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시 Jan 27. 2020

뭐라고 적어야 할지...

영화 [미스터 주 : 사라진 VIP] 리뷰

현실의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 약간의 판타지가 섞인 영화에는 (특히나) 초반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되는 이 영화에 개연성을 부여하여, 관객들에게 영화의 설정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관객들 또한 영화에 집중하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실패를 하면, 영화를 보는 내내 흥미를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영화의 세계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영화가 세계관을 이용한 무언가를 보여주었을 때, 그것을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런 설명에는 영화의 연출만 개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배우들의 연기 비중도 상당합니다. 예를 들어, 사실을 이야기하는 뉴스의 진행자가 버벅거리면서, 시선이 혼란스럽다면 사람들은 그 사실에 신뢰를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이를 영화에 적용한다면,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영화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최소한 그럴싸하게는 보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오늘 살펴볼 [미스터 주]에 이러한 이야기를 토대로 살펴보겠습니다. 판다 외교의 일환으로 들어온 판다를 사람들에게 공개합니다. 실제 한국에 판다가 들어왔을 때를 살펴보면, 에버랜드로 옮겨진 판다는 50일간의 적응기간 후 일반 사람들에게 공개되었습니다. 50일간의 적응기간은 영화상 생략은 하더라도, 중국에서는 국보인 판다를 우리도 없이 그냥 공개한다는 것에서부터 납득이 안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 판다를 납치하는 과정 또한 연막탄 몇 개 쏘더니 판다가 알아서 그들에게 다가갑니다. 

그런데, 아마 이 사건이 있기 전에 이미 영화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장면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그것입니다. 특정 배우를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몇몇 배우들이 등장해서 첫 대사를 하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확 깼습니다. 영화의 처음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주태주가 동물을 싫어한다는 설정에서는 납득이 되었습니다. 해당 배우가 연기를 잘한 것도 영향이 있었겠죠. 

그 뒤로 등장하는 딸은 왜 자신의 아빠를 아빠가 아닌 ‘미스터 주’라고 부르는 것이며, 아무리 아빠가 싫더라도 아빠한테 재수 없다고 말하는 게 납득이 가는 상황인가요? 딸이 불량 학생으로 등장한다면 이해라고 하겠습니다. 설정과 관련된 이야기로 이어가자면, 아내가 사별했지만 자신의 직업 때문에 딸과 따로 산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딸은 도대체 누구와 사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그냥 대사 한 두줄이면 됩니다. 

‘밥은?’, ‘할머니랑 먹었어’ 

이 대사만 있어도, 딸이 할머니와 같이 산다고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이 외에 민국장은 주태주보다 후배지만, 직급은 높은 인물로 나오는데, 이러한 설정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인물이 뛰어나 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주태주가 현장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언급도 없습니다. 그냥 또 경영님이 나오셔서 ‘현장에서는 우리 미스터 주가 최고지 안 그래?’ 이런 대사 한 번만 해주면, 주태주라는 캐릭터도 세워질 텐데요. 

영화는 애초에 이런 디테일한 설정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으로 영화에 군인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군견의 보호자로 나오는 부사관이 등장하는데, 이 부사관이 일반 사병의 베레모를 쓰고 나옵니다. 이건 분명 현장에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훈련소만 갔다 와도 알 수 있는 부분이고, 혹시 소품을 구하지 못했다면 그냥 벗고 나왔어도 됩니다. 그럼에도 그냥 쓰고 나왔다는 것은 이런 것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다 말고는 설명이 안 됩니다. 

설정과 관련되어서는 더 할 이야기가 많지만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통역도 없이 각 자의 언어로 대화 / 결백 증인 인물이 집에 동물을 마구 들임 / 배정남이 연기한 인물은 영화가 필요할 때 갑자기 등장 / 영화의 동선상 있어야 하는 동물이 갑자기 사라짐 / 개그의 소재들이 소변, 대변, 코딱지 / 이수경 배우 반가웠어요 / 서울 도심에 독수리? / EMP 역할을 하는 볼펜 (킹스맨 패러디?) / 빌런은 왜 그런 일을 한 것인지/ 차라리 박혁권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그랬다는 것이 더 납득이 갈 듯 / ‘미스터 주’는 왜 강조하는지 / 군견 이외에 동물들은 왜 등장하는 것인지 / 차라리 그 동물들과 함께 판다를 구하러 가는 것이 / 판다는 CG가 아니라 진짜 탈을 쓴 사람? / 동물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줄 알았는데 / 



다음으로 할 이야기는 코미디에 대한 부분입니다. 저는 코미디에 관대한 편입니다. 특히나 가족영화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 영화가 가족영화라는 것은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언급을 했으며, 한국에서 이런 가족영화의 시도에 의미를 둔다는 이야기도 했죠. 저도 한국에서 가족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두 번 웃었습니다. 한 번은 엔딩 크레디트에 북한 모기를 더빙한 이성민 배우가 영화 [공작]의 대사인 ‘호연지기’를 언급했던 부분이고, 또 한 곳은 정확한 기억은 나질 않지만, 재미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기가 차서 웃었던 것 같습니다. 코미디는 취향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취향을 떠나서 영화를 보면서 ‘이 부분은 재미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된 장면이 없었습니다. 

추가로 동물 더빙을 한 배우들의 대사를 잘 들어보면, 각 배우들이 출연했던 작품에서 했던 시그니쳐 대사들을 반영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돋보이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상황이 잘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넣으려고 해서 공감을 사지 못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다음은 CG이야기입니다. 우선, 한국과 미국의 절대적인 비교는 절대 불가합니다. CG에서는 자본의 차이가 엄청나고,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CG라고 하는 [신과 함께]도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떨어지는 수준이니, [미스터 주]의 CG는 당연히 퀄리티가 떨어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는 CG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주태주라는 인물은 동물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동물 울음소리를 따라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정이라면, 대화를 할 때에는 동물들에게도 표정을 부여했어야 합니다.

이는 영화 [라이언 킹]이 실사 같은 CG를 보여주었지만, 표정이 없어서 어색하다고 느껴진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디즈니만큼의 CG가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만화 같은 효과를 노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물과 관련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개인적으로는 동물 더빙이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영화 [닥터 두리틀]에서 보여주었던 더빙을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고 궁금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도 흥미롭지 못합니다. 사실, 더빙에 참여한 인물들이 조금은 뻔합니다. 적어도 동물의 덩치나 실제 울음소리 비슷한 톤을 가진 배우들이 섭외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가 동물이 말하는 흉내를 낼 때, 곰이나 사자와 같이 덩치가 크면 조금 낮은 톤으로 하고, 다람쥐나 새와 같이 작은 동물을 흉내 낼 때는 얇은 목소리로 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영화에도 똑같이 적용되었어야 합니다. 배우들의 문제가 아니라 캐스팅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판다 목소리를 이선균 배우가 판다의 성격처럼 만사 귀찮은 판다로 설정했다면 재미라도 있었을 것입니다. 서울 도심에 독수리가 등장한다는 것도…..



아무리 가족영화라도 너무 신경을 안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영화에 필수적인 어드벤처 및 모험이 강조되지도 않고, 동물들의 귀여움이나 매력이 발산되지도 못합니다. 이 동물 매력은 앞서 이야기한 더빙 및 캐릭터 설정에 상당히 큰 실패입니다. [닥터 두리틀]에 등장한 북극곰이 추위를 싫어하는 설정처럼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설정이 없습니다. 

아이들이라고 스토리의 개연성 같은 걸 안 따질 것 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냉정합니다. 그래도 어른들은 끝까지 보려고는 하지만, 아이들은 영화를 보다가 재미없다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고, 나가자고 합니다. 물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안 하니 그러겠죠….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기에 적합한지 모르겠습니다. 가족영화라고 하기에는 총과 총격전이 등장하고, 많지는 않지만 피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걸 아이들이 재미있어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가족영화라는 허울은 씌우지 않은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별로라도 한국의 가족영화라는 시도를 했다는 포장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정말 드문 영화였으니까요. 그런데 괜히 새로운 시도라며 이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건 어떤 포장지로 포장을 하더라도, 포장지를 뜯다가 실망하는 그런 영화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이성민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성민 배우의 이런 시도를 상당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중순에 개봉 예정이었던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이 밀리면서, (사실 [미스터 주]도 19년 12월 개봉 예정이었고, [미스터 주] 촬영 직후 [남산의 부장들]을 촬영했습니다) 같은 날에 자신이 주연인 영화 2편이 개봉한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흥행이나 작품성과 같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다양한 역할로 자주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최근 드라마 [머니 게임]에도 참여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배우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는 그의 행보를 저는 응원합니다. 다작해주세요.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가족영화라고 부를 수 없는 영화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총과 피가 등장하게 된 이유가 바로 악인의 캐릭터입니다. 최근 개봉한 [닥터 두리틀]만 봐도 악인은 악인이지만, 비교적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영화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성인을 타깃으로 하는 영화의 시나리오에서 쓰이는 요소들을 쓴 것입니다. 차라리 [해치지않아]를 가족 영화로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영화 [히트맨]이 여러 요소들의 맛을 골고루 느끼도록 신경을 쓴 느낌이라면, [미스터 주]는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시도만 좋은 영화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남자에게 안성맞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