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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Jul 19. 2020

우리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영화 [반도] 리뷰

2020년 기대작 중 하나였던 영화 [반도]는 시사회 직후 혹평이 이어지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영화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러 가면서, ‘제발 볼만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극장을 찾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이 혹평을 했던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서도, 마냥 못 볼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저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별로였다는 이야기를 하겠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를 평가하는 입장에서 이뤄지는 선택이고, 즐기는 입장에서 [반도]는 즐길만한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영화를 보다가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생겼을 때 영화의 몰입이 깨지는 분이라면 이 영화는 안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도 크게 불편함 없이 관람하는 편이라 나름 볼만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그 부분을 지적하게 될 것입니다. 잠시 유예를 하는 것이죠.




무슨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지 상당히 고민이 되는데,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으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 상당한 찜찜함이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결말 부 음악이 그대로 엔딩 크레딧까지 이어져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전에 개봉한 한국 영화처럼 나름 잘 쌓아 올리던 긴장감을 결말 부에 다 부숴버리는 듯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결말 부에 등장하는 과도한 신파일 것입니다. 아마 이 부분만 조금 줄였어도 영화는 어느 정도 괜찮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내내 관객들은 이미 정석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간단한 설명만 이뤄져도 정석의 감정과 행동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설명을 넣고 싶었다면, 짧은 과거 회상 정도만 이뤄져도 됐을 장면은 너~~~~~무 끌고 갑니다. 이때부터 저는 ‘이제 끝나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수십 번을 했습니다. 애초에 끝냈어도 진즉에 끝냈어야 하는 장면은 상당히 끌고 가면서 그나마 있던 영화에 대한 긴장과 기대도 무너졌습니다.


물론, 영화는 그 이전부터 문제점을 충분히 드러냈습니다. 제가 가장 기대했던 것은 좀비 아포칼립스의 표현과 카체이싱입니다. 무엇보다 한국형 좀비 아포칼립스를 기대하는 이유는 총기 소지가 가능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총기 소지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만의 무기나 대체법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고편에서 이미 총기 사용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는 반도에 진입하게 된 일행들이 가져온 것이라는 설정도 가능했거니와 총기를 주 무기가 아닌 최후의 수단으로 쓰이길 하는 바람이었죠. 하지만 영화 속 좀비 아포칼립스는 해외의 좀비 영화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결국 새로운 것이 없는 세계관의 표현이었습니다. 이 점은 저의 개인적인 기대이기도 했지만 이는 다음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두 번째로 기대했던 카체이싱 역시 크게 새로운 것이 없었습니다. 물론, 카체이싱 장면이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는 것은 인정하고, 많은 분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매드 맥스]의 카체이싱을 레퍼런스 삼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많은 장면에서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수의 좀비를 차로 밀어내는 일부 장면과 폭죽을 이용하여 좀비들을 유도하는 장면에서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카메라 워크에서 유사점이 너무 보여서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더불어 카체이싱의 포인트 또한 좀비를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631부대에 쫓기는 상황에서 등장합니다. 이는 좀비는 그들에게 걸림돌의 역할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좀비의 이야기로 이어가자면, 전편인 [부산행]에서 칭찬을 받았던 부분 중 하나는 좀비에 대한 표현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들은 대부분이 분장에 의존했습니다. 그 때문에 리얼한 분장 기술에 대한 칭찬이 있었습니다. 좀비의 움직임 또한 비보이팀을 섭외해서 관절이 자유로운 좀비를 등장시켜서 좀비의 무서움이 더 극대화되었습니다. 그리고 [반도]에서도 비보이를 섭외한 것 같은데, 꼭 그런 동작이 필요했나 싶습니다. 

[반도]에서는 좀비의 세계관만 사용되는 것이고 좀비의 등장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렇기에 주인공들에게 좀비라는 존재가 어려운 존재라는 생각이 덜합니다. [부산행]에서 일부 인물이 좀비에게 물리기도 하고, 이들이 그들은 무서워하는 존재로 설정했다면, [반도]에서는 무서운 존재이기보다는 더러운 존재 혹은 귀찮은 존재로 취급하는 듯합니다.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좀비를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것은 자주 등장하는 설정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좀비가 직접적인 위협이 되어 공포스러운 존재로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반도]에서는 그런 느낌이 크게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비가 주는 공포보다는 631부대의 존재감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이죠.

[부산행]에서 김의성 배우가 연기한 천리마 고속 상무인 영석의 캐릭터가 영화에서 가장 짜증 나는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그의 행동에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했습니다. 즉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거기에 이들이 주인공들에게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부산행]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좀비이고, 어느 순간에 사람이 더 무서울 수도 있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주는 형식입니다. 그렇기에 인물들에게 끝까지 위협이 된 존재는 좀비라는 것이죠. 만약에 관객들이 ‘사람보다 무서운 좀비’를 좋아했다고 해서 이런 설정을 한 것이라면 크게 착각한 것입니다. 관객들은 영석을 무서워한 것이 아니라 짜증이 난 것입니다. 즉, 다 같이 살 수 있음에도 혼자 살겠다는 이기적인 태도에 반응하는 것이죠.

하지만 [반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이기적인 인물입니다. 같이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었고, 방법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석이 주인공이라서 관객들이 몰입하는 것이지, 남겨진 631부대가 더 안타깝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정부에게 버려지고 인간성을 상실한 것은 비정상적인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쓴 결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는 [부산행]에서 등장했던 좀비로 인해 사라진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의 연장 선상에서 제작된 이야기로 볼 수도 있으나, 이 과정에서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언급이 배제되었고, 좀비에 대한 비중마저 배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도]에서의 좀비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는 주인공들이 좀비를 대하는 자세가 너무 의연하다는 것입니다. 들개 생활을 하던 ‘민정’ 가족은 익숙해진 상황이었다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느 순간에는 익숙함이 공포로 다가오는 순간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결국 시종일관 631부대를 악역으로 두고 영화를 진행하기 때문에 좀비가 눈에 조명되지 않은 것이죠. 좀비를 보기 위한 관객들에게는 큰 실망이 될 것입니다.


영화의 감상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느낀 장점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631부대의 인물 중에 황 중사와 서 대위가 등장하는데, 두 캐릭터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군대에 관련된 이야기이기도 한데, 군 생활하면서 느꼈던 중사와 대위의 이미지를 잘 그려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연상호 감독이 이전에 [창]이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군대 이야기를 그려낸 적이 있는데, 그 노하우가 반영된 것인지 중사와 대위라는 관계나 캐릭터 설정이 상당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쯤에서 정리를 해보자면, 새로운 것이 없는 영화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보이는 것에 대한 표현 자체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은 이미 다른 영화에 등장한 레퍼런스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고, 영화의 스토리 또한 많은 부분 예상이 가능하며, 클리셰를 역으로 이용하는 등의 변조를 주는 부분도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도 이 정도로 만들 수 있어.’ 정도밖에 안 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신과 함께]나 [백두산]을 보고 난 뒤에 ‘덱스터 스튜디오’가 CG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 영화 또한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신과 함께]나 [백두산]을 본 관객들의 평에는 호평도 꽤 많았습니다. 이는 영화를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써 소비하는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재미있게 보인다는 것이죠. 즉, 영화를 보면서 사소한 디테일이나 신파, 클리셰가 등장했을 때, 몰입이 깨지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상당히 불만스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용인과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신다면 재미있게 보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를 볼 때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는 편이라 부족한 개연성이나 클리셰나 신파 따위에는 면역이 생겨서 몰입이 깨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뒤에 그 불만들을 쏟아내는 편이죠.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동안은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도 결말 부는 조금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5분이면 끝낼 이야기를 20분 동안 질질 끄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럴 거면 영화의 초반에 캐릭터 설명은 왜 하는 건가요? 뒤에 다 할 텐데 말이죠. 앞에서 시간 투자해서 배경 설명했으면, 뒤에는 생략해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아니 관객들을 바보로 보는 것도 아니고 이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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