릭터의 활용입니다. 저는 극 중 캐릭터의 성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영화라는 이름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죠. 주인공의 성별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럼에도 제가 이 부분은 지적하고 부분은 이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모두 남성의 동기 부여를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는 크게 3명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귀수의 누나로 등장하는 수연이라는 인물, 똥 선생과 함께 일하는 홍마담, 그리고 황덕용의 딸입니다. 이 인물들이 영화 속에서 하는 역할은 남성 캐릭터의 동기 부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전작인 [사활 편]에서 등장한 배꼽과 량량은 다른 인물들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바둑 실력을 보여주면서 영화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인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름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었죠. 물론 그 대사가 조금 비슷하게 보이더라도 말이죠. (왜 거침없는 여성의 모습을 표현할 때는 비슷한 표현을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같은 각본가가 쓴 전작에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도 굳건하게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영화에서는 퇴보한 모습을 보인 것일까요? 


물론 이 영화 속 캐릭터의 소모적인 사용은 여성 캐릭터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남성 캐릭터임에도 그냥 소모적인 캐릭터가 상당히 많습니다. 전편에서는 캐릭터들이 비교적 균형적으로 사용이 되었습니다. 캐릭터마다 신경을 쓴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타짜’만큼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타짜’를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였죠. 하지만 [귀수]에서는 그런 모습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인 귀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캐릭터는 자신이 등장하는 파트를 제외하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마치, 지하철을 타고 역을 지나가 듯한 느낌입니다. 도장깨기를 한다고 하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많지 않습니다. 어처피 금방 지나갈 캐릭터이기 때문이죠. 전작에서는 영화의 초반부터 캐릭터들이 꾸준히 등장해서 그들의 특징을 잘 보여주었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처음에 등장한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등장하였습니다. 즉, 주인공과 반대되는 진영이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구성이었죠. 하지만, [귀수편]에서는 주인공만 움직이고, 반대되는 진영은 가만히 서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결말에서 이뤄지는 선택도 그리 공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귀수라는 인물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그런 것이라면 설명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 데 그렇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평가가 그리 좋지 못하더라도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있습니다. 잘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혹은 연출자와 스태프들이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영화의 초반에는 긴장감이 꽤 형성되어서 흥미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후반부까지 연결된다는 느낌보다는, 여러 이야기들이 단편적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늘어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전작에서 등장했던 각 에피소드 별 바둑 용어들도, 이번 영화에서는 단어가 아닌 상황에 대한 해설로 등장합니다. 과거 이러한 모습이 인상적인 것은, 인물들에게 다가올 상황들을 표현하는 한 개의 단어가 모두 바둑 용어라는 점과, 그 단어가 절묘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절묘하다는 느낌도 임팩트도 부족합니다.


이 영화가 ‘신의 한 수’가 아니라 ‘귀수’라는 제목만 가지고 개봉을 했다면 나름 만족하면서 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작인 ‘신의 한 수’에서 보여준 모습과 비슷한 모습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조금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서 그 평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 기대한 것은 전작을 통해 보여준 개성 강한 캐릭터의 모습과 그 캐릭터들의 활용. 그리고 칼부림이 난무하는 시원한 액션과 바둑을 소재로 한 범죄 영화 같은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이러한 모습이 보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부가 종료된 후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오로지 인물의 복수를 위해서만 달려갑니다. 전작에서의 복수는 나름의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영화에서는 무식하게 달려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욱 다르다고 느껴지는 것이죠.


확실히 이 영화 또한 많은 의견이 등장하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영화가 아닐 것 같습니다. 이름값이 없다면 나름 괜찮을 영화였겠지만, 전작과 비교하면 크게 흥미롭지 못한 영화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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