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시 Mar 26. 2020

조선 좀비물, 그 이상의 의미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 2] 비평

3월 13일 16시에 넷플릭스를 통해서 공개된 [킹덤 시즌 2]는 공개 이후로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나 극장가에 새로운 영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공개된 새로운 콘텐츠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받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한국 플랫폼이라는 점도 주목을 받는 이유가 되겠죠. 오늘은 이러한 관점에서 [킹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때문에 스토리 및 연출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해당 콘텐츠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기존에 존재하던 영상의 구성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에 극장과 TV의 형태로 양분되었던 영상 미디어는 유튜브 및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하였고, 이는 영상 미디어 트렌드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단순 플랫폼의 변화가 아닌 새로운 장르의 구성을 탄생시킨 것이죠. 웹 드라마를 포함하여, 각 플랫폼에서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와 같은 다양한 미디어 형태를 보여주고 있죠. 이러한 변화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넷플릭스 드라마입니다. 

제가 넷플릭스 드라마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TV 드라마나 영화와는 조금 다른 구성을 가지고 있고, 그 구성을 통해서 영화와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장점과 가능성을 [킹덤]이라는 콘텐츠가 잘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김은희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는 기존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전문적인 분야의 직업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법의학을 다룬 [싸인]과 디지털 범죄를 다룬 [유령], 대통령 경호를 소재로 다룬 [쓰리 데이즈] 및 그녀의 대표작이 된 [시그널]까지. 

더불어, 김은희 작가의 다양한 행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그녀의 시작은 영화 [그해, 여름]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작가로 행보를 이어오다가, MBC [무한도전 - 무한상사]을 통해서 예능 시나리오 집필에도 참여했습니다. 거기에 [킹덤]의 원작이 되는 만화인 [신의 나라] 스토리 구성에도 참여했죠.

[킹덤]을 제작한 회사는 ‘에이스토리’라는 드라마 제작사입니다. 하지만, 감독을 포함한 대부분의 스태프들을 영화 관련 스태프로 구성을 했습니다. 때문에 [킹덤]을 보는 동안만큼은 드라마가 아닌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리고 제작사 또한 이를 의도하여 스태프 구성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시즌 1 당시, 류승룡 배우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힘든 영화 3편을 찍은 것 같은 느낌이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작 환경은 영화와 비슷했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창작하는 입장에서 창작물이 배급되는 플랫폼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분량을 가지고 있는지, 공개 형태가 어떠한 지에 따라 극의 형식이 좌우됩니다. 현재 한국 드라마는 16~24부작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고, 각 회차별 분량도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의 경우 각 작품마다 형태가 다양합니다. 극의 특성에 따라 자유로운 회차 구성과 분량이 가능한 것입니다. 실제로 [킹덤]의 분량은 시즌 1이 약 4시간 30분, 시즌 2가 3시간 35분 정도입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이태원 클라쓰]가 14부 기준으로 15시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드라마에 비해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계산 기준은 [킹덤]의 각 회차별로 존재하는 오프닝 1분과 엔딩크레딧 5분을 제외한 시간입니다. [이태원 클라쓰]의 경우 넷플릭스 기준 오프닝 1분을 제외하였습니다)

기존 드라마는 콘텐츠가 매주 공개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각 회차에 강제적인 텀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다음 주에도 저희 드라마를 봐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듯, 각 회차의 결말에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엔딩 맛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죠. 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는 한 날에 해당 시즌의 콘텐츠가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극을 구성함에 있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회차를 구분하는 이유와 그 기능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기존 드라마는 방송국에게 부여받은 편성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회차가 나뉘는 것이겠죠. 하지만, [킹덤]의 경우 시청자들에게 휴식시간을 제공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수업으로 생각하면, 3일 동안 1시간씩 수업을 받는 것보다는, 하루에 3시간을 받는 것이 더 집중력이 있다는 것이죠. 적당한 휴식시간을 제공하면서, 큰 틀에서 집중력은 유지가 되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죠. 

가령, 3시간 29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가진 [아이리시 맨]과 [킹덤 시즌 2]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질적인 러닝타임은 비슷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조금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는 [킹덤 시즌 2]라는 것이죠. 앞으로 펼쳐질 내용을 알 수 없는 시청자가 자의적으로 시청을 중단하고 휴식을 가지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콘텐츠 제작자가 적당한 분량과 분위기로 이야기를 잠시 중단하고, 휴식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킹덤]은 영화와 드라마의 장점을 적절하게 섞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영화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연속성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다룬다고 했을 때, 극의 기승전결을 한 번에 보기 때문에 관객들의 몰입감을 유도하는 것에 훨씬 유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전개를 위해서 생략되는 지점이 많기 때문에 인물 및 사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반대로 이는 드라마의 장점이 됩니다. 비교적 길이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하나의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정이 가능하고,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 및 성장 과정에 대한 표현에 장점을 가집니다. 덕분에 극 중 인물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하고, 이는 인물에게 더욱 큰 공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들 사이에 강제적인 텀이 존재하기 때문에 몰입을 시키기에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킹덤]은 영화의 장점인 연속성과 몰입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각 인물들과 사건의 자세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시즌 1에서 인물들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역병이 퍼지게 된 원인과 좀비들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고, 시즌 2에서는 그로 인해 파생된 결과 및 해결에 대해 집중하고 있죠. 결론적으로 [킹덤]의 한 시즌을 기존 TV 드라마의 한 회차처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TV 드라마의 형식을 따라가려고 했던 모습이라면, [킹덤]은 넷플릭스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그 형식을 잘 활용하여 극의 구성을 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비슷한 이야기라고 생각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몰입감을 충분히 가져오면서, 인물들의 서사 및 사건의 전개에도 꽤 자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킹덤]은 내용이나 구성면에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돋보인 콘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의 구성을 가지고, 영화와 같은 제작 시스템을 이용하여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한, 새로운 구성의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신경도 쓰고 있죠. 많은 분들이 시즌 3를 기다리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시즌 3 관련 소식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처를 보듬는 멜로의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