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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Dec 12. 2019

진실을 위한 기다림의 시간

영화 [굿 라이어] 리뷰

영화를 본 당일에 그다지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이 날 3편의 영화를 봤는데, 3편에 졸음을 억지로 참아가면서 영화를 봤는데, 그중에서 [굿 라이어]는 가장 멀쩡하게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이는 단순히 영화가 더 재밌어서라기 보다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치밀함이 상당히 놀라웠기 때문이죠.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이 영화의 간단한 스토리는 한 노년의 사기꾼 남자가 돈 많은 노년 여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그리 흥미롭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만을 가지고 두 시간을 풀어내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마치, [오션스 일레븐]처럼 화려한 케이퍼 무비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이들이 보여주는 사기 행각은 그리 눈길을 끌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물론, 영화의 어느 부분에는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격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해서 정신이 번쩍 들게 합니다. 이런 이유로 갑자기 졸음이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영화는 여러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사기를 치는 그런 범죄 영화 같은 모습이 아니거니와 영화의 장르처럼 스릴러라고 느껴질 부분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무난하게 흘러가는 사기꾼의 이야기 정도였죠.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초반이나 중반이나 그리 힘찬 모습보다는 바닥을 치지 않은 선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에 큰 흥미를 느끼기도 어렵고,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결말이 어떤 구성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하면서 쓰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을 것 같네요. 참고로 저는 이 영화 관람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보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영화가 반전을 가지고 있긴 한데, 그 반전 때문에 앞에 1시간 30분을 그냥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스포일러 원치 않으신 분들은 다 나가셨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의 결말을 맞이할 때는 잠이 다 깰 정도로 소름이 돋았습니다. 여태까지 영화가 보여준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두 사람이 60년 전에 인연이 있었고, 로이가 베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베티가 로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을 한 것이죠.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의 미스터리가 해결됩니다. 사실, 이전 이야기들에 미스터리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야기도 이 영화의 결말에서 설명을 하고 있어서 이러한 부분도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러한 구성으로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를 의심을 했는데 그 의심이 무색해졌습니다. 베티는 60년 전 자신을 성폭행한 로이에게 복수를 목적으로 그에게 접근을 한 것이죠. 그리고 로이가 이런 대사를 합니다. ‘왜 이제 와서…’ 

이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그런 것을 말할 용기도 없을뿐더러, 사회적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죠. 물론, 영화 속에서는 그런 모습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당장 몇 년 전 한국을 생각해봐도 성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이야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에 의해서 그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시달리며 살았을 것입니다.



영화의 결말이 하는 이야기는 좋았지만, 그 이야기를 하려고 앞에서 한 이야기가 상당히 의미 없게 흘러가는 시간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상당히 매력적인 배우들이 영화의 부족한 이야기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역부족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자체가 결말만을 바라보고 썼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 결말의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라고 앞에 있던 재미가 상쇄되는 것은 아니죠. 개인적으로 반전하면 생각나는 영화인 [타임 패러독스]는 반전도 반전이지만, 그 전의 이야기들도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를 좋게 보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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