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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09. 2018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굳이 애니로 봐야 할까?

하나의 소설이 출시되고, 2년 만에 영화로 개봉하고, 3년만에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 왠지 모르게 애니메이션이 원작일 것 같은 이 영화는 실사영화 이후 2번째 영화화된 작품이다. 실사영화 개봉 당시에도 CGV 단독 개봉을 했음에도 이 영화를 아는 사람은 많이 있었다. 물론, 제목이 독특한 이유도 있다. 오늘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시사회에 참석했다.



생각보다 많은 관에서 진행된 것 같다.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시사회에 온 인원수를 생각해보면 대략 2~3개관에서 진행된 시사회로 보인다. 이 영화는 당연히 중소 배급사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NEW가 배급을 맡았다. 그래서 사람이 많았던 것이었다.


같은 소설을 다루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실사영화와는 다른 전개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 그 전에 소설의 제목이 독특하다. 사실 이 제목이 마음에 안 든다. 그냥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이야기 속에 억지로 넣은 듯한 느낌이 강하다. 과거 실사영화에서도 제목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인데, 감동이 저해되는 느낌이다. 이 영화, 역시 실사영화와 같은 이야기로 흘러가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이다. 실사영화와 다른 점은, 실사영화는 어른이 된 ‘나’의 과거 회상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철저하게 고등학생 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특유의 경쾌함과 발랄함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선택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사쿠라가 지나치게 업 되어 있다. 원작 소설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실사영화 보다 더 높은 텐션을 보여준다. 실사영화를 보면서는 몰랐는데, 극 중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안 나온다. 이게 영화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주는 장치인데 실사영화에서는 생략된 것인지, 내가 기억을 못 하는지 모르겠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영화는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그 이상도 아니다. 영화 [너의 이름은.]이 조금 대중성에 다가간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조금은 유치하고, 오글거리고 그런 장면이 많다. 일본 애니가 취향에 안 맞는 사람들은 안 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영화가 그리 재미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실사영화를 통해,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걸 굳이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한 번 더 볼만한 메리트는 없다. 다만, 이 영화의 내용을 모른다면 재밌게 볼 것 같다. 이 영화는 생각보다,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다는 철학적인 이야기가 있다. 단순, 멜로 스토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굳이 설명하자면, 죽음을 앞둔 사람과 그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에 비슷한 드라마를 본 적 있다. 2008년 특집 드라마로 방영된 [살아가는 동안 후회할 줄 알면서 저지르는 일들]이라는 테마 드라마가 있다. 4편의 이야기 중에 한 편의 이야기가 죽음 앞둔 사람과의 사랑이라는 주제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버킷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영화에서도 곧 죽는 주인공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누구가 죽음은 예정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도 내일 갑자기 불의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지만, 지금 당장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이 영화 속 인물인 사쿠라 역시 마찬가지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나’라는 인물과 실천한다.

사실, 이 영화는 결말을 알아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실사영화를 볼 때도 그렇고, 오늘 시사회도 그렇고 결말부에 다다르면 여기저기서 놀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 놀람의 의미는 직접 영화를 보면 알 것이다. 이 결말이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어이없게 보는 사람도 많다. 실사영화 개봉 당시 영화를 관람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결말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사람도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결말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가장 적절하게 끝내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두 인물이 이 사건을 통해 서로에 대한 존재를 확실히 각인되는 사건이기도 하고, 영화의 주제에도 가장 근접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큰 주제와 더불어 인간관계 속 ‘나’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것이며, 주인공의 가장 큰 이야기는 이 이야기일 것이다. 사회에서 ‘나’라는 사람은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나’가 존재한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이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이야기하고 있다. 너무나도 극명하게 다른 두 인물이다. 하지만, 두 인물은 서로를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타인에게 인기가 많은 사쿠라를 ‘나’는 부러워한다. 사쿠라는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매력도가 올라가는 것이고 ‘나’라는 인물은 혼자 있어도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그 사람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리는 것이고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크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애니메이션도 종종 봤기 때문에, 이 영화가 어색하다고 생각이 되지는 않지만 너무 다른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그냥 똑같은 애니메이션인데, 이야기만 가져온 느낌이다. 매력이 없는 영화로 느껴진다. 이야기 자체가 단순 학원 멜로물이 아니라, 후반부에 가면 생각할 이야기도 많아지고 슬픈 이야기도 바뀐다. 개인적으로는 실사영화가 더 나은 듯하다.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봐야 할 이유를 못 찾겠다.


3 / 5  굳이 애니로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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