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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Jun 28. 2020

당연한 이야기도 이유가 필요하다

영화 [#살아있다] 리뷰

영화 [#살아있다]의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고 여러분은 어떤 기대를 하셨나요? 저 또한 어떠한 기대를 하고 영화를 봤습니다. 막상 영화를 보면서는 재미있게 봤는데, 나와서 생각해보니 저의 기대와 다른 점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오늘은 영화에 대한 여러 키워드를 통해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K-좀비?

우선 저는 이 네이밍이 별로 마음에 안 듭니다. 한국의 좀비가 다른 좀비와는 다른 개성을 지닌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부산행] 말고는 ‘좀비’로 주목받는 한국 콘텐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킹덤]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좀비의 표현보다는 작중 설정인 조선 시대에 대한 조명이 더 크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굳이 ‘K 좀비’라 네이밍을 할 정도로 굳이 특출 난 것이 없는데, 너무 포장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좀비 영화는 관객들이 그들의 특징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거기에 작품별로 원하는 설정들은 조금씩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죠. [#살아있다]의 설정에서는 인간일 때의 습성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는 설정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영화가 이러한 설정을 넣은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소방관 좀비가 줄을 타고 올라가기 위해서만 있는 설정은 아닐 것이죠. 이전 다른 좀비들과 달리 문고리를 잡고 여는 것과 더불어 여러 요소에 활용되었으면 조금 더 흥미로웠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도어록을 열기 위한 시도를 하던가, 복도 창문으로 진입 시도, 엘리베이터의 이용 등 실제 인간과 비슷한 행동 양식을 보였다면 이 영화만의 개성이 되었을 것이고, 이전 다른 좀비 영화들이 보여준 것과는 다른 공포 형성이 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작중에 들어간 설정이 100% 활용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편으로는 기존에 존재하던 설정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비 영화에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합니다. 우월한 피지컬을 통해서 스피드를 앞세워서 공포를 주거나 압도적인 양으로 공포를 주는 좀비가 존재합니다. 과거 [부산행]은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앞의 두 가지가 아닌 밀폐된 공간에서의 좀비라는 점이 이전 좀비 영화들과 다른 공포로 다가온 것이죠. [#살아있다]에서의 공포는 좀비들 사이에 갇혔다는 공포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공포가 있기 때문에 개성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립 속 생존

이 영화에서는 두 가지 난관이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좀비’와 이 영화의 제목으로도 표현된 ‘고립’입니다. 이 부분이 영화에 대한 가장 큰 기대였습니다. 고립이라는 환경 속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좀비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조금 더 절박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영화는 이것을 게임 용어인 ‘파밍’으로 빗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게임의 요소를 많이 가져왔습니다. 영화의 초반 준우가 하는 게임은 ‘배틀 그라운드’라는 게임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해당 게임 또한 많은 사람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이죠.

이처럼 영화는 생존에 대한 키워드를 지속해서 노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생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분명 식량도 떨어지고 마실 물도 없는 이들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에 대한 표현이 없습니다. 배우들의 모습도 상당히 멀쩡하게 나옵니다. 물론, 배우들이 못 먹은 듯한 모습에 대한 표현은 어렵겠지만, 작중에서 수도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얻은 생수로 고양이 세수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인물은 그동안 씻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러한 느낌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추가로 고립되고 대략 20일 정도가 지난 것으로 등장하는데, 염색한 준우의 머리는 그대로 노란색입니다. 이런 부분의 디테일이 영화의 현실성을 부여하는 것인데, 이런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디테일은 넘어가더라도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고립을 버텨왔는지에 대한 표현이 없습니다. 허기에 대한 부분은 어떤 식으로 해결을 하며, 갈증은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지가 주요 콘텐츠가 될 수 있었음에도 영화는 그것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비교적 안전한 공간인 집에서 버티고 있다가 살기 위해서 다른 집으로 ‘파밍’을 떠나고 그 과정이 긴장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영화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이 한 번 뿐이라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 편으로는 좀비들도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설정인 것 같은데, 좀비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한데, 굳이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가벼운 코믹 좀비?

사실 저는 이런 점을 기대했습니다. 영화의 포스터를 통해서도 무겁고 진지한 느낌보다는 가벼운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죠. 게임을 등장시켜, 비슷한 구조를 등장시킨 것도 젊은 층에 어필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년에 개봉한 [엑시트]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 [엑시트]는 액션과 코미디를 내세워서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상황들을 잘 이용하였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현실적이고, 캐릭터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두 영화 모두 청년층의 현실을 재난에 빗대어서 표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차이점을 하나만 꼽자면, [엑시트]는 영화의 초반에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하여서, 캐릭터의 빌드업을 이뤘다는 것입니다.

[#살아있다]에서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습니다. 영화의 초반 아주 짧게 게임을 하는 장면과 IT 기기에 능숙하다는 설정만 존재합니다. IT 기기는 데이터 통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중 설정인 통신이 끊긴 상황에서 당연하게 여긴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분명 생길 것입니다. 예고편에서도 통신이 끊긴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기에 이런 설정을 활용한 장면들이 부족한 것은 아쉽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코미디로 승화될 수도 있고, 조금 더 가벼운 느낌으로 끌고 갈 수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가볍고 코믹한 것이 이 영화의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무거운 느낌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애매한 무게를 가지고 있기에 차라리 가벼운 쪽으로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예고편을 보면서 느꼈던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차별화입니다. 통신이 끊긴 상황에서 고립된 인물이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느냐는 것이 기대되었죠.

그리고 영화가 이러한 설정을 스스로 깬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중반 이후 유빈의 집으로 좀비들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준우가 유빈의 옆집으로 전화를 겁니다. (이런 디테일을 트집 잡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것은 집고 가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전화선은 살아있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경찰이나 소방서 유선으로 신고를 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양보해서 외부와의 통신이 끊겼다고 하더라도, 내선은 살아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내선 전화로 하면 되는 것이죠. 다른 것은 몰라도 영화가 정한 설정을 스스로 깨는 것은 좋지 못한 모습입니다.




왜 살아야 하죠?

이런 과정에서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는 괜찮았습니다. 특히나 유아인 배우가 부모님의 소식을 들은 뒤의 감정 장면은 유아인 배우의 진가를 보여주는 장면이죠. 하지만 영화가 이런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두 인물에게 살아야 하는 강력한 동기가 없기에 배우들이 한쪽으로 표현하기 애매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다못해 생존자가 있는 곳에 가족들이 무사히 있다는 설정이었다면 그들에게 살아야 할 강력한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죠.

인물에게 목표를 이루려는 이유를 부여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망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명확한 동기가 없다면 모든 사람이 납득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메시지와 잔소리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 영화의 메시지는 상당히 명확합니다. 청년들에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마음이겠죠. 영화를 보면서도 이러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에는 공감할 수 있겠지만 그 메시지를 그려내는 방식은 그리 영리하지 못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들에게 살아야 할 명분을 심어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공감하지 못하리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메시지 관점으로 영화를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마스크 남의 등장입니다. 단순 스토리로만 보면 이러한 행동이 크게 이해가 안 될 것입니다. 이 장면에 대한 의미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원작에 비슷한 설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녹여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의도였다면 안 하는 것이 나았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사건입니다. 그냥 마무리하기에는 조금 밋밋하게 느껴져서 이러한 설정을 넣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산행]의 김의성 배우와 같은 역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있으나 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장면의 의도는 영화의 메시지입니다. ‘마스크 남’ 연령대를 통해서 그를 기성세대로 본다면, 본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희생되는 청년이라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영화가 이러한 점은 어느 정도 의도를 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런 의도로 만들었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보였다 하고 싶습니다.

영화 내내 이 영화가 청년들이 겪는 현실을 반영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사람이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는 시답지 않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엑시트]의 메시지는 더욱 와 닿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필요 없는 재능이라 여기던 클라이밍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휘하는 전개를 만드는 것이죠. 이는 청년들에게 ‘당신의 재능도 빛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죠.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는 현실의 이야기를 통한 공감을 바탕으로 하여서 영화가 추구하는 메시지가 도달해야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신선할 것이 없는 좀비 영화였습니다. 좀비 영화를 자주 접하신 분들에게 이 영화는 그리 흥미롭지 않은 영화일 것입니다. 이미 다른 영화 및 게임에서 사용된 사례들이 자주 등장하고, 개성이 될 수 있는 캐릭터 또한 제대로 된 설명과 빌드업이 없었기에 개성이 부족했습니다. 거기에 영화의 주된 설정인 고립 상황에서 생존하게 된 이야기나 유용할 팁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FM 라디오가 팁처럼 나왔는데, 사실상 쓰이지 않았죠. 그렇다 보니 영화 [엑시트]와의 유사성이 많이 보인 영화였습니다. 제작 기간상 겹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영화의 클랭크인이 작년 10월인 것을 보면 [엑시트]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여태 영화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이와는 별개로 저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뜬금없는 소리라 느낄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은 나름대로 긴장감 있게 보았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재미있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영화 주는 체험에서 오는 재미일 것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MX 관에서 봐서 조금 더 몰입해서 봤을지는 모르겠으나, 상업적인 재미는 있었습니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좋은 영화보다는 즐길 수 있는 영화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보신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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