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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Mar 12. 2020

상처를 보듬는 멜로의 힘

넷플릭스 오리지널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 리뷰

하이틴 영화라고 하면 생각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한 고등학생의 우당탕탕 첫사랑 이야기 같은 분위기 및 내용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죠. 거기에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영화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제가 하이틴 영화를 좋아하는 편임에도 대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는 동명의 원작 소설인 [All the bright places]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언니를 잃은 슬픔에 빠진 바이올렛 마키(엘르 패닝)와 불안정하고 우울한 시어도어 핀치(저스티스 스미스)의 우연한 만남. 그 후 이들이 함께하며 서로에게 오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이틴 영화는 미국에서도 꾸준히 제작되며, 인기가 있는 영화 장르입니다. 최근에 영화를 살펴보면, [디어 마이 프렌드]나 [애프터], [파이브 피트],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 등이 있습니다. 이런 영화들의 특징은 1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것이죠. 이 영화 또한 그런 영화들과 비슷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사랑을 시작한다는 평범함 이야기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차별점은 두 인물에게 심리적인 병이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에게도 언급했던 것처럼 주인공은 바이올렛은 언니의 죽음 이후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고, 시어도어 또한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두 인물이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도 그러한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학교 과제라는 명목 하에 두 사람은 새로운 장소들을 돌아다니면서 이전에 살던 삶과는 다른 변화를 조금씩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그리는 영화의 분위기는 일반적인 하이틴 영화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하이틴 영화에 등장할 법한 방정맞은 캐릭터도 최대한 배제하여서, 영화의 분위기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용된 음악 또한 영화에 크게 개입하지 않은 선에서 잔잔하게 사용됩니다. 때문에 두 주인공이 10대라는 것이 아니라면, 스토리 자체는 일반적인 멜로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두 사람이 함께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보는 관객들에게는 힐링이 되는 기분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두 배우의 케미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엘르 패닝의 모습은 영화 속 바이올렛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 그녀의 모습이 마치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시어도어를 만나면서 미소를 보이는 장면에서는 상당히 밝은 인물로 느껴집니다. (엘르 패닝은 제작에도 참여했습니다) 저스티스 스미스 또한 시어도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성격과 특징을 잘 표현했습니다. 때문에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그의 모습 또한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넷플릭스 영화라는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꽤 긍정적인 영화입니다. 아카데미를 노리고 만든 몇몇 작품을 제외한, 기존 넷플릭스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었던 부족한 메시지 및 흥미위주의 서사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영화이고, 정신적인 질환은 가지고 있는 이들을 위해 만든 영화라고 스스로 밝히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동안 넷플릭스를 통해 봤던 작품들과는 다른 포지션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극장에 상영할 수 있을만한 영화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극장에 걸린 영화라면 크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미 다른 영화에서 봐왔던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정신적 질환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질환에 대한 표현 혹은 그 질환이 생긴 이유 등 인물의 내면 및 심리 묘사에 대한 부분은 부족했다고 봅니다. 이런 점은 최근에 리뷰했던 넷플릭스 영화인 [마지막 게임]에서 느껴진 아쉬움과 비슷한 지점입니다. 영화는 바이올렛의 이야기에는 어느 정도 설명을 하지만, 시어도어에게는 조명하지 않은 듯한 모습입니다. 그렇기에 과거에 그가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 지를 더 자세히 표현했었다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이 이해는 되지만 공감이 되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공감을 위해서는 인물들의 과거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필요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러한 점은 영화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멜로 영화로 본다면, 충분히 만족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두 인물의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은 잘 보여주고, 두 사람이 함께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느껴지는 감정들에는 충분히 공감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영화가 두 인물의 성장 이야기로 본다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인물들이 강박적으로 하는 행동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상처도 제대로 표현이 안 된 상태에서 이들이 극복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죠. 그렇기에 영화의 결말이 조금 낯설게, 한 편으로는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집니다. 영화가 마지막에 자막을 띄워 말하는 정신적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라고 보기에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생각해보니, 이 영화도 비슷한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차분한 하이틴 멜로로 즐기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으나,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에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죠. 모든 영화가 좋은 완성도를 가질 수는 없으나, 넷플릭스가 만드는 영화들은 그나마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는 영화들의 비율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넷플릭스의 존재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적어도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들을 만드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죠. 이 영화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영화이며, 누군가의 취향을 저격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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