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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Aug 09. 2020

잘 만들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리뷰

 많은 분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영화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드디어 개봉을 했습니다. 이전 프리뷰 영상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시사회 직후 호평이 이어지면서 괜찮은 액션 영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잘 만들어서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이전에 개봉했던 [강철비 2 : 정상회담]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는 느낌이 들었던 반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라는 의지가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자체가 잘 만들어진 편이라서,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영화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는 스토리의 간단함에서 오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액션 영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 스토리의 이해가 쉬워야 합니다. 말 그대로 단순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이야기가 짧다는 것입니다. 단순하다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물에게 하나의 목표가 주어지고, 그 목표를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액션을 등장하도록 빌드업을 하는 것이고, 액션을 통해서 한 단계 전진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죠. 이 영화에는 이런 과정이 상당히 생략되어 있습니다. 


이런 영화의 기조는 영화의 편집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행동이 이뤄지는 과정에 대한 생략이 잘 이뤄져 있습니다. 누군가를 찾는 과정이나 추리를 하는 과정들이 생략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야기를 단순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하게 하는 것이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전개의 속도를 낼 수 있으나, 개연성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약점을 가지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생략은 특정 행위에서도 등장합니다. 조금 잔인하게 느껴질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많이 아쉽습니다. 잔인함이 주는 캐릭터의 개성과 영화의 긴장감이 장점으로 작용될 수 있었음에도 영화는 많은 부분 보수적인 표현을 보여줍니다. 15세 관람가를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추후에 감독판이나 청불 등급으로 나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전체적으로 꽉 찬 느낌도 아니었고, 무언가 특징적인 것이 없어서 임팩트가 부족했습니다. 한 편으로는 ‘이래서 신파를 넣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관객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너무 터무니없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우연에 기대는 등의 무리하게 전개되는 부분도 없었기 때문이죠. 일단 총알 무제한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잘 만든 영화임은 확실합니다. 액션을 표현하는 촬영도 좋았지만 이미 많은 언급이 있기에 생략하도록 하고, 개인적으로는 음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나 레이가 처음으로 등장할 때의 음악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거기에 총기에 대한 음향 표현도 좋았습니다. 한국 영화에서의 총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총소리였습니다. 예고편을 확인해봤을 때, 후반 작업에서 씌운 소리가 아니라 실제 화약 소리에 어느 정도의 믹싱을 거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때문에 사운드 특화관에서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아쉬운 부분이네요….) 이렇게 영화의 어느 부분이 잘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지게 제작되었습니다. 종합예술이라 불리는 영화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인 것이죠. 



지금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할 예정입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 분들은 여기까지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중요한 비중이 있으니, 영화의 온전한 재미를 위해서 아직 안 보신 분들에게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스포일러 리뷰를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배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박정민 배우에 색다른 변신을 했고, 표현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을 통해서 황정민, 이정재 배우가 박정민 배우에 대한 칭찬을 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네요. 개인적으로는 박정민 배우가 연기한 유이가 영화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라 생각하는데, 관련된 내용은 뒤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의 캐스팅에 최희서, 박명훈, 오대환 배우가 올라왔는데 예고편에 등장하지 않아서 궁금하기도 하면서 의아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세 배우 모두 다소 이른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의 캐스팅을 진행할 때, 배우의 유명도 또한 고려 대상입니다. 극 중에서 분량은 적지만 주목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 분량에 비해 유명도가 있는 캐스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혹은 분량은 많지만 주목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한 이유도 있죠. 

이 영화에서는 어느 정도 유명도가 있는 배우의 캐스팅을 통해서 인물의 중요성을 비롯하여, 일찍 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만듭니다. 아마 영화를 보시면서 최희서 배우가 그렇게 일찍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분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는 그런 효과를 노리는 것이죠. 

그리고 박명훈 배우가 연기한 인물의 설정을 알기 전까지는 이상하다가 생각했는데, 일본인이라는 설정을 알고 나니 표현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인이 하는 한국말 연기가 상당히 자연스러웠습니다.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난 뒤에는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대개 영화의 메시지를 생각할 때, ‘굳이 그래야 했나?’를 따져보는 편인데,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은 ‘굳이?’를 생각하게 만든 요소는 유이가 트랜스젠더라는 설정입니다. 영화는 유이라는 인물은 비수술 트랜스젠더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아직 남성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성인 상황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도 어느 정도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별 의도가 없었다면 유이가 여자 화장실에서 나오는 장면을 굳이 넣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 유이라는 인물이 굳이 트랜스젠더일 필요도 없었죠.

어느 정도 의도가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무언가 확실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다가, 영화의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태복음 6장 13절,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인용한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영화 속 인물들은 시험에 든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이 중에서 누가 선인이고, 누가 악인이 되는 것일까요? 하물며 유이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거스르는 존재입니다. 유이의 대사를 통해서 자신의 자녀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는 유이가 유민을 구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개신교에서는 트랜스젠더를 죄악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3명의 인물 모두 선과 악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인남이 가려고 했던 파나마는 대서양과 태평양,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의 사이에 있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극 중에서는 조세피난처라는 언급이 있지만, 한 편으로는 천국으로도 묘사되는 듯합니다. 이전까지 인남에게 파나마는 조세 피난처의 역할을 하였지만, 인남이 유민의 존재로 인해서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한 이후에는 회귀를 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인남에게는 구원이라는 희망을 품는 것으로 볼 수 있겠죠. 결과적으로 인남은 구원받지 못했지만, 유이가 유민과 탈출하면서 유민은 악에서 구해져 천국으로 향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민을 천국으로 인도한 유이는 선인이 되는 것일까요? 영화는 이런 고민을 남겨두고 마무리를 합니다. 

관련하여 감독은 인터뷰에서 종교적이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구원과 희망에 대한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명확하게 보여주는 부분이 없기에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볼만한 하고,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 결과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집중과 생략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감독 또한 굳이 무리해서 보여주기보다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담백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기에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과도한 오버보다는 담백한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 편으로는 영화가 더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자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가 별로 였다면, 이런 생각조차 안 들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혹시 후속작이나 감독의 다음 작품에서는 지금보다 더 괜찮은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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