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시 Aug 24. 2021

질문과는 다르지만 괜찮은 답변

영화 [올드] 리뷰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올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을 다룸에 있어서, 독특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영화에서 시간을 다룬다고 하면 시간이 반복되는 타임루프이거나, 혹은 과거 혹은 미래로 시간여행을 한다던가 하는 타임 슬립의 형태로 다루는 편인데, [올드]는 그것과는 다르게 특정한 장소에서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설정입니다.


저는 이러한 설정만으로도 이 영화가 칭찬받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영화계 전반으로 소재 고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근에 개봉하는 영화들을 볼 때면 새로운 설정이나 신선한 영화들이 등장하면 상당히 반가운 감정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99년에 개봉한 영화 [식스센스]로 유명해진 감독입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영화사의 한 획은 그은 영화를 만든 이후에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던 감독이죠. 물론 그때만큼의 관심을 받는 감독은 아닐 겁니다. 사실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 영화가 나온 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단순히 실력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 운도 따르는 일이죠. 그런 이유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이전만큼 못하다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는 독특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가 다수입니다. 이번 [올드] 또한 그런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런 독특한 상상력으로 영화를 제작하다 보면 분명히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영화에 현실성을 어떻게 부여하느냐입니다. 현실에서 발생한 적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개연성을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영화의 몰입도,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영화 [올드]는 그런 점에서 상당히 영리하게 처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물들이 해변에 접하게 된 이후에 이러한 현상에 대한 여러 이유를 추측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관객들도 덩달아 이 현상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추리를 하게 됩니다.


그때 영화는 의도적으로 누군가가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출을 통해서 누군가가 이러한 현상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영화 내내 이 현상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말까지 다다르게 되었을 때는 그 현상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이죠.


여기서 관객들의 호불호가 생기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구조가 영리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어떤 관객분들에게는 영화의 미스터리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허무함이 느껴지는 것이죠.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설정은 이 해변의 시간의 흐름이 빠른 이유는 그저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도 그것이 쉽게 납득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에 극 중에서 등장하는 이런 상황은 초자연적인 설정으로 두고 그것을 누군가가 이용하고 있다는 상황을 만든 것입니다. 제가 이러한 연출을 영리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어설프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 나아가서는 자연의 중립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 이야기는 영화의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해변을 통해서 영화는 두 가지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영화의 메인 스토리로 볼 수 있는 인간의 성장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영화 소개에도 등장하는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다리가 아침에 4개, 점심에 2개, 저녁에 3개인 것은 바로 사람이라는 유명한 수수께끼죠. 이처럼 하루에 5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간다는 해변을 통해서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모두 다룰 수 있다는 것이죠. 어쩌면 인간의 생애를 모두 다룰 수 있는 설정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이혼을 앞두고 있던 부부의 이야기와 몸만 어른이 된 아이들의 이야기 등 영화를 보면서 등장하는 설정들은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해변에 입장하기 전까지 아이들은 어른이 되는 것을 기대하는 듯한 장면들이 배치가 됩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이 오히려 단점이 되는 듯한 상황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상처에 빠른 시간에 회복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영화는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자세에 대한 조명을 하고 있습니다. 정신은 아직 현재에 머물러있지만, 몸의 나이는 몇십 년이 흘러간 상황이죠. 영화 속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실 현실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저부터도 3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10대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20대의 열정들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런 상황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도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에서 그것보다 더 빠른 변화를 맞이한 영화 속 인물들의 혼란에 공감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자연의 중립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해변은 극 중에서 자연적인 현상으로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연구원 중 누군가가 이곳을 발견하여서 제약 회사에서 진행하는 임상실험에 대해서 빠르게 결과를 보기 위한 실험 장소로 사용됩니다. 누군가의 건강을 위해서 누군가가 희생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이것은 자연적인 현상을 인간의 이용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여러 가치판단을 하게 만듭니다. 자연은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는 인간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는 것이죠.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우라늄이라는 물질을 인간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제가 생각하는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는데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가 있습니다. 이 영화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가?라는 것인데 저는 반반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소재의 참신함은 분명 장점이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큰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합니다. 저는 독특한 소재에서 느껴지는 미스터리가 기존 영화에서 느껴지는 스릴과는 조금 다른 스릴로 다가와서 조금 신선했습니다.


 108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그리 짧게 느껴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리고 이것이 신선한 소재를 가진 영화의 한계로 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상업영화를 기준으로 평균 2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지게 되는데 2시간 동안 밀도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재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죠.


영화 [올드]의 소재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소재가 신선하지만 그 소재가 2시간을 이끌어갈 만한 힘이 있는 소재는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기에 다소 밀도가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가지는 장점은 확실합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가지는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나 소재 고갈이 심해진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독특한 소재는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만한 이야기라는 것이죠.


신선한 소재를 찾는 관객분들에게는 매력적인 영화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다소 김 빠지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난 영화(X) 코미디 영화(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