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시 Jul 31. 2020

과유불급

영화 [강철비 2 : 정상회담] 리뷰

아직 시국이 시국인지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7월 말부터 극장은 극성수기 기간입니다. 그 시작을 알린 [반도]가 개봉 10일째에 약 240만을 기록했는데, 작년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라이온 킹]이 개봉 10일째에 300만을 기록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강철비 2 : 정상회담]이 이런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 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실 [강철비 2]는 4월에 개봉 예정이었습니다. 전작이 나름 성공을 거둔 것을 생각해보면, 성수기에 개봉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영화지만, 결과적으로는 성수기에 선보일만한 영화가 아니라는 자체적인 판단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시기에 개봉하는 이유는 배급사들이 간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코로나 상황에도 관객분들이 극장을 찾는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을 위한 초석이라 생각됩니다. 이는 [반도]와 [강철비]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들에 비슷하게 부여되는 임무 같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전체적인 감상평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자면, 조금 실망스러운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작의 모습을 통해서, 어느 정도 기대를 했는데 말이죠. 굳이 비교를 하자면 [반도]를 보면서 느꼈던 정도의 실망은 아니라서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가장 크게 느껴진 부분은 정보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전편에서도 정보가 적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에 대한 표현이나 한국의 상황도 한국인이라면 알고 있는 상황을 배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설명을 생략해도 가능했고, 벌어지는 상황 또한 단순하게 표현이 됩니다. 그리고 액션을 위한 공간도 존재해야 했기에 그리 많은 이야기를 넣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죠. 그렇기에 전편은 액션과 액션 사이에 꽤 밀도 있는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것이 액션과 잘 어우러지면서 괜찮은 방향으로 영화가 흘러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강철비 2]에서는 액션 부분의 비중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액션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편에 등장한 액션과는 다른 잠수함 액션이 주를 이루고 있고,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액션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렇기에 볼거리를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실망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전편의 반응이 좋았던 이유는 상업 영화적 측면에서 메시지와 액션이 잘 결합되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많은 분들이 결말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며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영화 자체는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즉 [강철비]는 상업 영화였기에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다못해 [반도]도 이런 상업 영화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을 했기에 [부산행] 만큼은 아니더라도 볼만하다는 평가도 존재하는 것이죠. 

[강철비 2: 정상회담]에서는 영화의 대부분이 남한, 북한, 미국 등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갈등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사건의 전개가 상당히 복잡합니다. 사건이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되는 것인지 알아야, 영화의 후반에 인물들이 받아들이는 감정에 대해 이해가 가능한데,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에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한 가지 사건을 두고, 다양한 캐릭터들의 상황과 배우들의 연기로 풀어낸 [공작]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전달할 정보가 많다 보니 영화는 정보 전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고, 이는 영화가 전체적으로 늘어지는 상황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영화는 코믹한 장면을 배치하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코미디 장면이 부자연스럽게 배치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맥락상 연결이 안 되거나 억지웃음을 유발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굳이 없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몇몇 있습니다. 추후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런 장면들이 영화의 의도를 위한 블랙 코미디로 연출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블랙 코미디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웃기기 위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영화의 감상과는 별개로 영화는 노력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무언가를 대충 했다는 느낌보다는 욕심이 과하는 생각이 먼저는 영화입니다. 북한 잠수함을 재연한 모습이나 한반도의 외교 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낸 모습이나 각 국의 태도에 대한 부분 등 여러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적어도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나의 영화로 압축하여서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기에 현실을 풍자한 이야기나 상황까지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더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전편이 좋았던 점은 기존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틀에 남북문제를 잘 녹여내었다는 것입니다. 관객들 또한 영화의 메시지에 대한 이해 없이 액션만 본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거기에 곽도원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생활 연기가 주요 포인트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감독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가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강철비]에는 그런 여유를 둘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고 있었죠. 

하지만 [강철비 2]는 액션만 본다고 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는 영화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액션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잠수함 액션만 등장하기 때문이죠. 거기에 전편에서 느껴졌던 매력적인 캐릭터도 부재합니다.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있지만, 주요 인물들 대부분이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영화가 사실적인 모습을 추구하다 보니 현실의 인물을 영화 속에 표현하려고 했고, 그런 과정에서 영화가 필요로 하는 개성 있는 모습이 줄어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우들 또한 그런 표현에 조금 더 집중한 모습이기 때문에 영화만의 개성이나 포인트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와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영부인을 연기한 염정아 배우입니다. 사실 영화의 중반을 넘어서면 거의 등장하지도 않을 정도로 짧은 분량이지만 참으로 인상적인 캐릭터입니다. 영화의 초반은 나름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렇게 한 인물을 통해서 영화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영화가 스스로 입증한 샘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후반에는 한반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많은 부분을 신경 쓰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후반부 절반은 잠수함 내부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는 잠수함을 한반도에 빗대어 표현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잠수함에서 벌어지는 많은 이야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잠수함이라는 특성상 내부에서 총격전이 발생하여 잠수함 내부 기기의 이상이 생기면, 모두가 죽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한반도에 대입을 하면 영화의 메시지가 더 명확하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3월에 [울프 콜]이라는 영화가 잠수함을 소재로 하면서 음파 탐지와 어뢰 등 잠수함의 이모저모를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강철비]의 잠수함 액션을 보면서 [울프 콜]이 떠올랐을 것이고, [강철비]의 잠수함 액션이 조금 아쉽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에 [강철비 2]가 4월에 개봉했다면 제대로 비교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액션이 아쉬운 것을 떠나서 저는 그전에 영화를 따라가는 것을 반쯤 포기한 상태여서 그리 긴장감 있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추가로 자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는 외국어의 사용이 존재하기에 이를 위한 자막이 존재합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대한 자막과 더불어 북한말에 대한 자막도 존재합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영화는 마치 북한을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밝힌 자막 사용의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관객의 이해를 위함입니다. 전작인 [강철비]에서 북한말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반영하였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북한과 남한은 다른 국가라는 표현입니다. 아직 휴전 중인 상황이기도 하고, 유엔 가입 시에도 다른 국가로 가입을 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한말을 표준어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어색함이 느껴져서 있는 그대로 넣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안 들리는 것은 방지하면서 남한과 다른 언어로 느껴집니다. 



결과적으로 양우석 감독이 영화에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던 노력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작인 [강철비]에서는 남과 북이라는 관계를 중심으로 파생되는 여러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파생되는 관계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영화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고, 전체 사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더라도 액션 영화로 즐기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강철비 2 : 정상회담]은 주변 국가의 이해관계가 영화의 주요 사건으로 등장하고, 그 관계가 단순하지 않으며 액션도 그리 화려하지 않아서 상업 영화로 보기에도 부족한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저평가하기에는 장점도 존재합니다. 분명 영화의 메시지를 위한 영화적 표현에 많은 신경을 쓴 점도 보이고,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해서 가감 없이 하고 있다는 것과 많은 이야기를 영화에 담으려고 했던 점은 영화의 긍정적인 면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전에 개봉한 [반도]와 마찬가지로 굳이 속편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서 [강철비 2]는 상호 보완적 속편이라고 했습니다. 전체적인 틀에서 남과 북의 상황이 반대가 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죠.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한 것은 좋으나, 영화의 매력도 정반대가 된 것은 아닌가 싶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대와 너무 다른 힐링 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