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의 시간] 리뷰
참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린 영화입니다. 2월 말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가 4월 초, 말이 되어서 공개가 되었습니다.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선택한 [사냥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영화를 본 뒤에 들었던 생각은 “왜 LG는 ThinQ를 버리지 못할까...”가 아니라 “극장 개봉이 아니라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참고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영화에 매력을 느낀 것은 느림 템포의 스릴이라는 것입니다. 영화는 대체로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들이 쫓기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두 집단이 대등하게 맞서는 것이 아닌 일방적으로 쫓기는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빠른 템포의 음악과 편집으로 이들의 상황을 긴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느린 템포로 설정하여, 인물들이 느끼는 긴장감과 두려움, 공포감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표현 뒤에는 어리숙함과 패기만 앞선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는 영화가 어떠한 요소에 주안점을 두고 있느냐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인물들의 성장일 것입니다. 영화를 연출한 윤성현 감독의 전작은 [파수꾼]이라는 영화입니다. 한국 독립 영화에서 꽤 유명한 영화인데,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10대 아들의 죽음을 뒤쫓기 시작한 아버지가 아들의 학교 생활 및 친구들과 있었던 일을 따라가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의 주안점 또한 10대 소년들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비춰보았을 때, 윤성현 감독의 영화는 소년들의 우정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우정과 그 나이 때에서만 가질 수 있는 패기와 그것을 실행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사냥의 시간]에서도 이들이 벌인 사건과 인과 관계를 통한 새로운 의미 도출보다는 인물들의 패기와 어리숙함, 우정과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추격하는 한이라는 캐릭터는 그들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죠. 냉정하고, 당당하며 완성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죠.
이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병원 추격전입니다. 친구들이 있는 병원에 도착한 ‘한’은 계단을 통해서 그들의 병실로 향합니다. 이 장면에서는 약간의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이용을 안 하고 왜 계단을 이용할까?” 하는 것이죠. 심지어 계단을 다 오른 뒤에도 가쁜 숨을 내쉬지 않습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그다음 장면에서 알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을 때의 소리와 도착하기 전에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사실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엘리베이터를 마냥 기다리는 모습이죠. 만일 이들이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면, ‘한’이 그들을 쉽게 찾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중간에 다른 길로 빠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죠. 결론적으로 이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야기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앞에서 벌어진 일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이런 식으로 영화는 주인공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일부 관객들에게 안 좋은 평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전반부에 등장했던 케이퍼 무비 같은 장면들에서는 이들이 나름 좋은 조합, 능숙한 기술자의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영화의 속도 또한 꽤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비슷한 형태로 영화가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시작되자 이들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도주 과정에서 어설픈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죠.
이는 미국 언론인 ‘버라이어티’는 [사냥의 시간]의 이야기를 하면서 “4명의 주인공이 도대체 왜 주인공인지 관객들에게 이해시키지 못했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영화의 단점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쫓는 존재인 한에 대한 표현도 그렇습니다. 어떤 인물인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는 한에게 대항할 방법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입니다. 주인공들이 한 앞에는 무기력해진다는 것이죠. 이는 그의 이름인 ‘한’이라는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하늘, 하나, 하나님, 조금 더 포괄적으로 보면 운명이라는 것으로 대상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영화의 시작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더 직접적으로 와 닿을 것입니다. 윤성현 감독의 인터뷰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시작은 헬조선이라는 단어입니다. 이는 메인 포스터에 등장하는 문장에서도 ‘지옥’이 등장한다는 것으로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는 이들이 있는 현실을 지옥과 같은 느낌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스모그가 껴서 앞이 보이지 않은 상황과 폐허가 된 도시들, 강한 원색의 조명들이 지옥이라는 곳을 표현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인물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곳은 상당히 익숙한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그중 한 곳이 기훈의 부모님 집입니다. 이전 영화의 모습과는 다르게 현재와 상당히 비슷한 이미지로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서 영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들을 생각해본 이후에는 영화의 제목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사냥의 시간]이라는 제목은 ‘한’이라는 인물의 관점에서 봤을 때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에게 ‘사냥의 시간’이라는 제목이 유효한 상황은 결말부에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이전까지 주인공들에게는 쫓김의 시간, 도망의 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서 영화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예측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큰 사건들이 마무리되고 주인공인 준석이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그들의 사냥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일 겁니다.
그렇기에 그 이전까지의 인물들, 영화의 거의 모든 시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상당히 미숙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영화를 보는 관객분들에게 단점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의 전반부에 금고를 터는 장면에서는 미숙한 느낌이 덜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미숙함이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고조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철저히 영화의 연출 의도가 담겨있는 부분입니다. 이 영화가 스릴을 형성함에 있어서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빠른 템포의 편집과 화려한 액션,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추격전이 아니라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는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많은 부분에 인물이 엄청난 긴장을 하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식은땀에 대한 표현과 손의 떨림 등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이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한이라는 인물을 전능한 인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인공들이 도망을 치지만, 결코 도망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죠.
그렇다고 이들에게 아예 희망이 없다고 영화는 말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희망은 가족, 크게 보면 어른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주인공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으로 등장했던 기훈의 부모님이 사는 집에 대한 표현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준석을 구해주는 인물이 어른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어른이라는 인물인 봉수는 자신의 동생이 죽은 것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 한을 잡으려고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준식이 죽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이러한 구조를 사용한 것에는 의도가 있는 것이고 그 의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봉수의 동생인 총포상 봉수가 죽은 이유도 준석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총기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과 더불어, 한에게 친구들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것이죠. 이러한 이야기를 생각해봤을 때 더 의미 있게 와 닿는 대사가 있습니다. 바로, 잃을 것이 없다는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기훈의 경우,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조금 회의적인 반응이었지만 친구들을 위해서 함께 가담한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영화의 마지막에는 친구들보다는 부모님을 선택하게 된 것이겠죠. 이제 남은 인물은 준석과 장호일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부모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에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친구라는 존재가 있었던 것이죠.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준석의 경우, 자신의 주변 사람이 하나씩 피해를 입자 불안해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이라는 인물에게 쫓기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이 두려움이라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이죠. 준석이 보여주는 이런 태도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의 태도가 아닙니다. 이는 준석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잃을 것이라는 가치에 포함되는 것은 돈과 같은 물질적인 재화 가치만을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도 이들의 어리숙함을 보여주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리고 결말에 다다라서는 진짜 잃을 것이 없어진 준석의 변화를 통해서 진정한 ‘사냥의 시간’을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영화의 메시지 및 이야기와는 별개로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영화의 재미를 떠나서, 영화가 보여주는 시각적, 청각적 요소들이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온라인 스트리밍을 타깃으로 두고 만들어진 콘텐츠가 아니라 극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극장에서 해당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것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라서 실망감보다는 기대보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릴이나 긴장감에서는 괜찮은 모습이고, 무엇보다 기존 한국 영화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일 것입니다. 윤성현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난 뒤에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첫 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냥의 시간]은 서사보다는 액션과 스릴에 초점을 둔 영화라는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라는 설정도 총기 사용을 위한 설정이고, 현실과는 다른 세계라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죠.
두 번째는 영화의 다양한 해석을 장려한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특정 장면에 대한 의도나 의미를 물었을 때,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윤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영화가 한 방향으로만 해석되는 것을 지양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영화를 보고, 메시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등장하는 것은 감독의 의도이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영화가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액션과 스릴에 중점을 두면서도, 다양한 메시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런 장점을 제외한 주인공들의 배경이나 당위성 및 치밀하지 못한 설정들은 단점으로 작용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영화이기에 기억되는 영화로 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