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리뷰
** 영화의 큰 스포일러는 없지만, 영화 내용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되도록 영화를 관람한 이후에 읽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말 그대로, 뒤를 맡길 수 있을 만큼 서로를 믿는다는 뜻이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바로 그 ‘믿음’의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로 흘러갈 수 있도록 고도의 설계가 이뤄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AI가 빌런으로 등장하면서, 시각적으로 빌런의 존재를 체감하기가 어렵고, 가브리엘로 나온 존재 또한 물리적인 빌런으로써 느껴지지 않기에 한 편의 영화로 본다면, 빌런의 매력이 부족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AI가 보여주는 것은 단지 '정보'가 아니라 '가능한 미래'다.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사건들을 예측하지만, 그 예측 자체가 인간의 감정과 판단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현실이 아닌 세계가, 현실에 영향을 준다. 영화는 마치 AI가 세상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약 30년 동안 이어진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다. 그렇기에 영화는 더더욱 주인공인 '이단 헌트' 그리고 그의 파트너들을 조명하려고 한다. 즉, 영화의 모든 이야기가 그들을 조명하기 위한 장치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이단 헌트가 단지 미션을 수행하는 요원이 아니라, 팀원들과의 신뢰 안에서 실수하고, 후회하고, 두려워하는 인간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등을 맞댄다'라는 것은 적에게 둘러 쌓인 인물들이 서로의 등을 맞대어, 서로를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등 뒤에 오는 적을 동료에게 온전히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로를 신뢰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단순 임무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사회의 이야기로 확장도 가능할 것이다.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 [미션 임파서블]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시리즈의 8번째 이야기이자 마지막 이야기다. (스핀 오프 등의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기에 이전에 제작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전편들과의 연결고리가 유독 짙다. 이전 시리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자면, 96년에 개봉한 1편은 지금처럼 액션 블록버스터의 느낌보다는 서사에 집중한 첩보물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잠입과 미묘한 신경전, 정치적인 움직임에 집중된 서사였다. 그렇기에 최근에 제작된 [미션 임파서블]은 본 관객 입장에서는 1편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반대로 1편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2,3편이 너무 상업적으로 흘러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편은 당시에 대세였던 홍콩 누아르 영화의 대표적인 감독인 오우삼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시리즈들의 색과는 다른 방향으로 제작이 되었다. 때문에 시리즈가 언급될 때, 가장 적게 언급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3편은 시리즈 중에서 가장 상업적인 스탠스가 가미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첩보보다는 액션에 치중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진 '단 헌트'의 동료인 '벤지' 그리고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토끼발'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사실 '토끼발'이라는 것은 영화를 연출한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특징이 묻어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영화에 '맥거핀'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감독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즉, '토끼발'은 아무런 의미 없는 영화적 장치였다는 것이다. 3편 개봉 당시에 무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던 필자 또한 영화를 본 이후에 인터넷상에서 '토끼발'이 무엇이냐는 이야기들을 많이 봤던 기억이 있다. 이 떡밥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등장한 떡밥 중 하나로 이번 [파이널 레코닝]에서 적절하게 활용되었다고 생각한다.
4편부터는 현재의 시리즈와 기조를 비슷하게 가져갔는데, 특히 5편인 <로그네이션>에서는 이번 영화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시리즈에 합류하면서 이전보다 첩보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지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이와 동시에 5편 이후 메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신디케이트'라는 존재가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영화인 <파이널 레코닝>에서는 시리즈의 시작이자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첩보'에 초점을 맞추어서 여타 다른 할리우드 영화의 액션과는 다른 느낌의 액션 시퀀스를 연출하고 있다. 마치 수미상관의 구조를 맞춘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 시리즈를 5편부터 이끌어온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각본가로 이미 유명했던 인물이다. 과거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영화의 각본을 집필한 인물로 이후에 <작전명 발키리>, <잭 리처>, <에지 오브 투모로우> 등 이전부터 톰 크루즈와 함께 해오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맡기 시작하면서, 시리즈의 방향성이 조금 더 명확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는 팀워크의 무게와 감정의 흔들림을 함께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단 헌트'의 감정적 흔들림이 중요할 것이다. 영화 초반부터 자신의 동료와 대의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이후에 등장하는 미션들도 동료들의 도움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동료들이 나오는데 그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모두 같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세계 평화라는 하나의 목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동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이단 헌트'를 돕는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영화 초반으로 돌아간다면, 이단은 1편부터 함께했던 루터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선택한다. 단순하게 보면 이단이 IMF에서 활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한 세계 평화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 또한 뜻을 함께하는 동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동료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영화는 말하고 있는 듯했다.
이것을 영화 외적으로 본다면, 시리즈 동안 이어진 특징들을 모두 타파하고 클래식으로 돌아가는 밑작업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시리즈에서 이단 헌트를 두 가지 선택지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경우, 결국 두 가지 모두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임무 과정에서 동료의 도움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가령 3편이나 폴아웃에서 등장한 장면을 보면, 벤지가 이단에게 경로를 알려주면 이단이 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벤지가 두뇌, 이단이 플레이어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는 이단이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을 서포트하는 동료들이 있었다는 것이 시리즈의 특징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특징들을 모두 버렸다는 느낌이다. 임무 수행동안 이단은 누구와의 통신도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저 스스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마치,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 약속을 잡는 것처럼 시간과 장소만 정해둔 채 임무를 수행한다. 그들에게 변수가 작용하여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임에도 그들은 그 약속을 행해야 한다. 몇 초 차이로 도착하지 못할 경우, 동료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설정들이 납득 가능했던 이유는 AI가 빌런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AI가 모든 것을 조작하기 때문에 전기와 통신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충분히 방해가 가능했다. 그렇기에 조금 더 순수한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 처한 상황을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더더욱 절실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들이 각본가인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진가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더 나아가서는 액션 시퀀스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 잠수함, 비행기 액션은 말할 것도 없다. 음악이 없음에도 몰입하게 만드는 액션 연출이 상당하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른 영화들과 차별되는 양념을 하지 않은 연출에 있다고 생각한다.
잠수함 액션의 도입부를 생각해 보자. 잠수함에서 나온 이단이 뒤따라오는 러시아 잠수함에 매달리게 된다. 그런 그의 뒤에는 프로펠러가 보이고 자칫하면 그가 프로펠러가 갈릴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영화는 이것을 아주 긴장감 있는 음악과 효과음, 강조하는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넘긴다. 호들갑 떨지 않고, 점잖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어차피 관객들은 알고 있다. 주인공은 여기서 죽지 않는다고. 그렇기에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흘려보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지만 강조하거나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그렇기에 잠수함 잠입은 사실상 리얼타임 그대로를 보여준 장면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연출들을 통해서 긴장감을 차분하게 누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이전에 <엔드 게임>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관객들이 예상하는 극적인 포인트를 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앞에서 만들어진 긴장감을 후반부로 더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긴장감이 쌓이고, 그것을 극적인 연출로 풀어내면 쌓인 긴장감이 일시적으로 해소가 되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결국 긴장감을 다시 쌓아 올리는, 몰입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강약 조절을 했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관객들의 몰입이 끊기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이 아주 일품이었다고 본다.
이러한 연출 덕분에 영화는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졌음에도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영화의 감정적, 서사적 무게 중심이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반부는 침착하게 쌓고, 후반부는 그것을 밀도 있게 풀어내는 구조. 이 모든 흐름은 ‘고전적인 첩보극’처럼 느껴지며, 한 장면, 한 대사에 과잉 없이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묵직한 액션이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는, AI라는 빌런이 통신망을 차단함으로써 팀원들이 서로의 상황을 공유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말조차 건넬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오직 '믿음' 하나로 움직인다. 누가 어디에 있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없어도, 그 선택이 옳다고 믿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션 하나가 실패하면 전체 계획이 무너질 수 있다. 보통의 작전처럼 실패 시 수정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결국, 이들은 100% 성공이 전제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 압박 속에서 이들이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동력은, 서로를 믿는 마음뿐이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거대한 액션 영화인 동시에, 결국엔 조용한 감정의 영화다. 등을 내어주는 사람,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 그런 관계가 가능한 세상을 상상하며, 이 시리즈는 마지막을 향해 조용히 나아간다.
결국 영화는 첩보 영화라는 장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던 이유를 되짚는다.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누군가의 감시가 아닌, 오직 신뢰만으로 이어진 동료들의 존재.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동료의 도움보다는, 말없이 믿고, 말없이 연결되는 믿음 하나만으로 임무에 임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주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싸우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싸운다.
그렇다면 평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아마도 그 시작은, 누군가를 먼저 믿는 데서 오는 용기일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누군가의 등을 기꺼이 맡기는 데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