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25. 여름은 고작 계절

by 허김

<여름은 고작 계절>, 김서해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형광펜을 죽죽 그어가면서 여름동안 열심히 읽은 책.

읽는 내내 마음 아팠던 이야기. 여름은 고작 게절


자신의 미성숙한 때를 기억하는가?

나는 기억하고, 부끄러워한다. 나의 미성숙한 때를.

초등학생~중학생때 나는 이야기 속의 제니처럼 내 세상이 고작 내 주변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로만 이루어진 그 작은 세상이 전부인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소위 잘나가는 인기있는 친구나 언니들 옆에 있고 싶어했고,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을 따라하고 싶었으며 그 친구들 눈밖에 날까봐, 나를 싫어할까봐 항상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내내 제니에게 '그렇게 눈치 보지 않아도 돼. 네 세상은 그게 전부가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얼른 제니가 한나의 손을 꼭 잡아주길 바랐다. 그래서 마지막에 한나의 이야기가 더욱 마음 아프고 충격적이었다.


이 책에서 두드러지는 내용은 제니와 한나의 우정이고, 또 이민자로서 겪을 수 있는 인종차별 그리고 젠더 편견이다.

제니는 처음에는 한나를 답답해하고 밀어냈으나, 한국에서 온 자그마한 한나를 철저히 외면하지는 못한다.

한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나중에는 좋아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건 도저히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내가 내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흐리멍텅한 혼란일 뿐이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는 것을 특별하고 멋진 일로 포장하곤 하지만, 적어도 내게 사랑은 자신을 조각내어 검열하고 상대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는 일이다. 수많은 단점을 골라내 억지로 감추거나 바꾸느라 자신의 초상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사랑할 때, 나는 가려지고 훼손된다.'

한나를 떠올리며 한 고민이 사랑이라니, 이런 고민을 한다는 사실부터 제니는 한나를 이미 좋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니는 한국인으로서 무리에 섞이지 못했었던 과거를 잊고 노력 끝에 겨우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는데, 한국인과 또 다시 어울린다면 무리에서 다시 튕겨나갈 수도 있고, 한나와 자신을 함께 외톨이로 만들까봐 두려워했다. 주변의 시선이나 이전에 소외되었던 자신을 보는듯해 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을 뿐 분명 시간이 갈수록 연민과 동정이 섞였을지언정 제니는 분명 한나를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한나는 자신의 이름을 '해나'라고 발음하는 외국인들에게 서툰 영어지만 '내 이름은 한나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고집이 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제니처럼 잘나가는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했고, 그들과 얘기하고 싶어했다.

나중에는 해나라고 부르는 친구들에게 이름을 정정하지도 않고, 덜 고집스러워졌고, 어린아이처럼 아무 때나 울지도 않았다. 해나가 달라진 모습을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순수한 한나가 이렇게 되기까지 한나의 마음이 얼마나 깎이고 무너졌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작가는 '제니가 타인을 너무 신봉하지도, 숭배하지도, 무시하지도 않고 그저 자기 자신을 바라보듯 대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혐오스러운 자신을 참아내는 만큼 친구를 참아낼 수 있는 사람으로 길러보고 싶었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나의 혐오스러운 부분을 잘 참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아직도 나의 좋지 않은 모습을 타인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좋게 봐지지가 않는다. 나의 안 좋은 모습도 나의 일부분임을 인정하고 남에게도 더 너그러워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나를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 한다.

한나와 제니를 보면서 '그런 관계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만 우정을 쌓아도 되고 앞으로 너희에게 펼쳐질 세상은 훨씬 크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순수해야하는 때 순수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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