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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대상이 파트너가 되기까지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리뷰

by 따따시

낡은 편견을 넘어, '소통'으로 열어가는 새로운 세상


드림웍스의 대표작 <드래곤 길들이기>가 실사 영화로 돌아왔을 때, 많은 이들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졌을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의 환상적인 비주얼과 가슴 따뜻한 스토리가 실사로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증이 컸죠. 결과적으로 영화는 단순한 시각적 만족을 넘어, 우리가 사는 세상에 필요한 '소통'과 '이해'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던지며 원작 팬과 신규 관객 모두에게 울림을 선사합니다. 특히 영화는 서양 문화권에 깊이 뿌리박힌 '용'에 대한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용기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괴물' 드래곤? 고정관념을 깨는 첫걸음


영화의 배경인 바이킹 마을 '버크'는 드래곤과의 끊임없는 싸움으로 얼룩진 곳입니다. 드래곤은 바이킹들에게 그저 재앙을 가져오는 포악한 존재, '괴물'에 불과했죠. 이는 서양 문화에서 오랫동안 용이 악마의 하수인이나 파괴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강인하고 투박한 바이킹의 문화는 이러한 적대적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주인공 히컵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 단단한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기 시작합니다. 여느 바이킹처럼 용맹하게 싸우지 못하는 히컵은 우연히 만난 드래곤 '투슬리스'에게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마치 경계심 가득한 길고양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듯, 히컵은 무기를 내려놓고 투슬리스의 경계를 이해하려 노력하죠. 그가 투슬리스에게 다친 날개를 고쳐주고, 먹이를 주고, 심지어 그림을 그려주며 소통을 시도할 때, 우리는 드래곤이 단순히 포악한 괴물이 아니라 극심한 경계심 뒤에 숨겨진 감정을 가진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


투슬리스가 처음에는 잔뜩 웅크리고 하악질을 하다가도, 히컵의 진심 어린 행동에 조금씩 마음을 여는 모습은 영화의 백미입니다. 이 장면은 드래곤이 '인간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던' 표면적인 이유 뒤에,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몸부림이 있었음을 암시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결국 드래곤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오해와 두려움 속에 갇혀 있던 존재였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는 우리 현실 속에서 누군가의 공격적이거나 차가운 행동 뒤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연이나 아픔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통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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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소통 부재가 만들어낸 갈등의 벽


영화 속 가장 핵심적인 갈등은 다름 아닌 아버지 스토이크와 아들 히컵의 소통 부재에서 시작됩니다. 스토이크는 아들이 자신처럼 용맹한 바이킹 전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왜소하고 잔머리에 능한 히컵은 아버지의 기대를 번번이 저버립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행동을 이해하려 들기보다 자신의 잣대로만 평가하고 다그치며, 아들은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서로를 향한 사랑은 분명 존재하지만, 각자의 생각에 갇혀 상대방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전형적인 소통 단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특히 영화에서 유쾌하게 그려졌지만 사실은 씁쓸했던, 히컵의 방에서 아버지가 "이제 대화가 통하겠구나" 하며 앉았지만 이내 어색한 정적만 흐르던 장면은 이러한 소통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대화가 없으니 서로의 행동을 오해하게 되고, 그 오해는 결국 깊은 감정의 골을 파게 됩니다.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히컵이 번번이 사고를 치는 것도, 아버지가 드래곤에게 가진 맹목적인 적대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도 모두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낡은 고정관념, 설득과 납득의 지난한 과정


히컵이 드래곤과의 소통을 통해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마을에 제시했을 때, 스토이크를 비롯한 바이킹들이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평생을 '드래곤 사냥'에 바치며 부족의 족장이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위치를 지켜온 그에게, 아들의 주장은 자신이 살아온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단순히 '메시지를 던지는 것'만으로는 굳건한 고정관념을 깰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히컵이 드래곤의 입장을 이해하고 설득하며, 바이킹들을 납득시키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이는 현실에서도 오랫동안 뿌리내린 편견이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장이나 메시지 전달을 넘어, 상대방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하며 공감을 얻어내는 노력이 필수적임을 시사합니다. 결국, 평화를 위해서는 나의 힘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접근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이 갈등과 화해의 과정 속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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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목적으로 싸우고, 무엇을 목적으로 살아가는가?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는 단순히 인간과 드래곤의 대결을 넘어, 우리가 삶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버크 마을의 다른 젊은 바이킹들은 드래곤을 죽여 영웅이 되고, 부족의 족장이 되어 힘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들에게 드래곤과의 싸움은 생존이자 곧 삶의 이유였죠.


하지만 주인공 히컵의 목적은 달랐습니다. 그는 용맹한 전사가 되는 것보다 '드래곤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순수한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그에게 드래곤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탐구의 대상이었죠. 드래곤을 잡기 위해 무기를 휘두르는 대신, 그는 투슬리스를 관찰하고, 그들의 행동 방식을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다친 투슬리스의 날개를 고쳐주고, 함께 비행하며 교감하는 과정은 기존의 '싸움'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여기서 영화는 역설적인 진실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해'가 곧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히컵은 드래곤을 파괴하는 대신 이해함으로써, 오히려 그들을 더 잘 다루고 함께 날 수 있는 존재로 만듭니다. 폭력과 무력이 아닌, 공감과 소통을 통해 진정한 지배력과 평화를 얻게 되는 것이죠. 이는 우리가 세상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단순히 힘으로 제압하려 들기보다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대화하려 노력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합니다.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부분입니다.



궁극적인 메시지: 미래 세대가 열어갈 새로운 세상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판은 단순히 드래곤을 길들이는 판타지 모험을 넘어, 기성세대의 낡은 고정관념과 잘못된 관습을 젊은 세대가 새로운 시각과 소통으로 해결하고 타파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아빠 스토이크와 드래곤의 오랜 대립이 상징하는 과거의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히컵은 그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냅니다. 그는 드래곤과 직접 소통하여 진정한 이해를 얻어내고, 동시에 아버지의 오랜 편견까지 허물며 마침내 '공존'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갑니다.


이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선사합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갈등과 문제들을 미래 세대가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고, 더 나은 발전을 위한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죠. 영화는 우리에게 미래 세대의 잠재력과 그들의 새로운 시선을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중요한 숙제를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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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감독의 진두지휘: 시각적 재미와 깊이 있는 메시지의 완벽한 조화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판은 이러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시각적인 즐거움과 상업적인 재미로 훌륭하게 포장했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3부작을 모두 연출했던 딘 데블로이스 감독이 실사 영화의 각본과 연출까지 직접 맡아, 원작의 정신을 완벽하게 계승하고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용을 타고 활강하는 장면의 압도적인 몰입감은 울트라 4DX와 같은 특별관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 깊었을 것입니다. 다양한 캐릭터와 흥미로운 이야기는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며, 디즈니의 이전 실사화 작품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보완하여 성공적인 시리즈의 시작점을 제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낡은 편견을 깨고 소통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용기, 그리고 미래 세대의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까지.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판은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 깊은 성찰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주는 수작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 또 어떤 이야기와 메시지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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