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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22. 2018

[영화] 안개 속 소녀

탄탄한 소설의 이야기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최근 영화계는 원작의 영화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에서는 웹툰을 영화화 한 영화들이 성공을 보여주고 있고, 외국에서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많아지고 있다. 영화 시나리오를 통해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에 한계를 느낀 제작자들이 더 많은 소재와 이야기가 있는 다른 영역까지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화도 무조건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과는 다른 느낌의 영화가 나와 원작의 팬과 일반 관객을 사로잡지 못하기도 하고, 원작만큼 혹은 그 이상의 재미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도 있다. 이렇게, 영화 아닌 다른 작품을 영화화하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원작자가 영화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이 영화의 감독은 원작 소설을 직접 집필한 소설가다. 소설가였던 그가 직접 영화 연출에 도전한 것이다. [안개 속 소녀]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범죄학자이자 소설가인 도나토 카리시가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 연출에 도전했다.



미스터리 영화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스릴러가 함께 딸려온다. 미스터리한 요소는 스릴을 불러오기에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 장르 역시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병기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포스터에서도 미스터리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영화가 미스터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소설과 영화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도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누를 범한 것은 시간에 대한 생각이다. 소설은 시간의 제약이 없다. 읽다가 이해가 안 되면, 다시 읽으면 되고 조금 건너뛰고 읽을 수도 있다. 영화는 그럴 수가 없다. 관객은 순전히 감독이 보여주는 화면은 100% 봐야 하고, 이해가 안 되더라도 다시 설명해주지 않는다. 때문에 영화는 이야기 이해가 쉽게 만들어야 하면서 동시에 흐름이 상당히 중요한 예술이다. 이러한 실수는 최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일어난 일이다. 어떤 사건에 대한 설명이 너무 늘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미스터리는 사건에 대한 설명이 중요한 장르다. 그 설명은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부분이고, 설명은 늘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릴러라는 요소를 가미해서,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 첫 부분에 어떤 큰 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는 소녀가 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장면이 나오는 것은 상당히 괜찮은 시작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인 형사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다. 정신과 의사가 형사에게 옷에 묻은 핏자국에 대해 물어본다. 여기까지는 아주 흥미로운 전개였다. 그런데, 형사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갑자기 마티니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여기까지도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분명히 이 이야기는 형사가 정신과 의사에게 하는 이야기다. 즉, 형사의 시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봤을 때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영화는 갑자기 마티니 교수의 시점에서 영화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영화 속에서 시점이 변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 형사가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가 진행되는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두 인물이 아닌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영화 스스로 모순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혼란이 오는 것이다. 만약, 교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관찰자 시점에서 영화가 진행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부분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면 뒤의 이야기도 신뢰를 얻지 못한다. 결국, 결말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스터리 영화가 신뢰를 얻지 못하면 결말에 다다라서도 그 결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결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올 순 있어도, 그것이 충격에서 끝날 뿐 여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소설이 원작이어서 원래 가지고 있는 이야기 자체는 탄탄한 편이다. 이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만’에 대한 이야기와 인물들의 캐릭터는 잘 맞는 것 같다. 다만, 그 ‘자만’이 너무 강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영화는 자만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보이는 것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제목에 안개가 들어간 것과 영화 중간 안개와 까마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감독은 보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보이는 것을 언론이라는 매체를 통해 아주 잘 보여주고 있고, 그들로 인해 고통받는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영화 속에서도 진실보다는 관심에 집중이 되어 있고, 인물들 또한 그 관심을 통해 누군가는 이익을 얻고 누군가는 피해를 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각본 자체는 아주 치밀하고, 좋은 각본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원작 소설이 궁금해질 정도다. 아마, 이 내용은 영화보다 소설로 읽어야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는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안개 속 소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미스터리 영화는 결말이 중요하다. 이 영화도 반전이라면 반전을 가지고 있다. 물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한 느낌이 든다. 한 발자국만 가도 충분히 놀라운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이것이 너무 앞서 나가면, 오히려 반감이 든다.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설명을 했다고 보인다. 그런데, 그 설명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캐릭터를 의미 없이 소비되지 않게 사용하고 싶었던 감독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영화다. 괜히 욕심을 부리려다가 기본도 못 채운 느낌이 난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도 알겠고,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지도 알겠다. 하지만, 안 와닿는다.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원작 소설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고 각본이다. 이것을 너무 영화화에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스태프들에 의해 커버가 되는 점은 충분히 괜찮다고 느끼지만, 커버가 안되는 지점은 확실히 부족한 것이 느껴진다. 영화의 원작이 괜찮았기 때문에 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매력보다는 이야기로서의 매력, 즉 소설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치, 소설을 팔기 위한 2시간짜리 예고편이랄까?


3 / 5  탄탄한 소설의 이야기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에필로그

이런 시사회는 처음 봤다. 이번에 사명을 변경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배급사에서 진행한 시사회로 추정된다. 진행자를 섭외해서, 영화 시작 전에 간단한 멘트와 이벤트를 진행했다. 영화 끝나고, 더 진행한다고 한 것 같은데 그냥 나왔다. 우선, 영화가 끝나고 무언가를 하려면 영화가 일찍 시작해야 한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서 나왔을 때 시간이 10시 30분이다. 이미 늦은 시간이다. 이벤트를 간단하게 진행한다고 해도 최소 11시가 넘었을 것이다. 10시만 되어도, 막차의 압박을 받는 사람이 꾀나 있다. 더불어, 입장하기 전에 사전 공지가 있었어야 한다. 영화 시작 전에 갑자기 진행자가 나와서 조금 당황스럽다. 이 진행자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니 관심도 자연스럽게 안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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