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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Mar 12. 2020

원칙의 충돌과 청각 액션 스릴러

영화 [울프 콜] 리뷰

관객들은 전쟁의 한 가운데로 데려간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 [1917]. 그 중심에는 원테이크가 주는 시각적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울프 콜]은 여러분에게 새로운 청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영화의 제목인 [울프 콜]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울프 콜’은 잠수함에서 적군이 탐지되었을 때 울리는 경고 시그널로 그 소리가 늑대 울음소리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입니다. 그 의미로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잠수함 영화라는 것을 쉽게 알게 됩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프랑스 영화라는 점입니다. 이 점은 기존 할리우드가 보여주는 서사와는 다른 방향의 서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점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만약 할리우드에서 제작되었다면, 특유의 미국뽕이 첨가되어, 주인공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영웅 서사로 그려질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뻔한 스토리가 아닙니다. 

앞서 제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로 새로운 청각적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샹트레드가 음파 탐지를 하는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에 영화의 초반에 이에 대한 설명이 이뤄집니다. 미세한 소리를 통해서, 무엇이 움직이고 있으며, 잠수함의 경우 그 소리를 통해 기종까지 알아맞추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영화는 일반적인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합니다. 이러한 표현에서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미스터리와 스릴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도 음파 탐지를 통해서 큰 사건을 해결하는 영웅적 서사를 생각했습니다. (저도 할리우드의 영웅 서사에 찌들었나봅니다) 


그런데, 영화는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영웅이 되는 사람도 없고, 악당인 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만 그려지고 있죠. 각 인물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지켜야할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그것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약간의 의외성을 주기도 하고, 안타까운 불상사를 만들기도 합니다.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원칙들의 충돌로 인한 사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기에 이들의 상황이 안타까우면서도 누군가가 원칙을 꺾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에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드는 배우의 연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최근 개봉한 영화 [트루 시크릿]과 [러브 앳]을 통해서 알게 된 배우인 ‘프랑수아 시빌’입니다. 잠수함 음파 탐지의 특성상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습니다. 영화는 그런 한계를 배우의 묘사를 통해 극복하고 있습니다. 샹트레드가 소리에 집중하면서 나오는 표정 및 감정에 대한 표현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가 영화의 중심이 되는 영화이기에 해당 인물에 대한 감정 이입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하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언터처블 : 1%의 우정]와 [투 이즈 어 패밀리]에서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 오마 사이와 마티유 카소비츠, 레다 카텝, 폴라 비어 등 프랑스 영화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조금은 익숙한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는 크게 3가지 포인트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잠수함이라는 소재일 것입니다. 이전에도 잠수함을 소재로한 영화가 존재하긴 하지만, 제작 편 수 자체가 많은 편이 입니다. 거기에 잠수함이라는 존재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은밀함과 한정된 공간이라는 압박은 영화 속 인물들에게 큰 제안사항으로 작용되어, 작은 사건에도 큰 긴장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청각적인 경험입니다. 음파 탐지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고, 영화의 주요 사건에서도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소리에 대한 표현에 신경썼습니다. 그렇기에 인물이 소리를 들으며 무언가 파악하려고 할 때면, 관객들 또한 인물과 같이 소리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인물일 것입니다. 이는 원칙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주요 사건이 각 인물들이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원칙의 충돌이라는 점은, 영화 속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는 상황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결과를 알면서도 자신의 원칙을 끝까지 지키려는 그들의 노력은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기존에 프랑스 영화하면 생각하는 분위기와는 다른 영화입니다. 인지하지 못하면 프랑스 영화라는 점을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마지막에 느껴지는 것들은 프랑스 영화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큰 임팩트를 주는 할리우드 상업 영화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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