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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Sep 22. 2020

당신이 생각하는 악마의 정의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리뷰

9월 16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로버트 패틴슨과 톰 홀랜드가 참여한 넷플릭스 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이 갔습니다. 특히나 톰 홀랜드의 경우 마블의 스파이더맨 이후에 주로 밝은 역할을 해왔기에 이번 영화가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의 얼굴을 보면 이중적인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고 있을 때는 한없이 순수한 소년 같은 모습이지만, 영화에서는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로 영화의 톤을 이끌어 갑니다. 

영화가 시작한 이후 주인공들이 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초반부에 40분간 등장한 주인공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설정이 있어야 현재의 주인공 어빈의 행동이 충분히 이해되기 때문이죠. 


스토리를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집으로 돌아온 윌러드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참전 이후 윌러드는 종교를 믿지 않게 되었지만, 결혼 이후 그는 다시 기도를 드리며 신앙생활을 시작합니다. 이후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서 윌러드와 아내가 모두 죽게 되고, 혼자 남겨진 어빈은 조부모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됩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영화는 신앙과 악마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시킵니다. 그리고 많은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관객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 진짜 악마는 누구일까’ 

극 중 신앙생활을 하는 인물들은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악마로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하지만 그런 생활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어떤 사건으로 인해 종교에 대한 믿음이 없는 어빈을 악마로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사실 영화가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조심스럽지만, 이 영화는 넷플릭스 영화를 좋아하지 않은 분들이 보셔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톰 홀랜드와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도 좋았지만, 영화의 분위기나 연출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기존 넷플릭스 영화가 가진 호흡과 조금 다른 느낌의 영화이기에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 할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지금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해서, 영화가 보여준 여러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점은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대부분은 신앙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영화의 초반, 윌러드의 어머니가 주님께 맹세한 일을 지키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조건적인 신앙에 대한 무서움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후 윌러드 또한 신앙에 미친 듯한 모습을 보이죠.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열심히 기도를 한 이유는 윌러드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반려견을 바치는 모습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도 반려견이 가족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더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반려견을 바친다는 행위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 이상의 절실함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내주고, 아내의 목숨을 살리고 싶었던 것이죠. 결국 아내가 죽은 뒤에는 그녀를 따라 자살을 하게 됩니다. 

때문에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그는 끝까지 신앙을 가지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 어빈이 유일하게 아버지를 닮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복수가 그것입니다. 성경에는 ‘원수를 사랑하라’라고 했습니다. 즉, 복수는 주님의 뜻과 반대되는 행위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그를 악마로 표현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영화는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성실하고, 착하게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 시작은 마을에 새로 온 목사인 ‘프래스턴’입니다. 그는 교인들의 신앙심을 이용하여, 자신을 신이라 칭하여 악마 같은 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그를 포함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서슴없이 행동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어빈을 통해서 한 명씩 제거를 하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 시작은 개인적은 복수였지만, 모든 일이 끝난 이후에는 세상에 대한 복수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마치, 홍길동과 같은 이야기라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 어빈은 많은 사람을 죽인 인물이었습니다. 누군가를 그런 그를 악마라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진짜 악마를 죽인 예수와 같은 인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은 그들의 죽음이 ‘죽어도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악마인 것일까요? 

그가 영화의 마지막, 그가 히치하이킹을 하게 된 차의 운전자가 마치 예수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는 그가 예수를 만나서 눈을 감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몇 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먼저 눈을 감는다는 것은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곳은 천국일까요, 지옥일까요. 목적지가 없던 어빈이 도착한 목적지는 어빈에게 어떤 곳일지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영화의 결말을 보고 난 뒤에는 영화의 첫 부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에 등장한 내용이 영화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무고한 사람이 나서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전쟁은 영화가 이야기하고 싶은 큰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영화의 많은 부분이 우연한 선택에 의존하고 있기에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서 많은 것이 바뀐 인물들의 운명, 이는 신앙이 중심인 이 영화와 조금 이질적인 이야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 느끼지 못한 상태로 영화의 관람을 마치셨다면, 느리고 차분한 전개에 조금 지루하게 느끼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영화의 단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의 전개상 명확하게 짚어주는 부분이 없습니다. 영화의 인물이 많은 편이라 영화 초반에 나온 인물이 중후반에 다시 등장함에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금은 친절하지 못한 영화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내내 등장한 내레이션의 목소리가 영화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도널드 레이 플록’인 점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내레이션이 어떤 교훈을 주기 위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가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인물이 느끼는 감정과 상황을 전달하는 것,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다양한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느껴진 넷플릭스 영화의 이미지는 가볍거나 독특한 상상력으로만 버터온 느낌이었는데, 무게가 있으면서도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만든 영화는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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