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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Jul 13. 2020

매력적인 배우, 매력없는 영화

영화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리뷰

이 영화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이 배우의 캐스팅만으로도 많은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겁니다. 니콜 키드먼, 샤를리즈 테론, 마고 로비까지 할리우드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거기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과 조연상에 샤를리즈 테론과 마고 로비가 각각 노미네이트 되면서 그들의 연기에 대한 기대를 더욱 하게 되었죠. 





[밤쉘]은 폭스 뉴스의 회장이었던 로저 에일스의 스캔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해당 사건이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다큐멘터리 같으면서도 위트 있게 풀어내려고 하는데, 과거 아담 맥케이 감독이 연출했던 [빅 쇼트]와 비슷한 구성이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 같은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입장에서 대변하고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로저 에일스가 권력을 이용하여 직원들을 성추행한 것은 잘못된 일이며, 이런 로저를 옹호하는 여성도 존재하는 것으로 이 영화가 단순히 여성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죠. 

피해자의 입장에서 선뜻 말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세상에 알린 메긴 켈리와 그레천 칼슨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야 마땅합니다. 그렇기에 메긴과 그레천을 영웅적인 인물로 만들 수도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메긴 켈리가 인종 차별적 언행이 있었던 것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마냥 영웅적인 인물로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는 실제 사건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 속 요소들은 설명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폭스 뉴스는 미국 내에서 18년째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보도전문채널입니다. 즉, 폭스 뉴스를 모르는 미국 사람은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인물들의 등장도 설명이 필요가 없는 것이죠. 이는 미국 사람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인물과 채널 및 사건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한국 관객에게는 상당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인물들에 대한 정보나 폭스 뉴스의 유명도 및 사건에 대한 개요까지 이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는 정보가 많습니다. 영화는 정보들을 쏟아내는데 이것을 모두 이해하려고 하면 영화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사전 정보가 어느 정도 필요한 영화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빅쇼트]의 경우 등장인물이 실존 인물이라 하더라도 대중적으로 인지도 있는 인물은 아니기에 어느 정도의 설명이 필요하고 영화 또한 짧게라도 설명을 하려는 모습을 보였죠. 하지만 [밤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존 인물들입니다. 심지어 폭스 뉴스의 메인 앵커이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들이죠. 그렇기에 영화는 인물에 대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는 폭스 뉴스 진행자에 대한 정보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왜 아카데미에서 분장상을 수상했는지에 대해서도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 사진을 보면 정말 비슷하게 분장을 잘했거든요. 하지만 한국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이 점을 느끼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샤를리즈 테론은 언제나와?’라는 생각을 하다가 뒤늦게, ‘혹시 저 여자가 샤를리즈 테론이야?’ 라며 분장의 힘을 느끼셨을지도 모르죠. 제가 그랬습니다. 

이렇게 인물과 사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면서 3명의 주인공들이 가지는 고민이나 결정에 대한 것에 포인트를 두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전개가 다소 난잡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3명의 주인공이 필요했습니다. 그 이유는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에 있습니다. 포스터를 통해서 이미 알 수 있겠지만, 이들은 각각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인물들이죠. 과거와 현재는 실존 인물로 배치를 했지만 미래를 상징하는 인물을 가상의 인물로 설정한 것은 영화가 관객들을 이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일 것입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바꿀 수 없을 것입니다. 영화가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은 가상의 인물인 케일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즉, 영화는 케일라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죠. ‘당신이 케일라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이죠. 그렇기에 영화 또한 관객들이 케일라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케일라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피해자가 되는 순간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등장하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등장하는 마고 로비의 표정 연기는 상당히 수준급입니다.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의 감정이 이입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후 영화는 그녀에게만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지만, 어느새 변화한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죠. 그리고 그녀가 보여주는 마지막 선택은 관객들에게 영화의 최종적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마무리를 하는 것이죠. 


배우들의 매력과 실제 사건이라는 매력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 자체에 매력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영화 [빅쇼트]가 가지는 단점과 비슷한 점이라 생각합니다. [빅쇼트] 또한 미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인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지만, 실제 피부로 와 닿는 사건이 아니기에 큰 관심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 말은 즉, 해당 사건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다면 이해가 어렵다는 것이죠. 

거기에 폭스 뉴스 스캔들은 발생한 지 오래되지 않은 사건임과 동시에 인과 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 잘 아는 관객들에게 기대 이상의 임팩트를 주기가 어렵습니다. 영화가 다루는 대부분의 인물이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실존 인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고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태도 또한 조금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는 영화가 흥미롭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자극적이지 않게 담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함으로써 생기는 공백은 재치로 넘어가기 위한 시도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리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재미와 현실 중에서 현실을 선택하였다면, 담백하게 현실의 일만 재구성하여서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인물이 직접 관객들을 바라보며 내레이션을 하는 방식으로 이 내용이 영화가 아닌 현실이라고 생각이 들게 끔 연출하는 의도는 알겠으나, 그것이 도리어 영화의 분위기가 애매하게 흘러가게 된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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