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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Dec 14. 2019

이렇게 영화화 할거면 안 했으면

영화 [아내를 죽였다] 리뷰

영화 [아내를 죽였다]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별거 중인 아내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경찰에 의해 알게 되고, 용의자로 몰리게 되고, 주인공은 그런 상황 속에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는 내용이죠. 그리고 영화의 결말을 통해 이야기하는 내용도 괜찮았습니다. 내용을 기반으로 해 생각하면, 범인도 상당히 의외의 인물이기도 하거니와 범인과 주인공이 비슷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 영화의 장점이죠. 그러면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 또한 이 영화의 장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는 영화의 장점이라기보다는 원작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이 영화가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한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기본에 충실하여서, 스토리만 잘 따라가면 중간은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었으나 그마저도 못한 것이죠. 그래서 더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 아쉽다는 표현조차 원작이 좋은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입니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상당히 자극적으로 묘사됩니다. 마치, 두 남녀가 성관계를 가지는 것처럼 묘사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이 되는데, 이 장면은 주인공이 한 여자를 뒤에서 칼로 찌르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부터 영화는 범인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말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어디에도 이 장면에 대한 설명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만약, 꿈이었다면 주인공이 꿈이라는 언급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언급조차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맥거핀으로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관객들로 스스로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지, 영화가 의도적으로 거짓된 장면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영화 [괴물]에서 맥거핀으로 사용된 한 장면이 있습니다. 극 중 송강호 배우가 격리 후 등을 긁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을 본 관객들은 주인공이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다고 추측하게 하는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바이러스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죠. 즉, 이 장면은 맥거핀으로 사용된 장면입니다. 그렇다고, 이 장면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죠. 등을 긁는 행위는 일상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극 중에서 그는 며칠간 씻지 않은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충분히 있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관객들이 착각을 하도록 유도를 하는 것이지, 이것을 사실처럼 보여주는 것이 아니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해당 장면에 대한 영화적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관객들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죠. 하다못해, 사건 현장을 본 경찰관의 상상이었던가, 주인공의 꿈이었다는 등 영화적으로 설명이 가능하여, 관객들 스스로 착각을 했다고 느꼈을 만한 당위성이 존재하여야 하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셔츠와 손에 묻는 빨간 액체들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영화는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항에 관객들이 대강 예상을 해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김실장의 돈 가방을 훔친 뒤 달아가는 과정에 싸움이 붙게 되고, 그 과정에서 피가 묻었다는 것이죠. 실제 웹툰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싸우는 과정에서 피가 등장하지도 않았고, 직접적으로 튀었다는 장면 1~2개만 있어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죠.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영화의 하나하나를 따지려는 것이 아닙니다. 의미 없이 관객들을 속이기 위해서 이런 장치를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영화 속에서 관객들이 납득이 가능한 수준의 복선으로 쓰였을 때, 그것이 의미가 있는 일이고, 탄탄한 각본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죠. 그런 설명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그저 속이기 위한 거짓말일 뿐이고, 이는 영화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떡밥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죠. 그런 면에서 최근 개봉한 [나이브스 아웃]은 떡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요소가 사건의 증거가 되고, 의심되었던 모든 정황이 설명이 되는 그런 영화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죠.



이 외에도 영화는 전체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연배우인 이시언 배우에게는 좋은 커리어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영화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 캐스팅이라 생각됩니다. 이는 주연배우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캐스팅이 조금씩 안 어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이는 캐릭터 자체가 제대로 된 빌드업을 통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사건에 맞게 필요한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어떤 상황에서 설명도 없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거나, 역할은 없고 분위기만 만들어주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또한 웹툰에 있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라면 더더욱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죠. 그렇게 된다면, 이 영화의 연출자는 영화 속에서 자신이 직접 신경을 쓰고, 만들어낸 것이 없다는 것은 인정하는 샘이 되는 것이니 말이죠.

이 영화에서는 갑자기 어떤 인물이 등장하고, 그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설명하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영화의 장르적 특징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여러 설명이 등장하게 됩니다. 미스터리와 추리가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인물과 사건에 대한 설명이 많이 등장하죠.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설명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했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의 생략을 거치면서도 장르적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연출이 필요하죠. 결론적으로 영화는 설명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웹툰의 내용을 따라가는 것에 급급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결국 [아내를 죽였다]라는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자만심과 허세에 찌들어 있는 인간의 군상을 보여주는 내용 자체는 좋았으나, 이는 영화에 대한 칭찬이 아닌 웹툰을 칭찬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움이 드는 영화입니다. 좋은 장르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그 의미에 대한 주목과 웹툰의 관심이 상승을 통해서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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