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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10. 2020

한국엔 넷플릭스가 필요하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리뷰



추석을 앞두고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공개했습니다. 공개 전까지는 젤리의 표현으로 인해 조금은 독특한 영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드라마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의 전작들을 봐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이경미 감독의 개성을 알고 계신 분이라면, 이 영화의 톤이 재미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이전 작품인 [비밀은 없다]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성과 조금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경미 감독의 이런 스타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대중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확실한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충분한 메리트가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서로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넷플릭스는 제작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화질입니다. 화질과 관련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투자도 많이 이뤄집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넷플릭스 콘텐츠는 UHD로 이뤄져 있고, 해외의 경우 돌비 비전을 지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거기에 제작 관련된 지원도 충분히 하면서도 내용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크게 간섭하지 않다는 것을, 과거 제작자 및 스태프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넷플릭스의 특징이 이 드라마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기에 창작자는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대중성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넷플릭스 콘텐츠가 용두사미라 느끼는 것이 이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저의 경험을 이야기하지만, 시나리오 단계에서 신선한 소재와 흥미로운 사건을 떠올려 시나리오를 진행합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이야기를 쓰다가 이야기의 끝맺음을 할 때는 여러 난관에 봉착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맞이하려고 하면 진행과정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다가 사람들이 재미를 느낄 포인트가 부족한 경우도 많아집니다. 창작의 자유가 보장된다면,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대부분의 창작자는 예술성을 선택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 영화는 신선한 소재로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지만, 전개가 될수록 처음에 느껴진 흥미가 점점 사라지는 것이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건 교사 안은영]의 한 줄 평은 ‘개성 강한 영화 같은 드라마, 그리고 피할 수 없는 호불호’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이경미 감독의 개성이 상당히 잘 드러났습니다. 만약 극장에서 개봉할 영화였다면, 이런 내용은 절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후반 작업에 상당히 신경 쓰는 넷플릭스라 CG나 음악, 색, 화질을 포함한 후반 작업 퀄리티는 상당히 좋습니다. 평범하게 스토리로 소비되는 드라마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써 기능을 할 수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평범한 드라마를 원했던 분들에게는 상당히 이질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 영화는 괴짜 같은 느낌이 들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조금은 난잡한 음악과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 기복 등은 의아함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이경미 감독의 작품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선한 마스크입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한 인물들은 대체로 개성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하였습니다. 익숙한 인물과 신선한 인물들이 뒤섞이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고 있죠. 

두 번째는 음악입니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음악은 대체로 특이한 편입니다. 영상 작품에서는 가사 있는 음악을 잘 안 쓰는 편이지만, 이경미 감독의 영화는 노래의 가사가 작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편입니다. 거기에 작품에 등장한 요소를 이용하여 작사를 하기도 합니다. 작품 내내 흘러나오는 ‘내 몸이 좋아진다, 좋아진다~’는 조금 더 들으면 중독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마지막은 학생입니다. [미스 홍당무]와 마찬가지로 이번 드라마도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비밀은 없다]에서도 주인공의 딸과 그녀의 친구가 고등학생이고, 두 사람이 영화의 주요 사건과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의 경우, 학교라는 배경이 상당히 중요하게 적용됩니다. 


이런 점들이 [보건교사 안은영]에도 잘 적용되어 있으며, 젤리들의 표현이나 일부 요소가 상징하는 이야기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사장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학교의 구조, 학생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실속을 챙기려는 어른들과 그런 학생들을 지키려는 사람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드라마가 의미하는 이야기들이 쉽게 들어옵니다.

이 드라마는 배우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정유미 배우의 경우, 이전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표정과 모습이 등장하여서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도 그런 점을 살리는 연출을 보여주어서 어디에서 본 적 없는 독특한 모습을 담아내었습니다.


다만, 개성을 뽐내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스토리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단점을 보입니다. 이런 점도 창작의 자유에서 발생하는 단점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의욕이 앞서서 스토리에는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성이 있더라도, 탄탄한 스토리가 바탕이 되어야 나름의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드라마를 보면서, ‘젤리가 귀엽고, 독특한 개성으로 만든 것은 알겠는데, 뭘 말하고 싶은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죠.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다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은 것이죠. 개성이 보장된 만큼, 스토리 부분에도 신경 쓰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뭔 이야기인지는 알아야 이해할 테니 말이죠. 관객들이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간 부분이 꽤 보였습니다. 주인공 은영을 따르는 친구들에 대한 설명 부족해서 드라마를 보다가 ‘얘가 이런 애였어?’라 느끼는 부분이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자유도가 높아지니, 하고 싶은 것을 할 생각에 신이 난 듯한 느낌입니다. 자유도 높은 게임을 할 때, 자유도가 높아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는 경우에는 쉽게 질리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의 단점이 그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빈약하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넷플릭스와 자신의 개성을 펼치고 싶은 감독의 알맞은 조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야 말로 넷플릭스만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작품을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취향과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개성을 가진 콘텐츠를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것은 한국에 개성 있는 창작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런 환경 조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그 이유죠. 봉준호나 박찬욱 감독과 같이 명성 있는 감독이 아니라면 감독 스스로 모든 것을 컨트롤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가 보장하는 창작의 자유는 현재 한국 콘텐츠 시장에 정말 필요했던 점이죠. 

대중적인 입맛에 맞는 작품은 아니기에 누군가에게는 다소 난해하고,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반응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과거 [비밀은 없다]를 보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그런 분들에게 지금껏 한국에서 이렇게 개성 있는 콘텐츠를 본 적이 있었느냐 묻고 싶습니다. 모든 분들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는 아닐지라도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대체 불가 콘텐츠라는 것에는 동의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개성 있는 콘텐츠가 많아져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가 더 많이 생길 것입니다. 물론, 최소한의 스토리 및 설명은 바탕이 되어야겠죠.


일단 [보건교사 안은영]도 시즌 2까지는 제작이 될 것 같습니다. 이경미 감독은 ‘시즌 1은 학교 안에서 함께 힘을 합쳐 젤리들을 헤쳐나간다면, 시즌 2는 학교 밖에서 어떻게 함께하여 젤리들을 무찔러 나갈 것인지 궁금해하셨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즌 2는 학교 밖에서 벌어질 이야기라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는데, 빠른 시일 내에 시즌 2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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