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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Feb 16. 2020

우아한 백조의 숨겨진 발길질

영화 [주디] 리뷰

우아한 백조의 발길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물 위의 백조는 상당히 우아하게 보이지만, 물 밑에서는 상당히 많은 발길질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어떤 사람의 숨겨진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사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주디]를 보면서 이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 시선에서 보면, 그녀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해서 자세히 생각해보면 그녀가 겪는 일들은 그녀가 유명한 가수이기 때문에 겪는 일이기 전에 사람으로 겪는 기본적인 감정일 것입니다. 


영화 [주디]는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실존 인물을 영화로 만든다고 결정을 하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을 것이죠. 보통 영화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인물이거나,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인물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주디 갈란드’라는 가수입니다. 일반적인 한국사람 중에서 이 인물에 대해서 아는 인물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가장 대표적인 곡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만한 곡입니다. 바로 ‘Over the rainbow’로 아마 이 노래를 모른다고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1939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를 연기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이런 그녀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이거나, 그녀의 사연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겠죠. 그리고 영화 또한 그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주디의 감정일 것입니다. 영화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그 모든 것은 주디라는 인물을 위해서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물들의 변화나 이야기의 변화는 바로 주디의 감정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주디의 감정에 집중한 이유는 그녀의 삶이 그리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해오던 그녀가 겪은 일들이 영화 속에서 파편처럼 보이고, 이러한 기억들이 현재의 주디를 옥죄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현실에서 기댈 곳을 찾으려고 합니다. 실제로 그녀의 아버지는 어릴 적 돌아가시고, 그녀의 어머니 또한 그녀에게 무리한 스케줄을 강요해왔습니다. 영화에는 모두 표현되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비루한 삶을 보냈습니다. 그러한 환경에서 그녀는 쉬고 싶어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자신을 챙겨주는 사람조차 없이 모든 것을 혼자 버텨왔습니다. 

영화 속 그녀의 태도를 보면, 이성에게 쉽게 정을 주고 사랑에 빠집니다. 이는 그녀의 성장과정과 배경을 바탕으로 생각해봤을 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반영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무대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같은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올랐던 것도 있겠지만, 그것이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기에 영화 또한 주디가 자신의 의사와는 다르게 무대에 올라가게 되는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연출하여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앞에 등장한 2명의 열성 팬은 그녀에게 많은 응원이 되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자신이 무대에 서면서 처음 느끼는 보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했었죠. 그렇기에 2명의 팬들과 함께한 저녁은 주디의 일상과는 다르게 조금은 허섭 할 수 있으나, 그녀는 새로운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자신을 조건 없이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녀에게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무대에 서는 것을 원하는 사람, 돈을 원하는 사람 등 그렇기에 그녀는 더 무기력함을 느꼈을지도 모르죠. 이러한 감정들의 마지막에 펼치는 그녀의 마지막 무대는 상당히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동안 그녀가 무대 서왔던 것과는 다른 감정으로 다른 마음가짐으로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관객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난 뒤에는 르네 젤위거가 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르네 젤위거가 맞는 의심스러운 정도로 그녀의 모습과 행동과 감정의 표현이 상당히 탁월합니다. 그녀에 의해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상당히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영화를 통해서 보여준 주디라는 인물은 상당히 많은 압박 속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인물입니다. 사실, 그녀의 인생을 자세히 다룬다면 더 비극적인 일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이때의 그녀를 선택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화려한 시절에 가장 큰 희생자로 기억되는 인물입니다. 한 마리의 백조처럼 보이기 위해서 그녀가 견뎌야 했던 그 고통들을 영화를 통해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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