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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Mar 22. 2020

[미스터 트롯]의 성공이 가지는 의미

문화 비평 [미스터 트롯]의 이야기

이런 일을 처음 보게 됩니다. 한 프로그램의 문자 투표 수가 700만 건을 돌파하며, 집계 서버의 다운으로 결과 발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이전에 가장 많은 문자 투표수를 기록했던 [슈퍼스타 K3]의 결승전이 170만 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35.7%라는 엄청난 시청률까지. 과거에 비해 시청률이 높게 나오기 힘든 환경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전무후무한 예능이라 할 수 있겠죠. 


오늘 이 시간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마무리가 된 [미스터 트롯]의 높은 시청률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전에 가장 인기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가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즌 3의 결승전 문자 수가 170만 건이었습니다. 2011년 방송 당시, 케이블 시청률이 1%만 넘어도 대박이라고 말하던 때에, 평균 시청률 10%는 해당 프로그램의 상당한 성과였습니다.

[슈퍼스타 K]의 성공 요인에는 실력 있는 참가자들이 무대를 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새로운 스타의 탄생 및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투표를 통해서 자신이 선택한 사람의 성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를 비슷하게 적용시킨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미스터 트롯]은 유독 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들은 주말이나 금요일 저녁에 편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슈퍼스타 k]가 인기가 있었을 때는 금요일 저녁에 편성되었고, 이전에 인기 있던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역시 주말 예능이었죠. 평일 예능이 이렇게까지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이례적입니다. 

정리하자면, [미스터 트롯]은 종편 채널에서 평일에 방영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비주류에 속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미스터 트롯]의 성공은 더욱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의 성공에 저는 크게 3가지 이유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불안 및 우울감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 1930년대 미국의 경제 대공황과 미국 뮤지컬 영화의 부흥 시기가 비슷하다는 근거를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당시 미국 사람들은 침체된 경제 때문에 어두운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춤과 노래로 기분을 즐겁게 해주는 뮤지컬 영화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뮤지컬 영화의 부흥기가 찾아왔고, 40년대부터 60년대 말까지 뮤지컬 영화의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례를 현재의 대한민국에 대입해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신나는 노래와 춤으로 즐거움을 얻고, 한이 서린 정통 트로트에는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트로트 열풍입니다. [미스 트롯]을 시작으로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로 이어지는 트로트 열풍이 불면서, 여러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양산이 되어서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내일은 트롯] 시리즈의 새로운 시즌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미스 트롯]을 통해서 이미 봐왔지만, 지금껏 보지 못했던 트로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이돌 가수들과 같이 안무가 곁들여 있는 댄스 트롯부터 정통 트롯까지 다양한 트롯의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트롯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장년층을 위한 콘텐츠 수요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스 트롯] 이후 여러 방송국에서 트롯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트롯이 사람들에게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모습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모든 세대에게는 각 세대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중장년층에게는 트로트가 주류 문화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즐기거나 표출할 창구가 없던 것이죠. 이전에 중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가요 프로그램은 KBS [가요무대]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존재하던 [콘서트 7080]도 폐지가 되었습니다. 공중파를 제외하고, OBS에서 진행되는 [스타가요쇼] 및 전문 방송국인 아이넷 TV나 실버 TV를 제외하면 관련 콘텐츠의 소비가 어려웠습니다. 지역 행사가 아니면, 트롯 가수들의 무대를 볼 수 있는 창구 자체가 없었던 것이죠. 오죽하면, 프로그램에서 트롯 관련 소재가 다뤄질 때, 나오는 가수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욕구를 [미스 트롯]이 방출시킨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스 트롯]으로 인해, 트롯의 소비 욕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갑자기 수요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수요는 있었지만 공급이 부족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급도 충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연결해줄 플랫폼이 없었던 것이죠. 

대중들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젊은 세대의 트롯 가수들은 이미 다수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트롯] 시리즈를 통해서 젊은 트롯 가수들이 다수 소개되었고, 이는 1020세대가 아이돌에 열광하는 것과 같은 반향을 일으킨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일은 트롯] 시리즈가 무언가를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에는 없었던 하나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미 새로운 트롯 가수에 대한 열망이 있던 중장년층과 트롯 가수 사이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죠. [내일은 트롯] 시리즈가 물꼬를 터준 것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방송 콘텐츠가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인 젊은 세대를 위한 콘텐츠를 주로 생산해왔습니다. 그에 비해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자막의 크기를 조금 더 키우고, 속도 또한 그리 빠르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미스터 트롯]은 그동안 부족했던 중장년을 위한 콘텐츠 제작의 방점을 찍는 프로그램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스터 트롯]의 시청률은 30%가 넘었지만, 인터넷 상 화제성은 그만큼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시청률 14%인 [이태원 클라쓰]가 더욱 자주 거론되고 있죠. 물론, 드라마와 예능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두 프로그램의 2049 시청률은 비슷한 수치를 보여줍니다. 

(2049 시청률을 계산하는 이유는 해당 그룹이 구매력이 높기 때문에, 광고주들의 참고 자료로 이용됩니다.)


이 정도로 콘텐츠를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마지막 방송에서 큰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생방송 투표의 결과 공개가 보류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저는 제작진이 올바른 대처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 사태가 발생한 원인들을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일 것입니다. [미스터 트롯]의 결승전 문자 투표 방식은 이렇습니다. 한 명의 시청자가 한 명의 참가자에게 1표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중복투표는 불가하고, 다중투표는 가능한 것이죠. 그렇기에 한 명의 시청자가 최종 7인에게 모두 한 표씩 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700만 건은 상당히 많은 수치입니다. 

거기에 해당 투표에 참여하는 중장년층이 이러한 문자 투표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미스터 트롯] 투표에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번 홍길동’이라는 인물에게 투표를 한다고 하면, 문자 입력창에는 ‘1번’, ‘홍길동’, ‘1번 홍길동’과 같이 정확한 표기만 득표로 인정이 됩니다. 때문에 정확하지 않은 무효표를 거르는 작업도 필요할 것입니다. 문자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이기 때문에 더 많은 무효표가 발생할 것이고, 이러한 표를 거르는 작업에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 것이죠.

이전 최고 기록인 [슈퍼스타 K]가 170만 건의 투표수를 기록했다고 하더라도, 많아야 500만 건 이하로 예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기에 기존 문자투표는 1020세대가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주 시청층을 고려했을 때, 투표 수가 아주 많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장년층도 카카오톡 및 스마트폰이 보급화되어, 문자 사용이 늘었기 때문에 이러한 투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을 간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700만이 넘는 투표수를 기록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제작진의 잘못이 있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결국 제작진은 정확한 집계를 위해서 발표를 보류했고, 당시 상황에서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의도한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왔고, 그것을 예상하지 못한 본인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자세를 보이며, 더 정확한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이죠. 어처피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대한 논란을 줄이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미스터 트롯]의 성공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제작되는 많은 콘텐츠들이 젊은 세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유튜브를 하면서 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미디어 콘텐츠는 단순히 젊은 세대들만의 유산이 아닌, 전 세대가 즐기는 하나의 취미, 일상이 된 것이죠.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앞으로도 문화와 관련된 저의 생각을 자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많은 기대를 부탁드리며, 저는 다음 영상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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