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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22. 2018

[영화] 뷰티풀 데이즈

이나영 배우의 복귀작이 아니었다면

한 영화제의 개막작이라고 했을 때, 가지는 기대라는 것이 있다.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 해 해당 영화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표현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영화제가 '부산 국제 영화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부산 국제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을 했다고 하여 나름의 기대를 가지고 있던 영화다. 그리고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이나영 배우의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에 대해 간단한 스토리를 말하자면, 탈북 여성이 살아가기 위한 과정에 대한 영화다. 이 영화의 전체 이야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영화를 끝까지 봐야 한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영화에 조금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을 비밀로 하면서, 영화 내에서 얻어지는 효과가 전무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무언가를 비밀로 간직할 때는 비밀이 밝혀짐으로써 영화 내에서 큰 반전으로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거나, 큰 감동으로 와닿을 때 그렇다. 혹은 주인공의 어떤 상황에서 보이는 행동들이 어떤 이유에 의해서 그렇다는 것을 설명할 때 그래야 한다.


이 영화는 한 여성이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노력이 우리에게 와닿기 위해서는 그녀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 설명이 영화의 이야기가 끝나고 진행된다. 영화를 크게 나누면, 2017년 / 2004년 / 1997년으로 나눌 수 있다. 영화의 진행이 저 순서로 진행된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2017년이고, 나머지는 17년도에 있는 일에 대한 설명이다. 즉, 할 이야기를 다 하고 배경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감정적인 공감을 하기 위해 필요한 배경 설명이 뒤로 가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의문투성이다.. 

거기에 쓸때없이 대사가 없다. 뭘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하고, 마주 보고 있어도 대화를 안 한다. 대사가 없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 대사가 없어도 상황이 이해가 되어야 한다. 이 영화는 그 설명도 없고, 상황에 대한 표현도 부족하다. 상황은 벌어지고 있는데 그 상황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것이 궁금증으로 남아서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기 위한 장치라면 큰 실패를 한 영화다. 궁금증이라는 것은 휘발성이다. 처음 궁금증은 흥미를 유발하지만, 그것을 해소하지 않고 지속되면 그것은 짜증이 된다. 이 영화가 그렇다. 궁금증이 생겼을 때, 조금씩 힌트를 주어서 관객들이 추측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한다. 언 듯 봐도 나이 차이가 많아 보이는 두 남녀가 정상적인 관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여자의 아들이라고 하기에는 여자는 여려 보인다.. 이것들이 설명도 없고, 힌트조차 없다. 이 점은 영화의 막바지에 가야 설명이 된다. 영화의 중반쯤에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비밀이 밝혀지는 것도 아니고 이것에 대한 설명을 뒤로 미뤄서 얻어지는 효과가 전혀 없다.


때문에 영화 전체적으로 기존에 있는 영화를 따라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굳이 적은 대사와 긴 호흡 그리고 조용한 영화를 추구하고 싶었다면 끝까지 그렇게 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납득을 할 수 있다. 그것이 스타일이라고 말이라고 해줄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중간에 뜬금없이 스릴러 같은 음악과 함께 긴장감을 조성하는 분위기로 전환된다. 관객 입장에서는 인물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기 때문에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다. 이점 때문에 그냥 따라 했다고 밖에 생각이 안 든다. ‘겉멋만 들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한 영화를 어떤 분위기와 스타일로 제작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한다면, 괜히 어설프게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참신한 것도 아니다. 물론, 매번 참신하고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중요한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라도 그것을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따라 영화의 퀄리티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하나를 택했어야 한다. 일반적인 영화처럼 인물의 대사를 통해 상황을 보여주고, 스릴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서서히 스릴을 만들어가거나 아예 대사가 적은 톤으로 가려고 했다면 스릴이 필요한 부분에서도 음악이나 효과 없이 그냥 덤덤하게 가야 한다. 영화적 시선 혹은 다큐멘터리적 시선 중 선택을 했어야 한다. 이 영화는 이야기를 진행할 때는 다큐처럼 보여주다가, 특정 부분에서는 영화처럼 진행한다. 데생에 색 몇 군데 칠한다고 다 참신한 작품은 아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분명하고, 보는 사람들에게 납득이 돼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것이 [뷰티풀 데이즈]에서는 부족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3 / 5 이나영 배우의 복귀작이 아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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