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계속 베스트셀러에 있어서 제목은 알고 있던 한강의 <채식주의자>
이전에 '소년이 온다'는 구매해서 읽어봤었는데, 채식주의자는 이상하게 손이 안 갔다.
한강 작가가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나서야 드디어 읽어본 책!
주변에서 읽은 사람들이 하도 역겹고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호들갑을 떨어대 긴장하면서 봤지만
조금 충격적이었을 뿐 그렇게까지 역겹지는 않았다. 아마 구의 증명으로 면역이 되었을지도..?
한강 작가의 수상 이후 인기있는 책이라 리뷰하기가 조금 두렵지만 개인적인 감상을 남겨본다.
<채식주의자>
-저자:한강
[리뷰]
사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와, 어렵다'였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처음에는 고기만 먹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점점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저 나무가 되고 싶어하는 영혜는 왜 나무가 되고 싶었을지, 어디서부터 생각을 해야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영혜의 트라우마와 마음의 병이 결국엔 꿈이라는 트리거를 통해 폭발하여 망가지는 인간의 모습을 잘 그려낸 책이라 생각한다.
어렸을 때 영혜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어느 날 자신을 물어 다치게 한 개를 잡아다 먹었는데 그 때 영혜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지만 그런 폭력적인 장면 또한 당연하게 여기며 그 개를 맛있게 먹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때의 기억은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면서 가부장적인 아버지에서 벗어났지만 또 가부장적인 남편을 만나 고분고분한 아내로 살아야 했으니 그것 또한 영혜의 가슴을 답답하게 조여 왔을 것이다. 그렇게 가슴이 답답해져 가슴을 조이는 브라를 벗어 던지게 되었다.
또 영혜는 어느 날 도축된 동물들, 피가 가득한 꿈을 꾸고 나서 모든 육류를 버린다. 남편은 어느날 갑자기 아내가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했지만, 사실 갑자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야기의 1부, 2부, 3부의 시점이 모두 다른데, 1부는 영혜의 남편 시점/ 2부는 영혜의 형부/ 3부는 영혜의 언니 인혜의 시점이다.
1부에서 영혜의 남편은 어느 날 어떤 꿈을 꾼 뒤로 고기를 아예 입에도 대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된 아내에게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남편은 가부장적이며 아내가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기 그지없어 좋았다고 했다. 집에서 군말하지 않고 밥을 차리는 아내라 좋아했다.
하지만 그러던 아내가 더이상 고기를 먹지 않고, 고기 반찬을 내놓지 않고, 점점 말라가기만 하는 모습을 보고 영혜의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영혜에게 고기를 먹이기 위해 모인 식사 자리에서 영혜의 아버지는 영혜가 고기를 절대 먹지 않자, 영혜를 때리고 억지로 탕수육을 먹여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이 사건으로 남편과 이혼한다.
2부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가 전개 되는데, 바로 영혜의 형부, 즉 인혜의 남편과 영혜의 이야기이다.
인혜의 남편은 비디오아트를 제작하는 예술가다.
어느 날 영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번뜩 영감이 떠오른다.
그렇게 영혜를 모델로 세워 비디오를 찍기 시작하는데, 영혜는 발가벗고 몸에 꽃을 그린 자신의 모습을 좋아했다. 그리고 형부가 접근했을 때는 몸에 꽃을 그리면 관계를 하겠다고 한다.
사실 영혜가 정신적으로 조금 이상하긴 했어도 형부와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 정도는 인지할 정신이 있었을 것 같은데, 꼭 이야기가 그렇게 잔인하게 흘러가야만 했을까 싶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을 때에도 성욕은 느낄 수 있는 것인가? 오히려 원초적인 본능만이 남게되는 것일까? 아마 대부분 독자들이 이 파트에서 역겨움을 느꼈을 것 같다.
3부에서는 그런 동생과 남편의 모습을 목격한 인혜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동생과 남편의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후 둘을 정신병동에 보냈다. 그래도 자식이 있기에, 자식 덕에 웃기도 하는 나날들을 보낸다. 하지만 동생을 보러 갈 때마다 괴로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눈 앞에서 그런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을 뿐만 아니라 동생이 아무런 영양소와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고 말라가고 피를 토하는 장면까지도 봐야만 하니 언니인 인혜가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웠을까.
결론이 명확하게 나지는 않았지만 아마 영혜는 결국 자신이 바라던대로 죽고 시간이 흘러 인혜는 괴로워 하는 날도, 자식 덕에 웃는 날도 있는 그런 평범한 날을 살아가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영혜와 인혜는 다양한 세상의 폭력으로부터 피폐해져갔다.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남편의 폭력, 남편의 외도와 동생의 정신병 등 모든 점이 등장인물들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이러한 다양한 모습의 폭력으로 인해 사람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이 다소 어려웠지만 그래도 상상이 잘 되고 술술 읽히는 것이 바로 한강작가의 글빨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