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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31. 2018

[영화] 사랑, 스무살

안 하는 것보단, 늦는 것이 낫다

 제목과 다르게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20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의 원제목을 살펴보면, [Almost, Friends]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제는 이 영화의 분위기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겪는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인물들이 대학생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왜 [사랑, 스무살]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 사이지만, 거의 사랑과 비슷한 관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 [거의 사랑] 아니 [사랑, 스무살]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찰리’는 한 카페에서 일하는 그녀 ‘엠버’를 좋아합니다.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지만, 그녀의 미소는 찰리가 반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찰리는 그녀에게 말 한마디 걸지 못합니다. 그렇게, 오늘도 그냥 카페를 나옵니다. 그런데, 카페에선 나온 찰리를 엠버가 불러 세웁니다. 찰리가 두고 온 열쇠를 주러 나옵니다. 찰리는 긴장감에 횡설수설 하며 이상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 열쇠가 자신의 열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도 그녀의 이름이 엠버라는 것은 알아낸 장한 찰리입니다. 그런데, 그 열쇠는 찰리 것이 아니랍니다. 그렇게, 그 열쇠는 그녀가 가지게 됩니다.

영화에서 이 열쇠가 크게 활용되지는 않지만 보통 이런 설정은 영화에서 이 열쇠라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심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이 열쇠가 마치 무언가 중요한 역할할 것처럼 보여줍니다. 막상 큰 역할이라기보다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과정에서 바통처럼 활용됩니다. 그리고 영화 내내 ‘엠버’의 목걸이가 열쇠 모양이라는 것을 보면 이 영화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엠버였던 것 같습니다. 그 열쇠는 어떻게 작용할까요.


이 영화에서 찰리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이상하다는 것과 열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주변 인물을 통해 자주 거론됩니다. 그의 엄마가 찰리에게 우울증이냐고 물어보지만, 그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엠버가 그에게 종종 합니다. 하지만, 엠버는 그 이상함을 다른 것이 아니라 특별하다고 받아들입니다. 다른 것은 개성이라고 볼 수도 있고, 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그의 친구인 헤더를 통해서도 보여줍니다. 찰리의 절친인 헤더는 엠버의 사촌인 잭을 만나면서 잭에게 다른 남자들이 하는 방법과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잭을 거절합니다. 둘의 사랑이 결말이 나는 순간에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번지르르한 말보다는 순간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말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엠버라 찰리를 다르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 하는 번지르르한 말들을 안 한다는 것이죠. 어쩌면, 못하는 것이죠. 그것이 그녀에게는 더욱 순수하게 보였을지 모릅니다. 진짜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가지는 떨림과 긴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렇게, 엠버는 찰리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친해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남들에게 하지 못하는 말들까지도 찰리에게 털어놓게 됩니다. 물론, 100% 솔직하지는 못합니다. 그녀도 조심스럽습니다. 찰리는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알려진 것이 무서운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무서움을 찰리를 통해 극복합니다. 생각해보면, 엠버는 그녀의 남자친구인 브래드가 하지 못한 위로를 찰리에게 받았던 것이죠. 그 위로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어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죠. 적어도, 브래드는 자신의 이야기만 하느라 엠버의 이야기는 듣지 않았고, 엠버가 이야기하면 이기적이라는 이야기를 했죠. 찰리는 브래드가 하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었죠.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찰리의 아빠가 등장합니다. 아빠는 갑자기 나타나 찰리의 집에서 며칠만 신세를 지자고 합니다. 물론, 그의 엄마는 크게 반대합니다. 둘은 좋은 관계를 가지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찰리는 아직 아빠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방을 내주면서 아빠를 지낼 수 있게 해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빠는 찰리와 지내면서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엄마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힘을 씁니다.

그의 아빠는 늦었지만 엄마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이상한 방법으로 그 죗값을 치릅니다.. 그렇게 해야만 그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었나 봅니다.


[사랑, 스무살]은 멜로 영화답게 인물의 감정에 충실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물 하는 생각에 집중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찰리’의 생각이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행동을 망설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과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 무언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좋은 핑계가 되고 있는 과거의 상처는 예상치도 못한 어떤 사건에 의해 생기게 되는 것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 나아있지만 그걸 깨닫게 되는 순간은 더딥니다. 결국, 모든 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계기는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하는 곳에서 생기는 게 되는 것이죠. 스스로에 대해 깨닫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시간이 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던 그는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고,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엠버 또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됩니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라는 헝가리의 속담처럼 말이죠.


3 / 5  안 하는 것보다는 늦는 것이 낫다. – 영화 [사랑, 스무살]의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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