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의Rustam Effendy
발리 일년살이를 결심하고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역시 "왜 하필 발리야?" 였다. 국제학교가 목적이라면 요즘 핫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캐나다 등도 분명 선택지에 있었다. 하지만 그 곳엔 이미 한국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내향인인 나에게는(일할 때 한정 E) 나는 이미 한국에서 회사 생활과 워킹맘으로서의 사회생활만으로도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이다.
나는 이미 한국에서 회사 생활에 치이고 있다. 워킹맘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동네 학부모들과의 모임도 늘 편치 않다.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은 나에게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이 아니라,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었다. 나는 '쉼'을 찾아 떠나려는데, 또 다시 '관계'에 치이고 싶지는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간간이 보이는 발리살이 중인 엄마들의 글을 보면 (발리 유학이 흔치는 않기 때문에 아주 간간이 볼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화려하지 않다. 학원 얘기, 부동산 얘기 대신 너무도 담백한 일상만이 가득했다.
"오늘은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책을 읽었어요."
단순히 이런 문장 속에서, 나는 어쩌면 나와 닮은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 저거야. 내가 찾던 쉼의 형태는 저런 거였어.'
결정적으로 발리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현지 한인 커뮤니티의 특성 때문이었다. 발리 관련 네이버 카페를 둘러보면 엄마들끼리 서로 정보를 나누는 모습은 있지만 그 관계가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지거나 사적인 관계로 깊어지는 기색은 없었다.
딱 그 정도의 거리 -
서로 필요한 것을 돕되, 얽히지는 않는 관계.
사람들과 교류하며 정을 쌓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었다면 나는 아마 다른 곳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내향적인 나에게는 발리의 여유와 자연은 물론이고, '적당한 거리감'이 가장 큰 선택의 이유가 되었다. 이 고립된 자유로움이 바로 내가 찾던 안식처였다.
물론, 이 모든 발리살이를 결심하고 나니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제대로 된 유학원이 없는 곳이라 하나하나 스스로 발품을 팔아야했다.
1년짜리 비자 발급 (가장 서류도 많고 복잡했다.)
국제학교 선정 및 등록 (만만치 않았다.)
아이들과 내 로망을 담으면서도 연세(Annual rent)가 저렴한 빌라 렌트하기 (그 놈의 가성비....)
이삿짐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짐싸기 등등
하나하나가 거대한 미션이었지만, 출국을 한 달 앞둔 지금은 걱정보다는 설렘이 앞선다.
내가 쉼을 선택했을 때, 우리 가족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발리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