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의Kristijan Arsov
발리에서 아이들이 다닐 국제학교를 결정하고 등록까지 마친 후 가장 높고 막막했던 벽은 바로 비자문제였다. 제대로 된 유학원도 없는 발리에서, 세상 복잡하기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비자 체계는 나에게는 암흑 그 자체였다. 학교에서는 아이들 비자만 보증해 줄 수 있다고 하니, 나의 장기 체류 비자는 온전히 나의 숙제였다. 결국 나는 발품 대신 손품을 팔아(구글맵, 페이스북 그룹 총 동원) 비자 대행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구글 리뷰가 좋은 BaliVisa라는 업체를 찾게 되었다. BaliVisa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도 아니고 업체 규모도 작은 편이라 걱정이 크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내 선택이 매우 옳았던 것 같다. 학생비자, 리모트 원격 비자 등 다양한 옵션 중 가장 비싼 옵션을 제안했던 타 업체와는 달리 그녀는 매 순간 업무의 효율성이나 개인의 이익보다는 나의 상황을 먼저 고려해주었다. 외국인이 나에게 가장 비싼 옵션과 각종 서류 업무를 떠넘겼어도 아무도 모를텐데 말이다. 이런 배려는 업무의 의무사항이 아니었기에 그 진심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한국에서의 복잡하고 계산적인 관계에 지쳐있던 나에게 이는 큰 감동이었다.
고마운 마음에 나는 구글맵에 '찬사의 리뷰'를 남기고, 네이버 카페에도 그녀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그녀가 나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발리에 언제 도착하나요? 내가 공항으로 픽업갈게!"
사실 이 무서운 세상에, 업무로 만난 외국인에게 공항 픽업을 어떻게 믿고 부탁하냐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믿고 싶었다. 그 말 속에서 이미 업무 관계를 넘어선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Bettie에게 고마운 점은 출국을 3주 남짓 앞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왓츠앱 비디오콜로만 보고 덜컥 계약했던 빌라가 늘 걱정이었다. 혹시라도 큰 문제가 있으면 어쩌나 싶은 막연한 걱정이었다. 이 염려를 슬쩍 내비쳤을 때, 그녀는 주말에 시간을 내서 직접 그 집을 방문해 점검해주겠다고 했다.
그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은 가히 치명적이었다. 빌라 대문을 나가자마자 새로운 빌라 공사가 기약없이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매트리스와 에어컨에 곰팡이가 가득하다는 것까지... 만약 Bettie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발리에 도착했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빌라 주인과 연세(Annual Rent)를 재조정하고, 집안을 재정비하여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수 있었다. 그녀는 비자 컨설턴트가 아니라 마치 나의 개인 비서같았다.
발리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질문을 하면, 그녀는 마치 백과사전처럼 답을 해준다.
수질이 걱정된다고 얘기하면 --> 적절한 필터 업체를 바로 알려준다.
타고난 겁쟁이라 스쿠터 운전이 걱정된다고 하면 --> 아이 둘과 함께 탈 수 있는 삼륜 오토바이 정보를 보내준다.
지난 주말, 나는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선물할 화장품을 사러갔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46살이며 건조한 피부가 고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인지 서로 궁금해하고 알아내려 노력하기 보다는
오고가는 짤막한 대화 속에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발리 공항에서의 첫 대면(?)에 이어 해변가에서의 커피챗도 기약했다.
발리에 가서 내가 그녀를 얼마나 더 괴롭히게 될지는 모르겠다. 아마 초반에는 쉴 새 없이 왓츠앱을 두드리겠지만.... 출국 전부터 이렇게 든든한 조력자를 얻었으니 나의 발리살이는 이미 반쯤 성공한 것이 아닐까!
+ 다음편 예고 : 발리살이의 가장 큰 조력자이자 희생자인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