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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Mar 22. 2020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가 당신

영화 [다크 워터스] 리뷰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 고발 영화인 [다크 워터스]. 1802년 창립된 다국적 화학회사인 듀폰이 PFOA를 무단 유출시킨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환경과 관련된 영화인만큼,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마크 러팔로가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국에서 벌어진 화학제품과 관련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떠오를 것입니다. 실제 이 사건도 2012년 첫 소송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재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크 워터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 해당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관련 의혹이 처음 제기되었던 1988년을 시작으로 피해자들의 소송이 진행된 2015년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의 전체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건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영화 관람에는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긴 기간을 다루고 있는 만큼 영화가 다뤄야 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 영화에게는 단점으로 작용됩니다. 사건 자체가 장기간 이뤄진 만큼 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영화는 주요 사건들을 포인트로 잡고, 그 사건들을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흐름을 이어가는 것에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의 단점이 된 것이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 영화가 늘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에피소드들이 어느 정도의 결론이 맺어진 상태로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끝날 것 같은데 안 끝나는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연도를 보여주는 장면을 블랙 화면이 아닌 인물이 일을 하는 모습 위에 얹어서 보여주었다면 흐름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영화의 바탕이 실화라는 점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대부분이 사건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듀폰에 대한 분노를 이끌기에 충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피해자를 중점에 두는 것이 아닌 이 사건을 이끌어간 변호사인 롭 빌럿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롭 빌럿을 연기한 마크 러팔로의 진정성 있는 연기를 통해서 영화에게 부족한 흥미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죠. 


사회적인 메시지를 통해서, 우리가 몰랐던 사실에 대한 조명과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거대 기업과 끝까지 싸운 사람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듀폰의 PFOA 유출 사건에 궁금증이 생기거나, 마크 러팔로의 연기를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관람을 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피해 사실에 대한 비중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거대 기업과 싸우는 한 명의 인물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관객들이 감정적으로 공감을 할 수 있는 피해자의 이야기가 그리 많은 편도 아니고, 영화에서 거론되는 듀폰의 모습 혹은 정부와 진짜 담함을 한 것인지 표현되는 장면도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리액션이 적어서, 롭 빌럿 혼자서 누군가와의 싸움을 준비하는 과정만 본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가 찾아낸 증거가 상대에게 타격이 있다는 것이 영화상에 그려지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다소 밋밋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영화를 꼭 봐야 한다고 이야기할 특징, 개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PFOA의 무단 유출 사건을 다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조명을 가져올 수 있는 기능을 할 수는 있으나, 영화적으로 크게 흥미가 가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가 비교적 기록이 잘 되어 있는 롭 빌럿의 이야기로만 영화를 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듀폰과 롭 빌럿의 주고받는 것이 존재했기에 흥미를 끌 수 있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롭 빌럿 혼자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분명, 그를 도와주는 인물들이 있었음에도 영화 속에서는 크게 조명되지 못한 점은 영화의 아쉬움 중 하나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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