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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Feb 16. 2020

그레타 거윅이 말하는 페미니즘

영화 [작은 아씨들] 리뷰

이 영화의 줄거리를 보기 위해서 검색을 하면 이런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Dear women. 이 단어들로 영화는 여러 여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영화 [프란시스 하], [매기스 플랜], [재키], [우리의 20세기] 등을 통해서 연기로 관객들을 만나왔던 그레타 거윅은 2018년 [레이디 버드]를 통해서 영화감독으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여성 중심의 서사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작은 아씨들]은 영화화를 했다는 것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미 수많은 영화화가 진행되었던 소설인 [작은 아씨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녀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어릴 적부터 ‘작은 아씨들’을 좋아해서 여러 번 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책을 다시 읽을 때면, 19세기를 다루고 있는 과거의 이야기보다는 현대 시선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느껴졌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영화에 대해서 ‘남녀 간의 위계질서를 바꿔가는 것이 아니라, 위계질서를 없애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녀의 이 말을 접하고 저는 그녀에 대한 더 큰 신뢰가 생겼습니다. 적어도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편향된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같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이야기가 이 영화에도 담겨 있습니다. 영화 [작은 아씨들]의 이야기입니다. 




 [작은 아씨들]은 4명의 자매가 등장합니다.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 메그,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입니다. 영화는 4명의 인물을 통해서 다양한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둘째 조가 자신이 쓴 글을 들고 출판사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주인공이 ‘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특정 인물을 강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모든 인물들에 대해서 최대한 공평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4명의 자매뿐만이 아니라 그녀들과 인연을 쌓아가는 로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이 꿈꾸는 것들이 있습니다. 영화의 소개 또한 각 인물들의 장래 희망에 대한 이야기로 인물들을 설명합니다. 이는 영화에서 인물들이 가지는 장래희망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중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망이 가장 큰 ‘조’가 영화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영화를 통해서 당시의 여성상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조’를 통해서 비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녀가 쓰게 되는 소설이 자신의 자매들이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영화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사람이 ‘조’라고 느껴지게 합니다. 

그렇다고 영화는 특정 인물이 옳은 행동을 하고 있고, 누군가의 행동이 옳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것은 각 자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4명의 자매만 보아도 전혀 다른 성격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그들을 통해서 생각해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모두 이해하게 되는 지점들이 생깁니다. 그들에게는 서로 감정이 상하고 싸우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제삼자가 보기에는 별 일 아닌 일도 생각될 수도 있죠. 그런 일에 괜히 발끈하여서 하면 안 되는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런 이야기들을 영화의 주요 사건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이 이야기들은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라 생각이 됩니다. 그것이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보기에 만드는 요소이자, 이런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주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각 자의 사건과 사랑을 겪게 되면서 변화하는 모습까지 영화는 담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인물들에게 갈등을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첫째인 멕이 보여주는 변화는 둘째인 조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화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멕은 그런 변화를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이것이 이 영화만의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들 중에서는 큰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존의 여성상과 다른 모습을 만들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폄하하거나, 남성들의 권리는 신경도 안 쓰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시선은 전혀 다릅니다. 첫째인 멕이 결혼 후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것, 둘째인 조가 자신의 꿈을 위해서 사랑을 포기하는 것, 셋째인 에이미가 사랑을 선택한 것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첫째인 멕이 보여주는 모습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여성의 가치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남편과 가정을 위해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둘째 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달려가는 조의 눈에 멕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멕은 자신이 선택한 일이라고 조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내용을 통해서 영화는 이야기합니다. 누군가의 행동이 옳은 것이 아니라, 영화가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서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스스로 한 선택이라면 그것이 자신에게는 옳다는 것입니다.


영화 [작은 아씨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4명의 자매들의 삶을 통해서 일상의 소중함과 특별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각 인물들은 자신이 한 선택에 만족하기도 하지만, 후회를 하기도 합니다. 그 후회를 통해서 인물은 성장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는 스스로 사랑에 기대고 싶지 않아 했지만, 그녀는 결국 그런 자신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는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회적인 여성의 위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구속을 받지 않고, 본인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이상향을 두고 그곳을 향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찾아오는 감정과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영화가 보여주는 성장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는 출판사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고 나왔던 첫 장면과 달리, 마지막 장면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고 나옵니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행동을 하는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죠.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 이 영화를 여성영화라 부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감독은 ‘작은 아씨들’에 대해서 ‘이 소설을 좋아한 이유는 배타적인 페미니즘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여성들과 좋은 남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남성들이 여성의 목표를 위해서 도움을 주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국 남성과 여성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같이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것이 ‘작은 아씨들’의 매력인 것이죠. 그런 매력적인 이야기를 ‘그레타 거윅’만의 개성으로 잘 보여준 영화가 [작은 아씨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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