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에게 안성맞춤
영화 [히트맨] 리뷰
영화를 보기 전에 포스터를 통해서 느껴졌던 영화의 모습은 그리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게 어떤 영화를 패러디해서 나온 포스터나 영화가 좋은 인상을 준 기억이 없을뿐더러, 이런 모습을 취하는 것은 영화 스스로 B급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샘이 되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영화의 콘셉트 때문에 포스터 및 여러 홍보자료가 만화의 효과들을 떠올리게 하는 자막이나 그래픽들이 많이 사용되어서 조금은 유치한 영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렇기에 별 기대 없이 영화를 봤는데, 생각보다는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웹툰을 소재한 만큼, 애니메이션으로 시작을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준의 과거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부분이죠. 준의 과거와 웹툰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의 초반부를 보면서는 차라리 웹툰 작가가 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웃음기를 빼고 국정원이 고아가 된 무연고 아이들을 데려다가 특수 요원으로 성장시키는 비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면서, 이미 그런 소재를 가지고 만들어진 영화들이 존재했습니다. 영화 [마녀]나 [악녀]와 비슷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두 영화를 통해서 알 수 있지만, 이런 인물들이 인간 병기 수준으로 설정하여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이 기존 다른 영화들과 충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히트맨]도 이런 모습을 어느 정도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준은 웹툰 작가가 되었지만, 좋은 반응을 얻는 인기 작가는 아닙니다. 그렇기에 집에서도 그를 백수 취급을 하고 있고, 마감도 못 맞추는 인물로 나옵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평범함 삶은 살고 있으며, 가족들에게 무시당하는 그런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런 모습은 영화의 구성 또한 상당히 만화 같다는 느낌을 주게 합니다. 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인 ‘힘숨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적으로 만화 같은 구성을 선택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캐릭터들의 모습이나 사건의 배경들이 만화에서 볼 수 있는 조금은 과장된 설정들이 꽤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일부 관객들에게 유치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설정들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영화가 이러한 톤을 가져왔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런 것이 이 영화만의 개성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영화의 중반 정도가 되면, 그냥 코미디 영화로 생각했던 이 영화의 새로운 모습이 등장합니다. 단순 코미디 영화로 생각했던 이 영화에 액션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액션들이 꽤 볼만하다는 것이죠. 영화 자체에 액션의 분량이 꽤 많은데, 그 액션이 단순히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혹은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 필요한 액션이 아니라 액션에 어느 정도 공을 들였다는 것이 눈에 띌 것입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신의 한 수]를 보면서 액션만큼은 상당히 좋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영화도 그와 비슷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이는 권상우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액션의 스타일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액션 영화라고 해도, 어느 정도 볼만한 정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서, 개인적으로는 권상우 배우에게 안성맞춤인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 영화들에서도 액션과 코미디 영화에서 장점을 보이던 배우이기도 했는데, 영화 [탐정]에서 찌질한 백수 남편을 연기하면서 그가 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저도 영화 [탐정]을 보면서, 연기를 하는 그의 모습이 연기가 아니라 진짜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뒤로 영화는 망했지만, [두 번 할까요]를 통해서도, 권상우 배우가 코미디에 장점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성룡과 함께 작업한 [차이니즈 조디악] 이후 [신의 한 수 : 귀수편]을 통해서 오랜만에 액션배우로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 액션 또한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권상우 배우의 다양한 모습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바로 [히트맨]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히트맨]은 그런 권상우 배우를 아주 잘 이용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정준호 배우 또한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최근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강준상 교수를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주어서 잊고 있었지만, 그는 이전에 [가문의 영광]과 [두사부일체] 등에서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히트맨]에서 과거 그가 보여준 코믹한 연기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배우들을 제외하고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지원 배우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혼자서 관객을 울리면서도 웃기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영화 또한 그런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서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을 잘 만들었습니다. 진지함과 코믹에 모두 걸치고 있기에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을 나름 잘 해쳐나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히트맨]의 설날 극장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남산의 부장들]이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정치 이야기나 무거운 이야기를 기피하는 분들도 있고, 무엇보다 명절이라는 특징을 따지자면 [남산의 부장들]이 강세를 보이더라도 그 차이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손익분기점이 그리 높지 않은 영화이기에 [남산의 부장들]과 비슷한 관객 수를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이득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 개봉했던 코미디 영화인 [해치지않아]와는 다른 패턴과 분위기로 관객들을 웃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해치지않아]가 코미디의 성격보다는 드라마와 같은 분위기를 내었다면, [히트맨]은 자신이 코미디 영화라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미디와 액션뿐만 아니라 가족이라는 코드를 넣어서 주인공이 움직이게 되는 이유를 충분히 부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에서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다만, 최소한의 장치들은 마련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걱정했던 것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권상우 배우에게 맞는 영화라는 생각과 더불어서 슬픈 이야기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감독의 연출은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출연진들이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후속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친 적이 있는데, 캐릭터 자체만 두고 본다면 개성이 확실해서 후속작이 나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영화 [탐정]이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보여서 후속작이 제작되었고, 후속작이 더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히트맨]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면 충분히 제작될 수 있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