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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Jul 13. 2020

결과주의로는 알 수 없는 결말

영화 [소년시절의 너] 리뷰

영화를 보기 전에 관람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정보로 파악을 하려고 합니다. 대부분은 포스터와 예고편 정도만 찾아보고 결정을 하는데, 이 영화는 포스터만 보고 결정을 했습니다. 저는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거니와 오랜만에 접하는 중국 멜로 영화라서 나름 기대를 했습니다.

막상 영화를 보러 들어가서 시작 직전에 광고를 보면서는 살짝 졸음이 밀려와서 조금만 지루하면 영화를 보다가 잘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시작 2분 만에 잠이 달아났습니다.





예상외로 이 영화는 긴장감을 주는 범죄 드라마였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자막이 등장합니다. 해당 내용은 학교 폭력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의외로 중국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영화입니다. 단순 멜로 영화라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서 더 궁금해졌습니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하나의 큰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 사건과 빠른 편집을 통해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학교와 분위기를 설명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국의 교육 현실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한국의 수능과 같은 시험인 ‘가오카오’를 통해서만 대학을 갈 수 있기 때문에 이 시험에 목숨을 거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거기에 매년, 이 시험에만 천만 명의 학생들이 응시하기 때문에 그 경쟁은 상당히 치열합니다. 영화에서도 이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격려가 아닌 보채는 듯한 표어들로 도배를 해놓았고, 선생님들 또한 학생들에게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마치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이 아닌 군인이 전쟁을 준비하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사실 이런 모습이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아서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주연인 주동우 배우가 영화의 80% 이상의 몫을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전에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서 안생을 연기한 것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는데, 저는 이 영화가 그녀의 첫 작품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배우가 연기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묻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것이 많아질수록 배우의 연기가 개성 있어 보이기도 하고, 비슷해 보이는 경우도 있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 주동우 배우는 ‘첸니엔’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증국상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서 주동우가 느껴지지 않았으면 하는 연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하는데, 그것을 진짜 해냈습니다. 그녀는 92년생으로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이런 연기를 보여주니,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더욱 기대됩니다.


영화를 연출한 증국상 감독은 배우 출신 감독으로 과거 [도둑들]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연출했고, 더불어 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진가신 감독은 과거 [첨밀밀]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니, 이 영화 속에서 두 영화의 느낌을 모두 느껴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영화에는 세 가지 키워드가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학교 폭력입니다. 주인공 천니엔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등장합니다. 폭력이 영화의 주된 코드라서 필연적으로 폭력에 대한 묘사가 필요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처음부터 큰 사건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묘사가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피해 현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는 영화가 피해를 직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자극적인 장면을 노출하는 것보다는 피해자가 겪을 감정과 고통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이런 과정에서 천니엔의 표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첸니엔의 시선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죠.


두 번째는 학업에 대한 압박입니다. 천니엔이 받는 두 번째 압박일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가오카오’를 이들의 유일한 탈출구처럼 말하고 있는데, 마치 시험만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처럼 말하고 있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는 어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건·사고가 발생할수록 아이들을 다그치려고 하고 있고, 이는 학교 복도에 철창이 생기는 것으로 천니엔에게 더 많은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극 중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은 이유가 자신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후반에 이야기되는 것처럼 자신이 누군가를 따돌리지 않으면, 자신이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학업에 대한 이야기인 뒤처지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누군가가 뒤처지는 것을 방관하는 것이죠.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성인 되었을 때, 올바른 가치관을 따르고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은 어른의 관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첸니엔에게 도움을 줘야 할 엄마는 그녀 곁에 있지 않고, 경찰 또한 그녀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천니엔은 자연스럽게 샤오 베이에 도움을 청하게 되는 것이죠. 샤오 베이가 첸니엔을 지켜주는 것이 어느 정도 유효하게 느껴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 한계가 나타납니다. 그렇기에 결국에는 어른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더더욱 관심이 필요한 이유를 영화의 후반에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순수하거나 혹은 책임에 대한 무게에 대해서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죠.


영화의 초반은 첸니엔의 시선으로 풀어내다가 영화의 시선이 옮겨지는 지점이 발생하는데, 이때부터 영화는 사건을 여러 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어른의 관심과 책임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들을 도와주려 하는 인물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버겁다고 느껴졌습니다. 결국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사회가 나서거나 한 인물이 끝까지 그들을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갖춰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지에 대한 이야기도 영화는 담고 있습니다. 어느 지점에서는 이런 영화의 이야기에 의문이 들었는데, 영화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이 영화가 말하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주인공들은 이런 결과를 맞이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이런 마무리가 가능했습니다.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 않아서 에둘러 표현을 했는데, 영화를 보신 분들은 대강 이해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혹시 궁금하시다면 영화를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결말 부에 정리가 되기 때문에 찝찝함이 남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끝나고 생각해볼 만한 이야깃거리나 감흥이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 내내 임팩트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마치 뺨을 세게 맞은 듯한 그 얼얼함은 꽤 오래 가리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별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였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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