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시 Dec 20. 2019

거석은 결국 동석이었다

영화 [시동] 리뷰

영화를 보고 크게 두 가지 감정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안도감이고, 또 하나는 안타까움입니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에 앞서, 영화에 대해 간단한 평을 하자면 나쁘지 않은 오락영화입니다. 여러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지만 이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영화를 보고 두 가지 감정이 들었던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안도감이 들었던 이유입니다. 사실 이 이유를 설명하면, 뒤에 이야기할 안타까움에 대한 감정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한국 영화의 흥행 성적을 살펴보면, [극한직업]이 1600만, [기생충]이 1000만, [엑시트]가 940만으로 꽤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이 영화를 제외한 500만 이상 관객 수를 기록한 한국 영화는 없었습니다. 이런 영화의 수가 줄었다는 것은 영화의 흥행이 대박 아니면 쪽박과 같이 극과 극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작품의 퀄리티가 고르지 못하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일부 좋은 영화를 제외하면,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는다는 것이죠. 관객들이 변화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한국 영화의 퀄리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2년간 연휴 기간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을 보면, 참담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추석에 개봉했던 3편의 영화를 포함하여, 많은 한국 영화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이번 연휴에 개봉하게 되는 영화들 또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시동]을 보고 난 뒤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도를 했습니다.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영화는 아니지만, 연말에 편안한 마음으로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으니 안타까움이 들었던 이유도 짐작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걱정을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한 소리는 이 정도로 하고, 그래서 [시동]은 어땠느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만족스럽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집니다만, 영화가 보여주었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모습은 괜찮았습니다. 많은 관객분들 그리고 저 또한 외유내강의 영화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마동석 배우가 그동안 보였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영화의 주인공은 마동석 배우가 아닌 박정민 배우입니다. 그가 연기하는 불량하고 반항끼 있는 청년의 모습도 그리 신선하지 않을뿐더러, 마동석 배우의 모습도 후반으로 가면 기존 영화들과 다른 점이 없는 모습입니다.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정해인 배우의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유열의 음악 앨범]에서 비행 청소년의 모습을 잠깐 보여주었는데, 그 모습의 연장선상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영화의 포스터가 보여주는 만큼의 캐릭터들의 발랄함은 한시적이라는 것입니다. 후반에 들어서면, 기존 영화들이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들이 자기 성찰을 통해 교훈을 얻고, 좋은 마무리가 되는 과정이 등장합니다. 올해 흥행을 했던 한국 영화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어서 성공을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관객들은 이런 후반부를 반가워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원작의 스토리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원작의 스토리는 따르되, 영화만의 스토리 혹은 각색이 들어간 영화도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핑계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영화의 전반부가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개성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렇기에 후반부가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마동석 배우가 연기한 거석의 모습은 분명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고, 박정민 배우가 연기한 택일이라는 캐릭터도 상당 부분 매력적인 캐릭터로 느껴집니다. 그 외에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원작을 보지 않아도, 원작 캐릭터와 비슷한 싱크로율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모습들입니다. 영화 자체가 한 편의 웹툰 같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 분장팀과 배우들이 했을 노력에는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다른 매체의 원작이 있는 스토리를 영화화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특히나 영화는 분량의 제한이 있는 매체라는 것을 생각하면, 시간 상 생략되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캐릭터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영화가 최대한 설명하려고 노력했는 점이 보여서 크게 불만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영화는 설명이 잘 되어 있는 캐릭터들을 위주로 사건을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스토리상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크게 없습니다. 필요한 설명들이 효과적으로 잘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하나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야기들이 분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메시지로 엮어서 보여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메시지적 관점에서 봤을 때의 이야기고, 영화의 스토리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큰 이야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죠. 

비슷한 구조를 가진 영화로 영화 [스물]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친구 사이인 3명의 인물이 각 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 또한 하나의 큰 스토리라고 볼만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3명의 인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각 자의 행동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통적인 코드인 ‘스물’이라는 것과 이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인물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싸움 장면이 3명의 인물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사건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코미디라는 목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잊지 않고 있으며, 캐릭터 또한 크게 변화하지 않습니다. 인물들의 생각의 변화가 있더라도, 해당 인물의 매력까지 변화하지는 않았죠.



그렇기에 [시동]을 재미있는 영화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초반 1시간 동안 보여준 모습이 영화 내내 이어졌다면, 적어도 코미디 영화로써 소임은 다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동석 배우의 새로운 모습은 전반부에만 등장하고, 후반부에서는 기존 다른 영화에서 봐왔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마동석 배우의 이미지만을 이용한 영화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부터는 영화의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직접적인 언급이 아닌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이나, 작은 스포일러라도 원치 않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도 크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시동]이라는 제목은 인물들에게 의미가 있는 단어입니다. 영화의 시작을 보면, 택일의 오토바이가 시동이 잘 걸리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동이 안 걸리고 있는 오토바이는 택일의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죠. 어찌어찌해서 시동이 걸렸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또한 그리 순탄치 않습니다. 오토바이는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지만, 누군가의 도발로 그들은 다시 오르막을 내려오죠. 이러한 과정들이 택일 및 전체 인물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긴 내리막길은 힘든 오르막길을 올라온 인물들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이 펼쳐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는 좋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메시지가 와 닿지 않은 것은 영화 속 상황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 택일과 거석으로 표현되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부당함에 맞설 수 있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중간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택일이 엄마에게 자신의 삶을 살라는 이야기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이야기는 택일의 친구인 상필에게도 적용되는 듯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일에 대한 이야기로 들립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각 인물들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코드로 통일감을 주었어야 하는데, 그 모습에서 다소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이야기가 난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영화가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웹툰이라는 매체가 사람들에게 메시지는 주는 것보다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에 비중이 더 있는 매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영화 또한 메시지에 대한 강박보다는 자연스러운 스토리 속에서 메시지가 녹아있는 방식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엑시트]에서는 그런 메시지에 대한 강박 없이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재미를 위해서만 영화를 보는 관객과 그 속에서 메시지를 느끼고 싶은 관객들 모두에서 좋은 선택이 되는 것이죠. [시동]은 두 관객 모두에게 조금은 실망스러운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하자면

영화 초반에 보여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개성들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 인물들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보인 뒤에는 이전까지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모습이 점층적인 변화가 아닌 어느 한순간에 180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다소 당황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변화 뒤에 보여주는 모습들은 그리 색다른 모습이 아닌 여러 영화들에서 보여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어서 초반에 보여준 [시동]만의 개성 및 동력을 잃은 모습은 큰 단점입니다.

그럼에도 오락 영화로 이 영화를 소비하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영화 시작 후 1시간까지는 말이죠.

매거진의 이전글 이렇게 영화화 할거면 안 했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