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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왜 이럴까요?

드라마 [스타트업]에 대하여 (~14화)

by 따따시

오늘은 드라마 [스타트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전까지 드라마 리뷰를 통해서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바로, 작중 스토리에 대한 여러 의견 중 가장 중요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타트업]은 방영 이후 줄곧 지평의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거기에 지평의 캐릭터를 상당히 매력적으로 표현되었죠. 드라마 구조상 지평의 이야기가 있어야 전개가 가능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드라마를 필연적으로 지평의 모든 이야기를 미리 공개하고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 말은 드라마는 필연적으로 서브 남주인 지평에 관심이 더 가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렇기에 조금 뒤늦게 등장한 도산의 캐릭터는 더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초반까지 도산을 포함한 삼산텍 친구들은 조금은 어설프고 순수한 친구들로 그려졌습니다. 정말 코딩밖에 모르는 친구였죠. 거기에 도산의 경우 모태솔로라는 설정이 있기 때문에 달미의 호의로 호감이 생긴다는 설정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거기에 지평에게도 달미와 도산이 잘되도록 이어줘야 할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에 보는 시청자들 또한 그러한 점에 초점을 맞추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시청자분이 일명 ‘사약길’. 이뤄지지 않을 서브 남주와 메인 여주의 로맨스를 꿈꾸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참고로 이 ‘사약길’이라는 것은 메인끼리 연결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뤄지지 않은 사랑이라 표현하는 것이죠. 그렇다는 것은 메인 주인공인 도산이 조금만 매력적으로 그려져도 시청자들은 그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사약길’을 넘어 서브인 지평이 메인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물론, 아직 도달 커플을 응원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일단 양쪽 모두 의견일 뿐이지, 어느 쪽이 옳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이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이전 다른 드라마와 다르게, 왜 유독 [스타트업]에서만 사약길이 더 큰 응원을 받는 지, 또 사약길을 넘어서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던 분들이 드라마에 등을 돌리게 된 것인지까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도산과 달미가 데모데이 직전부터 드라마가 조금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까지 주인공들은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존재했습니다. 달미는 인재를 이기기 위해서, 도산은 달미에게 자신을 인정받기 위해서, 지평은 원덕의 부탁으로 인해서 달미를 도와주었던 것이죠. 목표가 확실한 만큼 주인공들이 다른 길로 조금 빠지더라도 금방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지금 이뤄야 할 확실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죠. 이후 눈길 서비스도 확실한 목표로 인해서 시작하게 된 서비스인만큼, 이들이 눈길에 힘을 쏟는 이유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물들이 함께 공유하는 목표는 사라지고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싸움과 소비가 지속되고, 사업과 관련된 부분은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런 패턴은 과거 한국 드라마가 보이던 패턴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전문직 드라마로 보이던 이야기가 어느새 로맨스가 되어서 결국 비슷한 드라마가 된다는 것이죠. 물론, 당시에는 재미있게 보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로맨스보다는 인물들의 사건 해결과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같은 방송사에서 방영 중인 [구미호뎐]의 경우 로맨스가 메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인물이 목표를 가지게 된 그 시작이 로맨스이기 때문이죠. 즉, 모든 이야기가 로맨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사랑을 지키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이기에 로맨스 장면들이 어느 정도 용인이 되는 것이죠. 그런 [구미호뎐]도 중요한 일을 앞두고 PPL 받은 회사의 곱창을 먹으러 간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있긴 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매력이 부재한 것도 원인입니다. 이전까지 다른 드라마에서는 서브 남주가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더라도, 메인 남주는 메인 여주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매력을 가진 형태 혹은 메인 여주에게 딱 맞는 인물이라는 설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도산의 그런 매력적인 부분이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지평이 월등하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문제점으로 볼 수도 있겠죠.

더불어 그런 메인 주인공에게 상당히 많은 단점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평에 폭력을 가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납득할 만큼의 감정선이 아님에도 행동이 먼저 나간 것이죠.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지평은 합당한 지적을 한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행동이 폭력을 가한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보다 폭력을 더욱더 무겁게 보는 상황이기에 도산의 주먹질을 단순 감정싸움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거기에 순수한 줄 알았던 삼산텍 친구 중 한 명인 용산이가 갑자기 지평에 대한 복수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상당히 갑작스럽게 느껴집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평에게 감정만 앞선 것이죠.

전체적으로 메인 주인공인 삼산텍 친구들은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선 친구들이라는 것입니다. 도산은 자신의 사랑 때문에 더 욕심이 생겼고, 용산은 복수라는 이유로 움직인 것이죠. 그래서 삼산텍 친구들 중에서는 철산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순수하게 코딩을 좋아하는 인물로 보이고, 사하를 짝사랑하지만 자신의 일은 성실하게 하는 인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예측이 되는 인물에 정이 갑니다. 도산과 용산은 예측이 안 되는 행동을 보였지만, 철산과 지평의 행동은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예측에서 벗어났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드라마는 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죠.

그리고 그런 과정을 그리는 드라마는 지평의 서사처럼 누구나 공감을 할 수 있도록 잘 쌓은 서사가 아닌 비교적 간단하게 묘사된 목표라는 것입니다. 만약 용산의 복수를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면, 용산에게 형이 애틋한 존재이며, 상당히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각인 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용산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형이 부모님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면 납득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이를 설명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드라마가 의도한 반전이라는 면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설픈 반전보다는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으로 만드는 것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형이 죽게 된 이유는 모르던 철산과 도산이 뒤늦게 알게 된다면, 그것 또한 그들이 지평을 잠시나마 미워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으니 말이죠.


물론, 드라마는 이런 인물들이 후반부에 성장하게 되어 성숙해진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13회 이후에 등장한 인물들은 대체로 이성적이고, 감정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13, 14회는 나름 괜찮게 봤습니다.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13회 이후의 모습도 아직 지평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심지어는 달미의 라이벌로 느껴지던 인재까지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모든 인물이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성장했다는 것을 대사를 통해서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성장을 한 사람은 달미와 도산이 아닌 인재로 보입니다. 아직 삼산텍 친구들은 목표가 불분명한 것으로 보이고, 미국과 한국을 결정하는 과정도 상당히 단순하게 보여줍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미국에 있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임에도 크게 고민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입니다. 아직 성장하지 못한 미성숙한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이죠.

이전까지 삼산텍의 미성숙한 모습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던 분들은 3년이 지났음에도 크게 변한 모습이 보이지 않던 이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실망을 한 것입니다. 분명 성숙함과 순수함은 다른 개념입니다. 지평의 캐릭터는 성숙하지만 순수하게 느껴집니다. 삼산텍 친구들도 지평의 행동을 이해하며, 성숙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이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라도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달미의 사업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그녀가 왜 자율주행 사업을 하는지 의문입니다. 이전에 눈길을 서비스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할머니를 위한다는 분명한 동기가 있었기에 그녀의 사업이 무조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눈길을 너무 빨리 소비해버렸습니다. 심지어 원덕이 눈길을 잘 쓰고 있다는 장면조차 등장하지 않습니다. 저는 눈길 서비스가 이 드라마의 핵심 주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돈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고, 누군가를 위해서 제작된 서비스가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고, 이들을 위해서 사회의 참여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과 달리 자발적 후원 문화도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를 이용하여, 눈길의 취지에 공감한 개개인이 후원하거나, 인플루언서 및 사회 환원 사업의 일환으로 눈길의 지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에서는 사회 환원 사업으로 저시력자를 위한 VR기기인 ‘릴루미노’를 개발하였습니다.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만큼 충분히 가능한 사업 모델이라는 것입니다. 이외에 ‘크라우드 펀딩’, ‘사회적 기업’, ‘구독형 수익 모델’,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 개발’ 등 과거보다, 지금이 더욱 주목받는 현상과 가치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새 잊히고, 인물들의 감정싸움만 남은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만 들으면 당장 하차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지만, 제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려고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다수는 지금까지 본 것이 아까워서 본다고 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초반에만 집중하여서 만드는 것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인물들이 하는 고민이 마음에 듭니다. 과거 제가 했던 고민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과 비슷해 보일 때도 많습니다. 그 때문에 자신의 고민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공감하고, 그런 인물들의 심정도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이전까지 [스타트업] 리뷰를 통해서 제가 이야기한 부분도 그러한 점을 기반으로 말씀을 그렸습니다. 그 리뷰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관련해서는 공개 방법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감정적인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드라마였는데, 그 감정적인 공감에서 실패하게 되면서 이후의 감정 또한 쉽게 공감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감정은 이전 서사를 통해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그것이 유지가 안 되어 후반에는 인물에 대한 감정 이입이 어려운 것이죠.


관련하여서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리뷰를 하는 몇몇 분들에게 앞서 이야기한 내용과 관련하여서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먼저 ‘입소문 tv’의 입소문님은

중반까지의 연출은 좋았다. 다소 뻔한 이야기를 완급조절과 OST로 극적인 느낌을 주게끔 표현한 점도 좋았다. 하지만 1회에 한지평에 대한 서사를 너무 튼튼하게 쌓아 올렸다. 남도산의 서사가 그걸 뛰어넘어야 할 정도로 매력적이어야 하는데, 도리어 지평이의 서사가 점점 높아져만 갔고 그걸 후반부에 수습하려다 보니 억지 우연을 거듭 사용됐다. 그게 이미 높아져 버린 시청자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 같다.

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저도 OST가 드라마에 한몫을 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정말 OST는 정말 잘 만든 것 같습니다.


이어서 ‘윤공 [영화&드라마] 리뷰’ 채널의 윤공님은

등장인물 간의 스토리에 교통정리가 필요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지평이의 서사만큼 중심인물인 도산과 달미의 서사가 설득력있게 전개되어야하는데 시청자가 납득할 수준이 아니었다. 편지의 비밀이 밝혀지는 10화까지 사건의 중심은 지평이었고 그 이후에도 이는 변하지 않았다. 중심스토리인 도산과 달미의 러브라인에 지평은 어떻게든 개입되었고 이는 메인과 서브 사이의 불균형을 가져왔다. 결국 러브스토리에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묘사된 등장인물의 성장 또한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매력적인 성장이 없었다는 점, 3년 후라는 설정으로 성장을 일축시킨 것, 드라마는 기획 의도와는 전혀 반대로 흘러갔다.

지평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 모든 이야기가 지평이 개입되어 균형이 깨졌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물론, [스타트업]은 최저 시청률 4.4%로 실패한 드라마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첫 방송 시청률이 드라마의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의 소재와 배우를 포함한 기대감만을 가지고 시청을 시작한 분들이 얼마나 이탈을 하고, 얼마나 유입이 생기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때문에 [스타트업]의 1,2화 시청률이 4.5, 4.4%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첫 방송 시청률 기준으로 큰 폭의 상승을 보이지 못한 점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분명 5화까지는 상승세를 보이며, 좋은 성과를 올릴 것으로 보였으나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15,16화, 드라마의 마무리만 남은 상황에서 서브인 지평이 메인이 되어도 불만이 없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입니다. 그만큼 많은 분이 드라마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스타트업]은 어떤 마무리를 보여줄 것인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하차하시더라도 저는 끝까지 보고 의견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다른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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